[소비자경제신문 최송목 칼럼] “우유부단이야말로 성공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신속한 결단력의 소유자이며, 부를 축적하는 데 실패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결단이 매우 느리다.”

세계적인 성공학 연구자 나폴레온 힐의 말이다. 결단이라는 말에는 불확실성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모호하고 불분명한 상태를 정리하고 행동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결단을 주저하면 늦어진 만큼 해결도 늦어진다. 따라서 비록 그 결단이 틀릴 위험이 존재하더라도 주저하여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 많은 중소기업이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다 같이 망할 것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침몰하는 배의 무게를 줄여, 서서히 망하면서 기회를 엿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최선이 아니라서 망설일 게 아니라 ‘결정’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사장이 마음이 약해서 우물쭈물하다 시간만 보내게 되면 매출은 더욱 감소할 것이고 자금이 소진되면서 결국은 회사가 회생불능이 되는 것이다.

《자치통감》을 쓴 북송의 사마광이 어렸을 때 일화다. 친구들과 놀다가 한 아이가 어른 키만 한 물 항아리에 빠지는 걸 보았다. 어떤 아이는 어른을 부르러 뛰어가고, 어떤 아이는 당황해서 울고, 어떤 아이는 항아리 주변을 맴돌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그때, 어린 사마광은 주저 없이 돌을 집어 들어 항아리 밑 부분을 깨고 친구를 구했다. 값비싼 항아리보다 친구의 목숨이 더 중하다는 걸 빨리 판단하고 돌을 집어 드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기업 사례를 들어보겠다. 중소기업 A 사장은 명문 S대 공대 출신으로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정부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20여 명의 동료들과 같이 4년 동안 천신만고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연구에만 전념하다 보니 마케팅이나 판로개발에 소홀하여 매출이 거의 없자 급기야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없을 정도로 경영이 악화하였다. 직원들을 정리해야 했지만, 그동안 정들었던 동료들을 차마 내치지 못하고 차일피일 꾸물대다가 결국은 폐업했다. 다 같이 공멸한 것이다.

다음은 B 사장의 사례다. B 사장은 3명의 친구가 의기투합하여 3년 정도 회사를 운영해오다가 회사 부도가 예상되자 사장이 친구들을 설득하여 퇴사하도록 했다. 같이 망하는 것보다는 혼자 남아서 정리할 테니 지분을 포기하고 나가던지 아니면 무보수로 일하든지 하여 인건비 부담을 줄여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 것이다. 그 후 회사는 월 경상비 지출을 줄일 수 있어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어떤 위기의 순간이 오면, 사장은 무엇이 중요하고 급한지 신속히 판단하여 결단을 내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머뭇거리면 다 같이 공멸한다.

스피드 경영의 핵심은 빠른 결단과 행동이다. 성격이 급하다거나 판단 과정의 생략 때문에 빠른 것이 아니라 상황을 머릿속에 확실히 정리함으로 인해 판단에 속도가 더해진 것이다. 성공적 판단에서는 일련의 과정들이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아마추어가 겉으로 보기에 성급하고 신중하지 못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런 판단은 때로는 직감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경험에서 축적된 숙련의 결과다. 숙련은 평소 경험과 지식의 응축과정을 거쳐서 고도의 지혜로 탄생한다. 사장의 판단과 결정은 한마디로 신중하고 계산적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빨라야 한다. 이 점에 대해 괴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심스럽게 안장에 올라타라. 그리고 힘차게 박차를 가해라.”

지금 많은 중소기업 CEO들이 여러 가지 악조건들의 허들과 벼랑 끝에서 힘겹게 사업장을 꾸려가고 있다. 2020년 새해, 그들에게 새로운 결단의 용기로 희망의 불씨가 활활 지펴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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