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대만, 돌고도는 순환 경제 트렌드’ 보고서 발표
IT 및 기술강국 대만, 친환경 이슈에 눈 뜨고 적극 실천
순환경제 실천하는 현지 기업 사례, 기자가 직접 가서 봤다

대만 현지 카페 루이사커피에서 구입한 에코백. 루이사커피는 커피찌꺼기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진=소비자경제)
대만 현지 카페 루이사커피에서 구입한 에코백. 루이사커피는 커피찌꺼기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기업과 소비자들이 친환경 이슈에 깊은 관심을 가진지 오래다. ‘트렌드코리아’에서는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시대’가 된 것이 2019년의 주요 소비트렌드 중 하나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해외 기업과 소비자들은 어떨까. KOTRA 자료를 통해 대만 사례를 참고해보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가 최근 ‘대만, 돌고도는 순환 경제 트렌드’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자사 홈페이지 해외시장뉴스 코너에 게재했다. 유기자 대만 타이베이 무역관이 작성한 보고서로 타이완 디자인센터와 행정원, 현지 기업 자료 등을 종합해 분석한 자료다.

대만은 IT 및 기술강국으로 유명하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 OLED 포럼 2019’를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포럼 당시 삼성디스플레이 커뮤니케이션팀 이승현 프로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대만은)노트북 ODM사의 약 80% 정도가 모여있는 곳이고, 델과 HP등도 그곳에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상호작용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 이왕이면 함께 모여 논의하자는 배경에서 대만을 택했다”고 말한 바 있다.

◇ IT 기술강국 대만, 친환경 이슈에 눈을 뜨다

그런 대만이 최근 친환경 순환 경제 면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KOTRA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은 ‘자원회수재활용추진계획’을 통해 2020년부터 재생원료 또는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장려한다.

이후 2030년부터는 재생원료 또는 재활용 가능 물질을 일정 비율로 사용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장기적으로는 2050년이 되면 재활용 가능 물질의 완전한 순환과 ‘제로(0) 폐기’를 달성하는 것이 청사진이다.

아울러 대만은 소재산업에서의 신소재 기술 개발 및 재생자원의 고부가가치화를 도모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관련 혁신연구개발단지와 순환 경제산업 시범단지를 조성해 회수 및 순환 체제를 통합 강화하고 녹색소비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만은 환경 및 자원에 대한 보호 및 관리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현 환경보호서(署)를 환경자원부(部)로 승격하고 권한을 강화하는 기능도 추진 중이다.

이런 정책의 방향 중 하나로 올해 7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2030년부터는 전면적으로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다.

참고로 대만은 날씨가 더워 과일주스 등 음료 판매가 매우 많은 나라다. 프랜차이즈 음료 전문점 등에서 일회용 컵과 빨대로 판매되는 음료도 많다. 일회용품이 제한되면 관광객을 비롯한 소비자들은 불편을 겪을 수 있지만 환경 이슈를 위해 적극적으로 정책을 마련 중이다.

◇ 기업발 친환경 소재 및 순환 경제 아이디어 쏟아져

이런 흐름에서 대만 기업들은 다양한 친환경 소재 및 순환 경제 아이디어를 통해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라고 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보고서에서는 실제 기업 사례들도 다수 소개했다. 유기농 거름 메이커와 생분해 화분 등 음식물 쓰레기에 착한안 아이디어 원예 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Bionicraft’ 사례가 눈길을 끈다.

유기농 거름 메이커는 토양(6~7kg)과 지렁이(500~600g)가 담긴 용기 안에 쓰다 남은 채소와 과일 찌꺼기를 버리면 지렁이가 자연 발효를 도와 악취 없이 영양가 높은 유기농 거름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다. 전기가 필요 없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이 제품은 미국 비즈니스 잡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가 선정하는 ‘2017 세계를 바꾸는 아이디어 상’ 음식 부문을 수상했다.

생분해 화분은 음식물 쓰레기를 건조·가공해 만든 제품이다. 토양에서 생분해되므로 분갈이 시 모종이 담긴 그대로 옮겨심을 수 있어 편리하다.

