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격차 0.03% 조원태 현 회장, 경영권 ‘방어’ 가능할까
‘강성부 펀드’와의 경쟁도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
그룹 주요 건물 관리하는 정석기업 두고 모자 갈등?

한진그룹 남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자회사 '일감몰아주기'혐의로 고발조치됐으나, 심의를 하루 앞두고 일정이 취소됐다. 좌측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부사장, 조원태 부사장
한진그룹을 둘러싸고 ‘남매의 난’이 현실화한 가운데, ‘모자의 다툼’까지 공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족끼리 화합하라”는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이들은 지킬 수 있을까. (사진=소비자경제DB)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한진그룹을 둘러싸고 ‘남매의 난’이 현실화한 가운데, ‘모자의 다툼’까지 공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족끼리 화합하라”는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이들은 지킬 수 있을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자택에서 언쟁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깨진 유리와 상처 입은 팔 사진도 공개됐다.

재벌가에서 이런 소동이 벌어지면 당사자와 주변인들은 입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이 보통이다. 관련 내용을 기업 고위 관계자에게 물어봐도 “오너 일가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라 확인해줄 수 없으며, 임직원들은 그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답이 돌아와야 ‘정석’이다.

하지만 모자의 다툼은 세간에 알려졌다. 물건이 부서지고 몸에 상처가 날 정도로 격한 다툼이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하는 사진도 공개됐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누가 언론사에 사진을 제공했는지, 굳이 숨기지 않고 공개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추측이 오간다.

당사자인 조원태 회장과 이명희 고문은 공동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 회장이 곧바로 사죄했고 이 고문이 진심으로 수용했으며 선친의 유훈을 지키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가 근본적으로 사라지고 가족들이 다시 화합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 지분율 격차 0.03% 조원태 현 회장, 경영권 ‘방어’ 가능할까

재계에서는 이 일의 원인을 경영권 다툼으로 본다. 현재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사람은 조원태 현 회장이다. 당장 내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신임 안건이 상정된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주사다.

현재 조 회장이 보유한 개인 지분은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지분율과 0.03%차이다. 매우 적은 격차다. 여기에 어머니 이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각각 적잖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남매의 난’ 향배가 어디로 향할지 아직 안갯속이다.

호사가들은 어머니 이 고문이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손을 들어주려고 했고, 조 회장이 자택에서 어머니와 다툰 것으로 추측한다. 어머니와 삼남매를 포함한 네사람이 힘을 모으라는 것이 유훈이었으나, 사실상 지분율을 놓고 ‘편’이 생겼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들의 경영권 다툼 이면에는 또 다른 움직임도 관측된다. 현재 총수 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4%인 가운데, ‘강성부 펀드’가 최근 지분율을 17.29%까지 끌어올렸다. 강성부 펀드는 총수 일가와 경영권을 놓고 경쟁해온 곳이다.

총수 일가 입장에서는 우선 강성부 펀드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이 선결 과제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내부결속을 다질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일단은 총수 일가가 경영권을 지켜내야 서로간의 경쟁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 그룹 주요 건물 가진 정석기업 누가 관리하나

모자의 갈등이 ‘어머니가 누구 편이냐’라는 문제뿐만 아니라, 이명희 회장이 고문을 맡고 있는 정석기업 지배권을 두고 생긴 갈등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대한항공에 비하면 ‘정석기업’이라는 이름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낯설다. 상장사도 아니고 비상장 기업이다. 하지만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내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룹의 부동산 관리 등을 맡고 있다. 서울 중구 한진빌딩과 인하국제의료센터 등 그룹 주요 건물이 정석기업 소유다. 이 때문에 정석기업은 그룹 경영권 승계시 상속제 재원 조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주사와 그 주변 회사들이지만 결국 ‘돈’이 되는 회사가 어디냐도 중요한데 정석기업이 이 지점에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은 정석기업 대표이사였다. 조 전 회장 사망 후 조원태 회장은 정석기업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고,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정석기업 부사장직을 겸했다.

이 과정에서 모친 이명희 고문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재계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이명희 고문이 정석기업을 통해 한진그룹 주요 현안을 보고 받는다는 소문도 돌았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의 다툼 배경이 이 지점에서 출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상속세 지분 마련 창구가 될 수 있는 ‘알짜’ 회사 정석기업에 대한 총수 일가의 관여도, ‘강성부 펀드’와의 경영권 다툼 불씨가 여전한 상태에서의 내년 3월 주총 등이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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