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KB국민은행장 무난하게 연임 성공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정책금융기관 특성상 새로운 선임 이어질 듯
2020년 3월은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 나란히 임기 만료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금융리더들의 임기가 잇따라 만료되고 있는 가운데, 영속성 있는 과제 추진과 실적을 이어가기 위해 금융사는 '연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금융수장 '연임'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이 날카로운 만큼 연임이 확정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사는 관리감독을 받는 입장인 만큼 금융당국의 눈초리를 신경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수장들의 임기 만료가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연임을 확정지은 것은 KB국민은행의 허인 행장으로, 지난 11월 7일 새롭게 행장으로 추대되고 2020년 11월 20일까지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허 행장은 일찌감치 재선임이 유력했다.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최종 은행장 후보로 추천된 후에는 더욱 공공연해져 공식 발표 전인 10월 한 행사장에서는 '연임' 축하 인사를 미리받기도 했다.

10월 2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타 서울에서 진행된 '리브M' 론칭 행사에서 KB디지털금융그룹 한동환 대표이사 등과 함께 기자들의 질문 답변에 나선 허 행장은 '연임을 축하드린다'는 한 기자의 말에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별다른 결격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한 KB국민은행과 달리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IBK기업은행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은 상황이 좀 다르다.

# 김도진 기업은행 행장은 교체 가능성…신한 조용병-우리 손태승 회장 연임 저울질 

우선 지난 2016년 취임한  IBK기업은행의 김도진 행장의 경우 정책금융기관의 특성상 연임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 행장은 지난달 국·내외 691 곳의 모든 점포를 방문해, 임기 내 모든 '영업점을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유종의 미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머지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그야말로 금융당국의 손바닥 안에 '연임'이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논란에 대한 책임소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의 금융권 수장의 '연임'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한 전력이 있다.

KEB하나은행 함영주 은행장 역시 금융당국이 제기한 '채용비리 재판' 문턱 앞에서 3연임 포기로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재판과 관련해 은행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함 은행장은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결국 금융당국과의 분란을 피하기 위해 KEB하나은행은 지성규 부행장에게 은행장 바통을 넘겼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경제 전반의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건전한 지배구조'와 윤리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지난해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에서도 '금융회사의 CEO 선임 투명성 제고'가 담겼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권의 CEO 및 이사 선출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부족하고 특정인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개입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형의 선고와 관련한 임원 결격요건 조정 등을 담은 지배구조법 개정 사항을 내논 바 있다. 

올해 역시 이러한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내년 3월 임기 종료로 연임 분위기가 솔솔 나는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멘트가 연이어 계속되는 이유다. 하지만 내부 상황은 다르다. 

1984년 신한은행 입행 후 지난 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2015년 신한은행 은행장을 거쳐 2017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조 회장은 '실적'으로 '연임'에 무게를 실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례적으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며, 조 회장 연임에 힘을 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조 회장이 이끄는 신한금융은 리딩금융사로서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영속성 있는 '2020 SMART Project' 실천으로 3분기 당기순이익 9816억원, 누적 당기순이익2조8960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해외부문 역대 최대이익 달성, 캐피탈, 카드, 생명 등의 비은행 부문의 고른 성장 등이 돋보인다.

반면 외부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제기된 '신한은행 부정채용' 혐의와 관련해 신한금융 사외이사들에게 '법률 리스크'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장 재직 시절 당시 채용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아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의 1심 선고가 내년 1월 중 선고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당국의 의무에 대해 '지배구조법에 따라서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선임하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밝히며 이보다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똑같이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손태승 회장은 'DLF 사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손 회장은 2018년 12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선임 당시 우리은행 이사회에서는 지주 출범 초기이니만큼 은행장이 지주 회장을 겸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손 은행장을 회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임기는 2019년 사업연도에 대한 정기 주주총회 종결시까지로, 즉 오는 2020년 3월로 예정돼 있다.

연임으로 저울의 추가 기우는 데에는 손 회장은 지주 출범 초기 그룹체계의 안정화에 큰 공을 세웠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이 보유 중인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대만 푸본금융그룹과 글로벌 장기투자자 등에게 매각하면서 오버행 이슈(Overhang Issue 시장의 대기물량부담)를 불식시키기도 했다.

하반기 비이자, 비은행, 해외수익 비중을 각각 40% 수준까지 끌어올리자는 '40-40-40'의 중장기 비전도 성과 창출에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비이자수익 40이 발목을 잡았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인 'DLF'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였다는 금융소비자의 항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손 회장은 'DLF 사태' 이후 손실 관련 고객 응대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발표하며, KPI(성과평가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오는 5일 진행되는 분쟁조정위원회 결과와 이후 제재 여부 등이 남겨져 있다. 또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와는 별도로 우리은행의 은행장 임기는 내년 12월까지 1년 정도가 남아 있다는 것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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