루이사커피 매장에서 판매되는 컵홀더. 대만은 시원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하는 경우가 많아 손잡이 달린 컵홀더를 많이 쓴다. 커피 원두가 담긴 자루 느낌의 컵홀더는 현지 소비자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사진=소비자경제)
루이사커피 매장에서 판매되는 컵홀더. 대만은 시원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하는 경우가 많아 손잡이 달린 컵홀더를 많이 쓴다. 커피 원두가 담긴 자루 느낌의 컵홀더는 현지 소비자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사진=소비자경제)

◇ 커피 찌꺼기로 만드는 옷과 가방, 전자 폐기물로 만든 대리석

인쇄회로 등 전자 폐기물을 원료로 활용한 인조 대리석 제품도 있다. 현지 순환 경제 컨설팅업체가 폐기물 처리업체와 손잡고 내놓은 제품이다.

IT산업이 발달하면서 전자 관련 폐기물이 늘어난다. 여기에는 다양한 소재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분리수거나 재활용이 어렵다. 그런데 이를 재활용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식유통 및 패션 업계에서도 이런 노력은 이어진다. 대만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 ‘루이사 커피’는 싱텍스, 국립대학, 사회적기업 등과 협력해 커피 찌꺼기로 만든 종이컵과 메뉴, 에코백 및 컵홀더 등을 내놓았다.

기자는 2주전 대만을 찾아 루이사 커피를 직접 방문해봤다. 타이베이 중산공원 근처 매장으로 규모가 크고 손님이 많았다. 매장에서는 에코백과 컵홀더 등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디자인이 예쁜 에코백은 재고가 남아있지 않아 매장에 전시된 상품만 구매할 수 있었다.

대만은 차가운 음료를 테이크아웃 하는 경우가 많아 컵홀더가 필수다. 우리나라 컵홀더는 그냥 용기를 감싸는 원형이지만 현지에는 손잡이가 달려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제품이 인기다. 커피 원두가 담긴 자루 느낌의 컵홀더가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섬유기업 ‘Singtex’는 커피 찌꺼기를 소재로 한 기능성 섬유를 개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섬유를 사용한 직물은 악취 방지, 자외선 차단, 쿨링 효과, 속건성이 우수하다.

◇ 친환경이 아니라 필(必)환경,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환경 마케팅 필요

아이디어 상품도 있다. 현지의 친환경 샴푸 브랜드 ‘오라이트’는 생분해가 가능한 용기를 쓴다. 용기 아래에는 씨앗이 담긴 캡슐이 있다. 샴푸를 다 쓰고 용기를 땅 속에 묻으면 용기는 생분해되고 캡슐 속 씨앗이 싹을 티운다. 플라스틱을 버리는 게 아니라 씨앗을 심는 셈이다.

축산물 등 식품 생산업체 ‘타이슈거’는 돼지 담즙 추출물을 주 원료로 한 샴푸를 개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돼지 담즙에는 아미노산 등 두피 관리에 도움 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이 제품은 2019년 대만 순환 경제상 혁신 부문을 수상했다.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많다. 광고 현수막이나 과일 포장박스 등을 모아 문구나 소품등으로 재활용하는 사례, 버려진 의류를 봉제해 에코백과 컵캐리어를 만들거나 골판지 소재 과일포장 박스를 활용한 노트 등의 사례가 보고서에 소개됐다.

정부 싱크탱크인 중화경제연구원 녹색경제연구센터 린 부주임은 보고서를 통해 “순환 경제는 단순한 환경보호 개념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전제하면서 “순환 경제를 촉진하는데 필요한 요소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대만 환경보호서 통계에 따르면 대만은 폐기물 중에서 재활용 할 수 있는 물질의 회수율이 53.3%(2018년)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2008년) 32.2%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한 숫자다. 2017년 기준 OECD 평균 물질 회수율은 36%다.

보고서는 “과거에는 버려진 후에도 그것을 수거해 재활용 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친환경 아이디어였다면, 지금은 브랜딩과 마케팅 전반에 걸쳐 순환 경제 컨셉을 적용한 것이 숙제”라는 화두를 던졌다.

대만 현지 시장조사업체 인사이트엑스플로러가 지난해 5월 1500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품 구매 시 친환경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진다고 응답한 소비자 비율이 56.1%에 달했다.

‘트렌드코리아’에서는 2019년이 “친환경이 아니라 필(必)환경”이라고 정의했다. 과거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하면 좋은 것’ 이었지만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과제가 되었다는 얘기다. 이제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 환경을 생각한 소비와 마케팅을 진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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