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숙제,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것처럼 쉬운 충전 실현
발상의 전환, 도로가 자동차를 무선으로 충전한다
국토교통부 ‘도로 기술개발 전략안’ 발표, 무선충전 도로 기술 포함
‘필환경’과 ‘편리미엄’ 함께 충족하며 친환경차 과제 해결할까?

친환경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충전 관련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시도되고 있다. 도로 아래 무선 충전망을 설치하려는 노력도 이어진다. 사진은 세종시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친환경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충전 관련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시도되고 있다. 도로 아래 무선 충전망을 설치하려는 노력도 이어진다. 사진은 세종시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친환경차 보급이 늘어나려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연료 보급이 현재의 주유소처럼 쉽고 편리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도로에서 무선 충전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편리미엄’ 도로가 친환경차 보급을 앞당길까?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전기차는 시장 규모를 점점 확대하는 추세다. 시장 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2019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매량이 2018년 대비 0.8% 감소한 9,440만 대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했으나, 전기자동차 판매량은 2018년 대비 28% 증가한 515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친환경 자동차가 늘어나는 배경을 먼저 보자. 참고할만한 자료가 있다. 포르쉐가 올해 3월 발행한 자사 매거진을 통해 보스턴대학 ‘지속가능한 에너지연구소’ 폭스 페너 소장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보스턴 운전자들은 연간 164시간을 도로에서 보내며 보스턴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의 대부분이 도심을 오가는 차에서 나온다.

그 자동차의 70%는 자가용이고 대부분 내연기관 자동차이며 운전자 한 사람만 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스턴의 지역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2050년까지 자동차가 지금보다 1만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보스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마주한 숙제다. 이 흐름에서 보스턴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화를 이루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다른 도시와 국가들도 그 흐름에 동참하는 중이다.

◇ 전기차 시대 숙제,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것처럼 쉬운 충전 실현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려면 지금부터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주유소에서 1~2분 만에 바로 기름을 넣는 것’처럼 전기차 충전도 쉽고 빨라야 한다는 문제다. 소비자들은 배출가스를 줄이자는 취지에 공감해 친환경차를 구매한다.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부 불편함을 감수하자는 사회적 공감대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사용이 늘어나려면 전기차 역시 ‘자가용’으로서의 편리함을 갖춰야 한다. 현재의 전기차는 몇 시간 이상씩 충전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집에 충전시설이 있으면 귀가 후 밤새도록 차를 세워둔 채 충전하면 되지만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것처럼 빠른 시간에 충분한 충전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이호근 교수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전기차 전용 충전기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등, 정부가 할 일이 많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나라와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그 와중에 통신망처럼 도로 아래 충전망을 깔아 전기차가 주행 중에 실시간으로 충전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실험도 진행중이다.

◇ 발상의 전환, 도로가 자동차를 무선으로 충전한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방식에 대한 개발은 여러 각도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 받는 기술은 바로 ‘무선 충전’이다. 선 연결 없이 디바이스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로 이미 스마트폰 등 소형 기기에서는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에 무선 전기 충전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와중에 도로 충전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HMG저널을 통해 관련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HMG저널에 따르면, 충전 방식만 무선으로 바꾸는 것은 실용성이 떨어진다. 소비자들이 전기차 충전소를 찾아 오랫동안 차를 세워놔야 하는 현실을 바꾸는게 진짜 숙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소 근처의 불법주차 문제 등이 새로운 이슈로 제기되기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 아래에 충전시설을 매립해 무선 충전을 가능하게 하는 실험과 시도가 꾸준히 이어진다. 만일 도로에서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면 굳이 충전소를 찾아가지 않고도 자동으로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자동 충전 도로는 이동 시장을 뒤바꿀 혁신 기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HMG저널 역시 이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HMG저널에 따르면 미국 퀄컴이 전기자동차용 무선 충전 시스템을 개발 중이고 중국은 2Km 직선 구간 도로를 태양광 패널로 교체해 개통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도로 면적 만큼의 새로운 에너지 발전 시설을 만들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휘발유나 경유 대비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자동차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련 기술이 기대하는 수준만큼 개발되어 상용화되면, 편리하게 충전하면서 환경적으로는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편리하면서도 프리미엄 가치를 잃지 않는, 이른바 ‘편리미엄’ 도로가 탄생하는 것이다.

◇ 국토교통부 ‘도로 기술개발 전략안’ 발표, 무선충전 도로 기술 포함

국내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이미 시작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안전하고 편리한 친환경 도로를 만든다는 중장기 계획으로 ‘도로 기술개발 전략안’을 수립해 발표했다.

전략안은 크게 4가지 핵심분야로 구성됐다. 안전한 도로, 편리한 도로, 경제적 도로, 그리고 친환경 도로다. 전기차 자동 충전이 가능한 도로 계획안은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중점 추진기술 중 하나로 선정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물체가 이동하는 중에도 무선 전기충전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 전기차량이 도로 위를 고속주행하면서 무선 충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스마트폰 무선충전처럼 거치대에 올려두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주행중에도 충전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숙제다.

아울러 이와 연계해 압전 에너지 생산 효율성 향상 기술을 통해 차량이 도로를 통행하면서 도로에 전기에너지를 생산 및 저장하는 방식도 함께 연구된다.

국토부의 구체적인 목표는 친환경 도로를 통해 소음20%, 에너지15%를 절감하는 것이다. 이른바 ‘필환경’과 ‘편리미엄’을 만족시키는 미래형 도로다. 자동충전 도로가 실제로 깔린다면 미래 친환경차 시장의 새로운 화두가 될 수 있다.

물론 ‘도로 기술개발 전략안’이 단순히 전기차만을 위한 프로젝트는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당 계획은 혁신성장을 지원하고 국민의 안전과 편리를 실현하는 도로로서 안전과 편리, 경제, 친환경 등 4대 중점분야에서 구체화될 계획이다. 다만 그 큰 틀 안에 전기차 충전 도로 등 관련 내용이 담긴 것이다.

◇ ‘필환경’과 ‘편리미엄’ 함께 충족하며 친환경차 과제 해결할까?

달리는 도로에서 무선 충전이 가능해지면 자동차는 물론이고 드론이나 자율주행 로봇 등 앞으로 활동 반경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디바이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전력 공급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지면서 드론을 통한 무인배송 등도 가능해질 수 있다.

문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이다. 관련 시설과 인프라가 정말로 상용화될 수 있는지, 만일 상용화된다면 전자파 등 또 다른 환경 이슈는 없는지가 새로운 숙제로 남는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향후 자동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어떻게 나눠갈지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근거리는 전기차, 중장거리나 대형 차량은 수소전기차 위주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명확한 밑그림이 그려진 것은 아직 아니다.

정부 계획과 학계의 전망 등을 종합하면, 2030년 즈음에는 신규 자동차 중 약 33% 정도가 친환경차로 보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친환경차 보급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 그것 역시 새로운 숙제를 던질 수 있다고 본다. 전기와 수소 에너지 수급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자동차 기업과 각국 정부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이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친환경차를 편리하게 운전하도록 도우면서 ‘필환경’ 과제까지 해결할 ‘편리미엄’기술이 해법의 열쇠가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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