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기 속 소비생활지표 변화, 어려운 살림에 의류 소비 줄여
일각에서는 의류 등 중심으로 명품 소비 확대, 소비 양극화 현상 관찰
원인은 빈부격차? '나나랜드' '가심비' 등 달라진 소비습관 주목해야

아끼려는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요즘은 따로 구분되지 않는 시대다. 젊은 세대의 소비패턴 자체가 양극화되어 가고 있어서다. 사진은 과거 한 백화점 명품관 내부 모습. 사진 속 브랜드나 공간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아끼려는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요즘은 따로 구분되지 않는 시대다. 젊은 세대의 소비패턴 자체가 양극화되어 가고 있어서다. 사진은 과거 한 백화점 명품관 내부 모습. 사진 속 브랜드나 공간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생활 경제 전반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선 2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럭셔리 명품 구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소비 흐름의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과거에는 ‘빈부격차’가 이런 흐름을 주도했지만 요즘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습관이 양극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3년부터 2년 주기로 소비생활지표를 조사해 발표한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 분야 1~3위는 각각 의식주(衣食住) 분야였다.

하지만 최근 그 결과에 변화가 생겼다. 식과 주는 순위가 여전히 높았다. 반대로 의류 소비는 크게 떨어지고 그 자리를 금융이 차지했다. 의류는 병원 의료와 교육의 뒤를 이어 6위로 밀렸다.

이러한 생활 경제의 트렌드를 두고 일각에선 소비중요도가 ‘의식주’에서 ‘식주금’으로 바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의류 소비가 줄어든 경향을 두고 두가지 해석을 제기한다. 첫 번째는 경기와의 연동성을 짚어보는 시각이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소비를 줄이게 마련이고, 지갑을 닫으면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품목 중 하나가 옷과 액세서리 등이어서 최근의 경기 상황이 어렵다는 반증이라는 시선이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이 금융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도 시각도 있다. 저금리 기조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핀테크 플랫폼이 대대적으로 확산되면서 금융상품에 좀 더 쉽게 접근하게 된 덕분이라는 것. 투자와 금융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 역시 경기와 연관이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저축과 절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허리띠 졸라 매는데, 한편에서는 명품 소비 늘어난다?

저성장 기조에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옷과 액세서리 등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 등에 관심을 보이는 것. 이것이 지금 소비 시장의 가장 큰 화두일까?

한편에서는 반대 흐름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10월 사이 주요 유통업체의 럭셔리 제품군 매출액은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넘겼다. 올해 상반기에는 10%대의 점유율을 기록한것과 비교하면 하반기 들어 늘어난 숫자다. 아울러 백화점 상품군별 매출 비중에서 명품은 전체 상품군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고가의 명품은 제품 하나당 가격 자체가 비싸므로 판매율이 높지 않아도 매출이 많이 잡힐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롯데 백화점과 신세계 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은 고가 럭셔리 제품 매출 자체가 과거보다 늘어났다. 예전보다 더 많이 팔였다는 얘기다.

갤러리아 명품관에는 최근 독일 하이엔드 명품시계 ‘랑에운트죄네’의 단독 직영 부티크가 오픈했다. 롯데백화점에는 ‘피아제’가 들어왔고 최근 신세계에는 ‘구찌 맨즈’와 ‘펜디 옴므’가 문을 열었다. 명품 브랜드 인기 제품들은 수천만원대의 가격을 당장 현금 완납하려고 해도 물건이 없어 구매를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 소비 양극화 주도하는 2030, 문제는 ‘빈부격차’ 아니라 ‘소비패턴’

마트는 장사가 잘 안된다고 아우성인데 백화점 명품 매장은 문전성시다. 동네 밥집들이 폐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고급 다이닝 레스토랑은 예약이 꽉 찬다. 소비 흐름이 양극화되어 간다는 얘기다.

이러한 양극의 소비 패턴 변화는 20~30대가 주도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호황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마트 고객이 줄어들거나 금융 소비가 늘어난 것은 젊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온라인 위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연령대별 명품 매출 신장률을 보면 20대가 78.6%, 30대 16.7%다. 20대의 숫자가 앞도적인 가운데, 이 숫자는40대(12.9%)와 50대(13.0%)를 크게 앞선다. 60대는 오히려 2% 줄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는 큰 돈을 쓰는데 거리낌이 없다. 점심값을 아끼느라 편의점 도시락을 먹어도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해외여행 가는 것을 나쁘게 여기지 않는다.

최근 홍콩과 마카오 여행을 다녀왔다는 29세 소비자는 “돈을 아끼는 건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인데, 지금 당장 하고 싶거나 갖고 싶은게 있을때는 무리해서라도 그걸 즐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는 여행을 다녀오면서 신용카드로 유명 브랜드 패딩점퍼를 구입했고 그 덕분에 애초 예산을 크게 넘겼다고 했다. 기자가 “다음 달 재정 상황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 먼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희생하는 건 너무 아깝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소비자는 대신 올 크리스마스에 입을 니트 스웨터는 온라인 쇼핑몰을 뒤져 1+1 최저가 상품을 구입했다.

◇ 밀레니얼 소비자는 ‘나나랜드’ ‘가성비와 가심비’ 모두 다 잡는다

소비 패턴이 양극화되는 흐름을 두고 과거에는 ‘빈부격차’ 키워드를 도출했으나 요즘은 다르다. 밀레니얼 또는 Z세대 소비자들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이른바 ‘나나랜드’ 키워드로 쇼핑한다.

물론 매 순간 그런 방식으로 지갑을 여는 것은 아니므로, 평소에는 온라인 플랫폼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성비와 가심비에 맞춰 소비도 한다. 이 두 가지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소비의 양극화 흐름이 강화되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몰과 IT기업 컨설팅 경력이 있는 한 마케팅 컨설턴트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만족을 원하고 모바일 정보에 빠른 세대일수록 소비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이 컨설턴트는 “수백만원짜리 명품 소비를 주저하지 않으면서 온라인 최저가 구매 정보도 빠삭한 세대가 소비의 두 가지 큰 흐름을 함께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유는 한가지 키워드로 정의하기 어렵다. 소비자의 욕구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다양한 욕구를 최대한 많이 충족하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에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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