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목의 경영전략] 추락이 아니라 착륙이다
[최송목의 경영전략] 추락이 아니라 착륙이다
  • 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 승인 2019.12.1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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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신문 최송목 칼럼] 요즈음 주변에는 어렵다거나 망하는 회사가 많이 있다. 한국은행이나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표현들을 보면 현실과는 거리감이 있고, 전문가의 소신을 담아내기보다는 눈치 가득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업 초기나 잘 나갈 때는 이런 추락이나 실패 가능성 시나리오를 아무도 입에 담지 않는다. 계속되어 온 성공 신화에 도취하거나 권력이라는 견고한 아성에 둘러싸이게 되면 ‘추락’, ‘감소’, ‘하락’, ‘실패’ 등의 단어들은 권위에 움츠러들어 금기어가 되어가는 것이다. 한쪽의 극단적 긍정만 강조하다 보면 다른 한쪽의 위험관리조차도 부정적인 사고로 인식하고 외면함으로써 아예 재난 시나리오조차 실종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모든 일에는 항상 긍정과 부정, 최상과 최악의 양측 두 개의 선택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망하는 회사가 흔하다 보니 “이러다 나도 망하는 게 아닌가”하는 동반 불안심리도 가세하여 상황을 더 부추기고 있다. 사업에서 한번 망하는 분위기에 휩싸이다 보면 우선순위를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을 쉽사리 포기하거나 허둥대는 바람에 상황을 실제보다 더 악화시킨다. 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이 망하는 길에 들어섰다면 차분히 일을 처리하여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말이 그렇지 그게 쉬운 일인가? 비행기 조종사의 예를 들어 비유해 보겠다. 조종사에게 추락 상황은 갑작스러운 착륙 신호지만, 착륙은 그냥 매번 예정된 평상의 마무리 프로세스다. 그래서 착륙은 긴장은 되지만 안정적 하강이고, 추락은 갑작스러운 일이니, 불안정하고 두려움을 동반하는 하강이 되는 것이다. 이때 당황하고 긴장하여 조종간을 잡고 부들부들 떨기만 하고 있거나,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 엉뚱한 방향으로 조종간을 움직인다면 바로 죽음이다. 이처럼 추락의 순간에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추락이나 실패에는 예민한 속성이 있다. 함부로 다루면 그 성질이 포악하고 감정통제가 되지 않아 길길이 날뛴다. 너무 조심스럽게 다루면 위축되어 ‘용기’가 쪼그라든다. 사업에 문제가 생겨 망할 것 같은 느낌은 사장이라면 미리 '예감'이 온다. 인생 전부를 걸고 사업을 하는 오너들 특유의 촉이다. 이때 어떻게 효과적으로 그 추락 과정을 다루는 게 좋을까? 회사가 망하는 추락 과정에서 차분하게 추락하는 ‘잘 망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첫째 방법은 추락 속도를 조절하여 천천히 망해 가는 것이다. 그래야 관찰할 수 있고 대피 시간도 벌 수 있다. 혹자는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망하는데 과연 그런 속도 조절이 가능하겠냐고 말이다. 하지만 사업에서 잘 풀리지 않거나 망하는 초입 단계에서는 당사자인 사장 본인은 "아! 잘못되어 가고 있구나" 하는 걸 대충 직감하기 때문에 경황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는 차분한 준비와 여유가 가능하다고 본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유명광고회사 GSD&M의 창업자 로이 스펜스는 "사업가란 절벽에서 떨어지는 동안에 날개를 만들어 달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절박한 순간에도 생각할 시간은 있고 그 짧은 절체절명 (絕體絕命)의 순간에도 기회와 방법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업이 점차 기울어가는 와중에서도 정신을 가다듬고 양손을 모두 사용하라는 것이다. 통상 사업이 기울어지면 그것만 버텨내려고 한쪽으로만 온 힘을 쏟는다. 당연한 일이지만 일부의 힘은 다른 한쪽을 위해 투트렉(Two Track)을 운용하라는 것이다, 지금 사업의 현상 유지를 위해 버티는 손과 새로운 사업 찾기를 위한 손으로 이 둘을 병행하는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두 임무 책임자는 각각 전혀 다른 사람이고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반된 일을 한 사람이 동시에 수행하면 감정이 겹쳐 이도 저도 풀어낼 수 없다.

세 번째는 결단이다. 여기 3.5t의 거대한 코뿔소가 있다. 폴 존슨이라는 영국의 역사학자가 "코뿔소 이론(The Rhino Principle)"이라는 칼럼에서 코뿔소를 가리켜 ‘노아의 홍수 이전부터 존재했던 네발 달린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육중한 갑옷을 몸에 두르고도 살아남은 존재'로 규정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도태됐어야 할 동물인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불과 10m 전방의 물체조차도 명확하게 볼 수 없고 머리도 좋은 편이 아니다. 다만 무엇이든 눈앞에 나타나면 돌격할지 말지를 결정하고, 일단 돌격하면 온몸을 던진다. 평소 공격성도 없고 느릿하게 움직이지만, 한번 움직이면 순간 시속이 최대 40km다. 3.5t 무게에 그 속도는 엄청난 것이다. 그러니 결과는 ‘도’ 아니면 ‘모’다. 상대방이 짓뭉개지거나 줄행랑치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번 결단을 내리면 단순, 우직, 직진이다. 그 저돌성이 지금의 코뿔소가 생존해 온 이유다.

사업 과정에서 실패와 추락은 반드시 있다. 추락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이 추락의 길에 들어섰다면 차분히 착륙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추락도 착륙의 일종이다. 다만 ‘갑작스러운 착륙’일 뿐이다.

<칼럼니스트= 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사장의 품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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