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친 2030세대들은 워라밸 문화에 맞춰 본인에게 맞는 휴식을 취하는 것을 즐긴다. (사진=픽사베이 자료사진)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일상에 지친 2030세대들은 워라밸 문화에 맞춰 본인에게 맞는 휴식을 취하는 것을 즐긴다.

퇴근 후 귀가해 소파에 누워 'TV 다시 보기'로 놓친 드라마를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저녁 식사를 주문한다. 사람을 집으로 불러 자녀나 반려동물을 돌보게 하고 출장 청소나 세차 등을 이용한다.

이렇게 집에서 각종 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홈코노미(Home+Economy)' 관련 지출 건수가 1년 반 동안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5060세대는 본인에 맞춰진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욜로를 지향하고 매순간 활발한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다.

최근 ▲음식 배달앱 ▲ 가전 렌털 ▲ 일상용품 배송 ▲ 집안·차량 관리(자녀·반려동물 돌봄 서비스와 출장 청소·세차 등) ▲ 홈엔터테인먼트(영상·음악·도서·게임 등 구매) 등 5개 업종을 홈코노미 관련 업종으로 규정하고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5~54세를 대상으로 한 4492만건을 통계해봤다.

분석 결과, 올해 2분기(4~6월) 이들 홈코노미 관련 업종의 하루 평균 결제 건수가 작년 1분기의 1.9배로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음식 배달앱 결제 건수가 2.14배로 증가, 5개 업종 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이어 집안·차량 관리(2.01배로 증가), 홈엔터테인먼트 관련(1.83배로 증가), 가전 렌털(1.35배), 일상용품 배송(1.38배로 증가) 등 순으로 증가율을 보였다.
부모와 자녀의 부양 의무에 지친 ‘낀 세대’로 여겨졌던 50, 60대 한국인들이 자신의 삶에 충실하려는 의지가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에도 인생 2막에 열정을 쏟으며 자신을 재발견하는 ‘리본(Re-born) 세대’의 등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자료사진)

◇ 2030 세대 홈코노미 관련 업종 가장 많이 이용해

홈코노미 관련 업종을 가장 많이 이용한 연령대는 25∼34세로 전체의 53.7%를 차지했다.

이중 35∼44세 여성(19.1%)은 건당 2만8840원을 결제, 전체 평균 결제액(2만4393원)을 웃돌았다. 9일 국민카드가 설문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5.9%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작년보다 늘었다'고 밝혔다.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 '집에서 보낸다'는 답은 51.7%로, '외부에서 보낸다'는 응답(21.2%)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유로는 '집에서 보내는 게 진정한 휴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49.5%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내가 원하는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어서'(32.4%), '집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이 많아서'(30.7%) 등 순이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두고서는 '여유로움'(45.1%), '휴식'(34.3%), '콘텐츠'(26.5%) 등의 순으로 꼽았다.

음식 배달앱의 급증도 이와 맥락이 닿는다.

응답자의 41.9%는 집에서 식사할 때 간편함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들은 '집에서 먹는 식사'를 떠올릴 때 '귀찮음', '번거로움', '간단하게', '배달음식', '간편식' 등을 연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집밥', '맛있는', '건강한' 등 기능적인 품질을 떠올리는 경우(40.7%)를 근소한 차이로나마 제쳤다.

20대 회사원 김 씨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워라밸 문화 등으로 인해 퇴근시간이 일정해졌다. 이에 일이 끝나면 바로 집에가서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 귀찮아서 거의 배달앱을 이용해서 저녁을 시키고, 먹으면서 TV를 시청하는게 저녁 일상이다"며 "주위친구들도 거의 그러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집에 대한 인식 변화로 홈코노미 관련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동시에 다양화·전문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5060 리본세대, 욜로에 주목하다

부모와 자녀의 부양 의무에 지친 ‘낀 세대’로 여겨졌던 50, 60대 한국인들이 자신의 삶에 충실하려는 의지가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에도 인생 2막에 열정을 쏟으며 자신을 재발견하는 ‘리본(Re-born) 세대’의 등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조사한 전국 50∼64세 성인 남녀 10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060 리본 세대들은 가장 소중한 존재로 ‘나 자신’을 꼽은 응답이 53.9%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배우자(40.3%), 자녀(33.4%), 부모·형제(28.3%)가 뒤를 이었다.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챙기던 부모 세대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리본 세대들은 자녀와도 일정한 거리를 두 며느리에게 ‘시월드’를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했다. 여성 응답자의 48.6%는 ‘초대받을 때만 자녀 집에 간다’고 했고, 27.7%는 거의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회사와 가정에 얽매여 살았던 데서 벗어나 나 자신을 위해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특히 55세 이하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재취업이나 창업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도전하고 싶은 자격증으로 조리사가 34.9%로 가장 많았고 외국어(34.1%), 공인중개사(32.0%) 등의 순이었다.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로는 ‘휴양지에서 한 달 살아보기’(58.5%), ‘세계 일주 하기’(52.6%), ‘사회에 의미 있는 일 하기’(47.4%) 등이 꼽혔다.

정년퇴직을 한 60대 최 모씨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자식은 결혼을 해서 다 나갔고 퇴직은 한 지금 다시 새 인생을 사는 느낌이다. 일을 계속 하고 싶어서 어떤일을 할지 찾아 보는 중"이라며 "돈을 벌기 위한 일 보다는 내 삶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서 찾아 보는 중이다"고 말했다.

연구를 진행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1990년대 등장했던 X세대가 50대에 접어들면서 이전 부모 세대와 큰 차이를 보인다”며 “중년 세대를 흔히 부모, 자식 사이에 ‘낀 세대’로 보는데 오히려 나를 찾아가는 ‘깬 세대’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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