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 칼럼] 우리나라는 소비자문제의 해결과 소비자 권익증진 및 소비자생활의 향상 등을 목표로 1980년대 들어 본격적인 소비자정책을 실시해 왔다. 인구구조의 변화, 세계화, 정보화, 네트워크화 등으로 급변하고 있는 오늘날 새로운 소비자문제가 계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정책에 대한 정부의 지원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소비자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경제주체인 기업과 소비자 간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그러한 시장이 발달하면서 이제 시장에서 발생하는 기업과 소비자 간의 문제는 경제주체 또는 시장 자체에서 해결하는데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서 소비자 문제은 시장실패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문제해결을 위한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보호를 위한 관련법 제정과 정부기구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현재 정부는 이와 같은 소비자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해 국무총리 산하에 소비자정책위원회를 두고 소비자정책을 종합・조정 및 심의・의결하고 있다. 소비자행정 등 소비자업무는 2007년 기존에 기획재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이관되었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국무총리 산하 소비자정책위원회의 기능은 기본계획 및 종합시행계획의 수립・평가와 그 결과의 공표, 소비자정책의 종합적 추진 및 조정에 관한 사항, 소비자보호 및 안전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에 관한 사항, 소비자정책의 평가 및 제도개선・권고 등에 관한 사항 등이다.

소비자정책위원회가 관련법에 따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그것은 앞서 말한 시장실패로 발생하는 소비자문제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보호라는 역할에 충실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정책위원회가 소비자권익증진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위원회 운영의 전반적인 사항을 조사하여 그 실태를 파악했다.

조사결과, 소비자정책위원회 전체 운영과 관련해서는 소비자문제 논의 없이 정부정책 의결을 위한 연1회의 형식적인 회의를 개최하고 있었으며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코오롱 인보사 사건’, ‘라돈 침대’ 등과 같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건과 최근 급증하고 있는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범정부 차원에서 역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5년간(2014~2018) 소비자정책위원회는 연 1회 연초나 연말에 해당연도 ‘소비자정책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확정하는 회의 말고는 별다른 회의개최를 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중앙부처 장관, 소비자단체 및 경제계 대표, 관련전문가 등 25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소비자정책위원회 회의록은 비공개하고 있어 최근 소비자문제와 관련해서 어떠한 논의가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단체나 관련 전문가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소비자정책에 형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다음으로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개선권고 한 조치내역 및 그 결과를 살펴보았다. 소비자정책위원회는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해 소비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제한하거나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소비자지향성평가)한 법령・고시・예규・조례 등에 대하여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법령의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중앙부처에 개선 권고했다고 공개한 18건 중 7건은 미이행(미이행률 38%)으로 개선권고 실효성 문제를 드러났다.

향후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같은 개선이 요구된다. 첫째, 소비자정책위원회의 내실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소비자문제를 고려할 때 소비자권익증진과 소비자생활 향상을 위한 소비자정책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은 향후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형식적, 연례적 방식 등 허울뿐인 위원회 운영을 벗어나 소비자정책과 소비자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의 운영이 필요하다.

둘째, 소비자정책위원회의 정책개선 권고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소비자정책위원회의 중앙부처에 대한 정책개선권고는 그간 법적근거 미비와 관계 부처의 비협조로 2009년 23개 과제에서 2013년 6개 과제로 대폭 감소하였으며, 그 이행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어 왔다. 이에 2016년 소비자기본법 개정을 통해 소비자정책위원회가 개선권고 한 사항에 대해서 중앙부처가 이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따라서 향후 소비자정책위원회는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개선권고 건수 자체를 늘리는 것은 물론 개선권고를 받은 중앙부처가 이를 반드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김한기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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