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칼럼] 이제는‘식품·주거·금융’의 시대, 트렌드 맞는 소비자정책 필요하다
[소비자원 칼럼] 이제는‘식품·주거·금융’의 시대, 트렌드 맞는 소비자정책 필요하다
  • 황미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 승인 2019.12.2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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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신문 소비자원 칼럼] 오늘날의 한국인은 일상 소비생활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19 한국의 소비생활지표’ 결과에서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3대 소비생활분야가 ‘식(식품‧외식)’, ‘주(주거‧가구)’, ‘금융(금융‧보험)’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보험’이 차지하는 중요도(2013년 2.2%; 2015년 7.4%; 2017년 9.9%; 2019년 11.4%)는 지난 5년간의 조사 결과에서 꾸준히 높아져 왔지만, 의식주로 인식되는 ‘의류’를 제치고 3순위 안에 포함된 것은 2013년 조사 이래로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반면, 식품·외식의 중요도는 꾸준히 감소 추세이다(2013년 40.8%; 2015년 24.1%; 2017년 21.4%; 2019년 21.4%). 이러한 결과는 소비생활의 중요축이 금융‧보험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인구 구조와 소비트렌드 변화를 다룬 경제금융연구소의 분석에서도 이러한 양상이 관측되는데,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가구 소비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식료품 구입 비중(26.6%)이 2018년에는 14.0%로 급감한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에서도 지난 30년간 소득 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식료품 소비 비중은 점차 감소했지만, 금융·보험 등 비소비 지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고 통신, 자동차, 보건 관련 지출도 높아진 것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소득과 생활수준 간 상관관계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으로 국민 삶의 질의 단면을 평가해 왔지만, 삶의 질적 만족을 경제적 수준만으로 측정하는 접근에 대한 한계가 지적되면서 OECD 삶의 질 지수(Quality of Life Index), EU 소비여건지수(Consumer Conditions Scoreboard) 등의 지표가 정책의 해법을 마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소비자원이 국민이 체감하는 소비생활만족도를 2년 주기로 조사하는 ‘한국의 소비생활지표’ 결과는 경제변수만으로 설명하기에 한계가 존재하는 소비경기 변동분석과 정책적 대응방안 마련에 유의미한 기초자료를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금융·보험 소비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 놀랍게도 금융·보험 분야는 소비생활 중요도가 상승한 것에 비해 11개 소비생활분야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소비생활만족도를 나타냈다(종합 소비생활만족도 69.9점; 금융·보험 소비생활 만족도 67.9점, 11개 소비생활 분야별 만족도 중 11위를 기록함).

또한 금융·보험 소비생활에 대한 낮은 만족도를 표한 응답자는 150만원 미만 저소득 층의, 스스로를 체감 하류층으로 인식하는 60대 이상(67.24점) 및 40대(67.17점)의 소비자들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럼 이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첫째, 데이터에 기반한 대상별 맞춤형 시책 발굴이 중요하다. 최근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상담에서 금융관련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유사투자자문업체 텔레마케터에게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안내를 받는 중장년층(‘19년 상반기 3,116건중 30.0%) 및 고령층(24.3%) 소비자의 피해가 다발하는 실정이다. 경제적으로나 신체·연령적으로 취약계층인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금융소비자 교육 지원 등 소비자특성을 고려한 소비 활성화 시책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금융투자 상품의 구조화 및 고도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금융상품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의 투자자에 대한 보호시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산업혁명 대응계획’에서 오는 2022년까지 핀테크 시장 활성화 정책을 통해 동 시장을 2배 이상 확대할 것으로 발표했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금융소비자 보호 시책의 활발한 운용이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에 금융소비자의 디지털 이해력 부족의 해소를 위한 교육 활성화와 전통적 금융상품 및 서비스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특히, 정책당국의 규제·감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소비자 중심의 접근 방식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새로운 정책 도입이 촉구된다.

셋째, 이를 위해서는 잘 갖추어진 정책의 활성화를 위한 꾸준한 지원이 중요하다. 미국은 고령자에 대한 금융사기 피해를 고령자 학대방지 및 기소법 제정을 통해 예방하고 있고, 일본은 금융상품판매법과 금융상품거래법에 고령 고객에 대한 설명의무를 강화하고 적합성 원칙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고령 금융소비자에게 금융상품 판매 시, 상품을 충실히 설명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의 권유자제를 규정하는 방안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지자체 중 처음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공동 지원한 ‘소비자행정 선도지자체’로 선정(’16년)되어 ‘고령소비자 교육 등’ 다양한 소비자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소비자의 꼼꼼한 표시사항 확인 및 거래정보 비교선택 실천 수준이 전체 대비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추후 소비자권익증진을 위한 우수 소비자행정 시책의 발굴과 지원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제는 우리 국민이 소비생활의 긍정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할 때다. 일상 소비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면, 소비생활에서 느끼는 행복이 삶의 행복에 미치는 경로가 작동하지 못하게 되어, 삶 전반의 행복감 역시 저하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비자가 체감하고 평가한 소비자지표 데이터 분석결과를 활용한다면 대안 마련이 보다 수월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맞춤형 정책이 체계적으로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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