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달력, 통칭 '은행달력'은 매년 연말 '인기' 구가
'은행달력을 집에 두면 부자된다'라는 속설 탓
아직 12월 초지만 '매진' 행렬 이어져

'은행 달력'은 '돈을 많이 벌게 해준다'는 속성이 있어 인기가 많다. 사진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있는 'KB국민은행'과 '키움예스저축은행'에서 받은 달력이다.(사진=소비자경제)
'은행 달력'은 '돈을 많이 벌게 해준다'는 속성이 있어 인기가 많다. 사진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있는 'KB국민은행'과 '키움예스저축은행'에서 받은 달력이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그 달력이 마지막이네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KB국민은행 지점에서 금융업무를 처리하고 탁상달력을 받으면서 행원에게 들은 말이다. 해당 지점은 이미 벽걸이 달력은 동이 났고, 탁상달력 역시 기자가 가져온 것이 마지막이었다. 근처의 키움예스저축은행은 아직 달력이 남아있다고 했고, 아직 구하지 못했던 벽걸이 달력을 받아들었다. 그렇게 여전히 깨지지 않은 '은행달력을 집에 두면 부자된다'라는 공식을 확인하고, '내년 부자될 준비'를 마쳤다.

예로부터 은행,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의 상호금융 등의 금융권 달력, 통칭 '은행달력'이라고 불리며 매년 연말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은행 달력을 걸어두면 돈을 많이 번다'는 속성 때문이다.

강남역 인근의 한 저축은행 지점 지점장은 "최근 들어 하루에 달력이 있는지를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에 30건 가까이 온다"며 "당행 거래 고객이 아닌 분들도 지점에 들러 달력이 있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해 복이 오기를 염원한다. 그래서 '돈이 많은 장소'인 은행에서 주는 달력을 받아 다시 은행에 많이 돈을 예금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은행과 달력과의 이 뗄래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는 코난테크놀로지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펄스K'의 지난 1년간의 분석결과를 살펴봐도 나타난다. '달력'과 고연관성을 갖는 공간으로 '은행'의 비중이 두 번째로 높았던 것이다.   

실제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카페 등의 커뮤니티에서는 '은행달력을 언제부터 배부하는지' 문의하는 글과 '은행달력을 받았다'는 인증샷까지 다양하게 올라와 있었다. 은행달력을 나눔한다는 글에는 치열하게 댓글이 달리기도 했고, 심지어 무료로 배포되는 은행달력을 돈을 지불하고 사겠다는 글도 있었다. '펄스K'의 상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은행달력'과 고연관성을 갖는 상황은 '중고거래'로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도 은행달력은 돈을 주고서라도 사야 하는 그런 물건이었다. '돈을 많이 벌게 해주기' 때문에 많은 곳에서 달력을 만들고, 또 무료로 나눠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은행' 혹은 '금융권' 마크가 붙어있는 그것을 소유해야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스테디 트렌드'다.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새해 워너비 복템'인 달력, 그것은 더 거슬러 올라가 '100세시대'인 전 세대를 아우른다. 집에 두면 '돈을 많이 번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각 금융기관들은 개별사만의 디자인, 편의성 등을 살려 '보기도 좋고 쓰기도 좋은' 달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키움예스저축은행은 달력의 디자인을 반 고흐의 작품으로 꾸며 방 안을 갤러리로 만드는 '눈호강'이 가능했다.

KB국민은행은 이수희작가와의 그림으로 1년 열두달을 채웠다. 또 캐시 플랜 스티커를 내장, 재미있게 현명한 소비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줬다.

KB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달력을 달라고 오시는 고객분들이 많이 있으시다"며 "달력에 표시할 수 있는 캐시 플랜 스티커 역시 반응이 좋아서 몇해째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을 방방곡곡 생활금융을 나누는 '새마을금고'는 업의 특성에 맞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달력으로 매년 인기를 얻고 있다. 새마을금고 달력은 전반적으로 사이즈가 크고, 절기, 기념일 같은 정보는 물론, 나의 일정들을 적어둘 수 있도록 메모 공간이 넉넉하다는 장점이 있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달력은 연말 인기상품"이라며 "사이즈도 크고, 글자도 크고, 날짜 밑에 일정을 적어둘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어르신들이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이어 "큰 글씨는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 편리하게 볼 수 있어 계속 이 디자인이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것이 풍부한 시대다. 날짜를 확인하는 것 역시 옛날과는 달리 굳이 '달력'을 꺼내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실시간으로 오늘이 언제인지를 알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빳빳한 종이에 새겨진 새로운 날짜들의 향연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혹시 내게도 '복이 와주지 않을까'하는 그 기대가 매년 충전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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