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박은숙 기자] 며칠 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고(故) 장호 선생 별세 소식을 뉴스 통해 알게 됐다. 장호 선생은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폐 손상 4단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다.

가슴이 먹먹했다. 기업을 믿고 구매한 제품이 생명까지 잃게 한 억울함과 분노 때문이다. 피해가 너무 크다. 장호 선생은 지난 10월 환경부 종합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가습기살균제 인한 폐암 유발 가능성과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의 분리운용 불함리함을 증언했다. 그는 끝까지 싸웠다. 인간이 귀한 생명에 대한 태도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10년 지났어도 소비자는 여전히 억울했다. 기업의 외면, 소비자가 피해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동시에 어마어마한 경제적 부담도 감수했다. 소비자와 기업 간 오해는 더 깊어지고 있다.

최근 분야 불문하고 자동차, 식품, 전자제품 등 제품이 생명을 위협한 사건들이 많았다. 하지만 기업의 대처는 소비자들의 불만과 분노를 줄이지 못했다. 소비자와 기업 간 불만과 규정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존재해서다.

소비자는 구매한 제품이 기대에 못 미쳐 시정을 요구하거나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억울하다고 한다. 기업은 법적으로 피해준 것이 없다고 모르쇠 태도다. 소비자들의 억울한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소비자가 과한 주장이고, 다른 목소리는 피해를 받아 억울해서 해결 원하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의 불만 없앨 수 있을까? 소비자원, 소비자단체도 소비자를 위해 운동하고 있다. 또 기업에서도 소비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하지만 소비자 불만은 계속 존재한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불만을 얘기하고 상담받고 화 난 마음을 풀어주는 사회적 제도 장치들도 충분히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지금은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다. 소비자들은 잘 먹고 잘 사는 소비를 추구한다. 하지만 이런 소비가 목숨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법과 제도도 소비자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졌다. 기업과 소비자 간에 쌓일 수 있는 오해를 풀기 위해선 기업의 노력이 더 요구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군대가 옛날보다 좋아졌다고 말한다. 옛날보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한테는 여전히 옛날과 같이 힘들다.

소비자가 변하고 있다. ‘쓸모인류’ 저자 강승민씨는 자신의 저서에서 인터뷰이의 말을 빌려 "사는 사람이 영리해져야 못 된 자본주의자들이 뜨끔 한다. ‘돈을 벌려면 제대로 만들어야겠구나’하고 각성을 한다. 영리한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괜찮은 생각하는 자본주의자가 늘어난다"고 언했다.

어쩌면 지금 소비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똑똑하고 영리해져 가고 있고,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투명하고 정직한 정도 경영의 신뢰를 쌓아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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