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할 줄 아는 베이비부머세대 리더, MZ세대와의 만남에서 '공감' 찾아내
MZ세대 임직원 베이비부머세대 리더와의 격의 없는 대화 '대환영'

지난 2일 서울 명동 사옥에서 진행된 하나금융그룹 출범 14주년 기념식에서는  '리셋', '리빌딩', '게임' 등의 'NEXT 2030 경영원칙'이 발표되기도 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이 가운데 직원 대표를 중심으로 각각 왼쪽에서 두 번째, 네 번째 자리를 잡는 모습이 포착됐다.(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지난 2일 서울 명동 사옥에서 진행된 하나금융그룹 출범 14주년 기념식에서는 '리셋', '리빌딩', '게임' 등의 'NEXT 2030 경영원칙'이 발표되기도 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이 가운데 직원 대표를 중심으로 각각 왼쪽에서 두 번째, 네 번째 자리를 잡는 모습이 포착됐다.(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지금의 젊은 세대야 모르겠지만,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라는 한 통신사 광고는 그야말로 '아하'라고 감탄사를 뱉게 만드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혁신' 그 자체였다. 광고 속 통신사의 고유 앞자리였던 '016' 번호는, 이제는 만난다면 더듬더듬 추억 소환을 해야 할 정도의 옛일이다. 단, 그때나 지금이나 청바지 입는 세대와 넥타이를 맨 세대가 회사에서 매일 만난다는 '팩트'는 변함이 없다.

지나간 시대는 대부분 '유감'스럽다. 그의 세대에서 또다른 그의 세대로 넘어오는 교두보 사이에서 늘 발생하는 것이랄까?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그때'라는 시절을 떠올린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흐르지 않는 시절은 없기에 그렇다. 신세대, 중간세대, 구세대로의 순환 속에서 세대가 '단절'이 아니라 '공감'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2일 하나금융그룹은 그룹 출범 14주년 기념식을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이 직원 대표를 중심으로 각각 왼쪽과 오른쪽에 섰다. '직원-회장-직원-부회장-직원'의 구도로 말이다. 보수적인 금융기관의 현장 사진은 보통 수장을 중심으로 도열하기 마련인데 그런 원칙을 깼다.

같은 날 발표된 경영원칙 역시 파격 그 자체였다. 'NEXT 2030 경영원칙'은 리셋(Reset), 리빌드(Rebuild), 게임(Game)이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2005년 그룹 출범 이후 쭉 사용해왔던 경영 슬로건인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도 '모두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로 바꾼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손님을 넘어 직원, 주주, 공동체를 아우르기 위해 내년부터 변경해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리셋과 리빌드를 실행하기 위해 '게임(Game)'을 제시했다.

직장 내 주요 구성원인 '밀레니얼세대'와 그보다 젊은 신입사원인 'Z세대', 일명 ‘MZ세대’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키워드다. 실제로 하나금융 측은 새로운 시대에 일하는 방식도 즐겁게 바꾸자는 취지로  '게임처럼 즐겁게 하자'를 제시했다고 설명한다.

회사는 일에 흥미를 느껴 몰입할 수 있도록 목적을 공유하고, 직원은 스스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회사에 피드백한다. 이에 회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소통이 빠른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내벤처' 등의 아이디어 실현 구축 창구를 만든다.

하나금융그룹은 계열사 자체에서도 베이비부머세대인 경영자와 MZ세대 직원이 활발하게 소통해 왔다.

하나생명의 주재중 대표는 ‘시네마데이’를 통해 임직원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다. 지난 여름 영화 ‘라이온킹’도 임직원과 함께 극장을 찾아 관람했다. 건강한 조직과 행복한 직장 만들기의 일환으로 함께 영화를 보고 밥을 먹으며 세대 간 격의없는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셀카 좀 찍는 베이비부머세대 KEB하나은행 지성규 은행장이 'Run To You!' 행사 중 깜짝 퀴즈를 맞힌 행원과 기념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사진=KEB하나은행 제공)
셀카 좀 찍는 베이비부머세대 KEB하나은행 지성규 은행장이 'Run To You!' 행사 중 깜짝 퀴즈를 맞힌 행원과 기념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사진=KEB하나은행 제공)

