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유독 따뜻한 겨울이라서였을까? 금융권발 냉랭한 바람은 더 매섭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다는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처럼 지금 금융권은 '신뢰'를 빼앗겨 따뜻한 시선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 됐다.

이토록 '금융권'을 향한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것은 녹록치 않은 삶 속에서도 '띠딕띠딕' 소리와 함께 자라는 통장을 가슴 속 주머니에 찔러넣으며 '희망'을 키웠던 이들의 서늘한 한숨 때문이다.

지난해 발생된 DLF 손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이 '금융권 불신시대'를 만들어 버렸다.  투자자들은 말했다. '독일, 미국, 영국 등 이름만 들어도 잘사는 나라와 OO은행, OO증권사 OO자산운용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기업이기에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뭉게뭉게 부풀던 희망은 가슴을 쓸어내리기만 해도 감사하게 됐다. 이제 이들이 원하는 것은 '높은 수익'이 아니라 '원금'이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인 'DLF'의 경우 그래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손실에 대한 배상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곳 '은행'에서 가입했던 수익율 좋다던 상품이 결국 '누구 탓인지'  명명백백 밝히고, 책임에 따라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실제로 자기책임 비율에 대해 항변하는 'DLF피해자대책위원회'는 '은행'이라는 공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역시 펀드 역시 무려 손실율이 70%까지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카페를 주축으로 모인 피해자들이 법적 공방까지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판매 금융사를 상대로 고소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고소인을 모집 중이다.

일시에 환매를 요청하는 '펀드런(Fund Run) 사태'가 터지고 환매가 중단되기까지 이들 투자자는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을 믿었고 또 해당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믿었다. 실제로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혹은 중단 가능성이 있는 펀드 1.56조원 중 절반이 넘는 9170억원이 개인 소유다.

공간이 주는 신뢰는 컸다. 그래서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금융사에서  잘 모르지만 덜컥 상품에 가입했다. DLF 혹은 펀드에 가입한 이들 모두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이들은 한없이 맑고 투명했던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도 수익이 나오는 구조도 모른 채 차곡차곡 모은 목돈을 맡겼다.

하지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없어 물음표를 찍어야 하는 하는 것처럼, 날아간 원금이 고스란히 다시 지갑으로 돌아오는 것은 요원해졌다.

이 과정에서 '왜'라는 합리적 의심과 '어떻게'라는 근원적 물음 마저 대신할 수 있었던 신뢰는 와장창 깨졌고, 금융소비자가 느끼는 '불신'의 골은 보다 깊어졌다.

믿지 아니했던 그 시절보다 더 곤란한 시절에 처한 금융사의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