KEB하나은행 지성규 행장도 '영화'를 주요한 소통 매개체로 활용한다. 지난 상반기에는 본점 대강당에서 '와글바글 무비치어스(Movie Cheers)'라는 이름으로 MZ세대 임직원과 영화를 관람하고, 세대를 아우르는 메뉴 '치맥'으로 감성 소통을 맛 소통으로 이어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지성규 행장은 올해 취임 당시부터 이런 모습을 예고한 바 있다. '직원이 신바람 나는 은행'을 만들겠다는 그의 다짐은 '은행장과 함께하는 소통과 공감 생방송 간담회', '와글바글 무비치어스'로 실행됐다.

특히, 세대간 소통은 신바람 나는 은행의 핵심 역량 중 하나였다. 'KEB하나은행 꼰대를 논하다'라는 캠페인으로 세대간 수평적 소통을 막는 '꼰대 문화' 대신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은행 내 밀레니얼세대 직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들 세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 수다마루에서 진행된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의 타운홀미팅 현장이다.(사진=KB금융그룹 제공)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 수다마루에서 진행된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의 타운홀미팅 현장이다.(사진=KB금융그룹 제공)

최근 실적을 바탕으로 한 '연임'의 소식을 전한 KB국민은행 허인 행장 역시 부드러운 미소만큼 말랑말랑한 세대 공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있었던 'KB국민은행 18주년 창립기념식' 현장에서 발표된 허인 행장은 이러한 내용을 기념사에 담기도 했다.

허 행장은 기념사를 통해 "직원들이 숫자 이상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리더들이 앞장서서 직원 개개인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받을 수 있는 근무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합니다. 가슴에 단 ‘KB 배지’가 자랑스럽고, 길을 걷다 보이는 ‘KB 간판’이 모두가 반가운 조직이 될 때 KB국민은행은 10년, 50년 뒤에도 지금처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자랑스러운 글로벌 은행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KB국민은행이 소속된 KB금융그룹을 이끄는 윤종규 회장 역시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 베이비부머 리더'다.  윤 회장은 '타운홀미팅'을 통해 직원들과 대화하고 또 현장에서 추천하는 도서를 선물하기도 한다.

'윤 회장님 소통'은 연단에 서는 것이 아니라 귀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의 자유로운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서 유튜브 채널도 적극 이용된다. '도시락토크' 등으로 직원들과의 내공을 쌓은 그는 실시간 중계와 채팅을 이용한 대화에도 문을 열어둔다.

IBK기업은행 김도진 행장은 3년간 691곳의 전 영업점을 돌았다. 그의 손에는 직원을 격려할 간식꾸러미가 있었고, 늘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담아 본점으로 돌아갔다. 사진은 김 행장의 군산지점 방문 모습을 담고 있다.(사진=IBK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 김도진 행장은 3년간 691곳의 전 영업점을 돌았다. 그의 손에는 직원을 격려할 간식꾸러미가 있었고, 늘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담아 본점으로 돌아갔다. 사진은 김 행장의 군산지점 방문 모습을 담고 있다.(사진=IBK기업은행 제공)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비단 시중은행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지난달 행장 대신 일일사원이라는 새 명찰을 달았다. 현장 중심 경영의 첫 걸음으로 부산지점의 일일사원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방 행장은 직접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상담 등의 여신 과정을 진행했다. 직접 고객을 만나서 현장을 체험하고, 또 고객과 접점에 있는 지점 직원들을 만나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한 것이다.

임기 막바지인 IBK기업은행 김도진 행장 역시 '임기 내 모든 영업점을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김 행장은 총 691곳의 점포를 돌며 3년간의 '현장속으로'를 마무리지었다. 김도진 행장은 지점에서 직원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MZ세대'를 격려하기 위해 지역 먹거리를 들고 지점에 갔고, 또 그들의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지난달 총 125,024km를 이동해 온 그의 여정이 끝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가족 같은 직원들이 땀 흘리는 곳을 찾아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내 역할이다"

높은 곳과 낮은 곳에 서 있는 CEO와 직원을 보며 시절을 보내온 '베이비부머세대'인 그는 '나란히' 함께 설 수 있는 '멋쟁이 베이비부머세대'가 되어 '세대 소통'을 실천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