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현대 성인들에게 매우 높은 보급율 보이는 IT 디바이스
소비자는 운전만 하고, 결제는 자동차가 알아서 하는 시대 눈 앞
계산 쉽게 하는 '편리미엄' 넘어, 차에서 뭐든 가능한 Car to Life 시대 목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차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 '카결제'가 본격화되면 저런 장면들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차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 '카결제'가 본격화되면 저런 장면들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주유소 자동결제 시스템을 도입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현금과 지갑이 필요 없는 세대다. 모바일로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요즘은 운전자들의 ‘편리미엄’을 위해 ‘카결제’ 서비스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히 지불을 쉽게 하는 것을 뛰어 넘어 운전자의 삶을 궁극적으로 더 나아지게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기는 뭘까. 과거에는 PC, 지금은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어지간한 현대인들이면 다들 하나씩 가진 커다란 IT디바이스가 있다. 바로 자동차다. 자동차는 현대 성인들에게 매우 높은 보급율을 보이는 IT디바이스다. 실제로 자동차 전문가들은 "과거의 자동차가 거대한 기계 또는 전자장치였다면, 요즘 시대 자동차는 커다란 IT디바이스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가 올 봄 한 핀테크 행사장에서 “미래에는 현금과 지갑이 구시대 유물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모바일기기의 발전으로 결제가 점점 간편해진다는 의미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면 어지간한 결제가 다 된다. 그런데, 만일 자동차로 결제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 결제는 자동차가 합니다. 당신은 그냥 운전만 하세요?

‘자동차가 무슨 결제를 하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그런 시스템은 갖춰져있다. 대표적인 예가 ‘하이패스’다. 엄밀히 말하면 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차에 설치한 하이패스 단말기와 그 단말기에 꽂은 카드가 통행료를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운전자는 그냥 차를 몰고 지나가기만 하면 결제가 된다.

‘그건 진정한 의미의 카결제가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도 아이폰이나 갤럭시가 직접 결제하는게 아니라 전화기에 내장된 소프트웨어가 결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진일보한 ‘카결제’ 시스템도 있다. 자동차 번호판을 인식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2020년 이후 개통되는 고속도로에 해당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마트 톨린 시스템’으로 불리는 이 결제방식은 번호판을 인식해 후불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운전석에 앉아서 결제할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편리함’은 있지만 실제로 ‘쓸모’가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자동차로 주문하는 ‘드라이브 인’ 카페나 레스토랑, 아니면 주차장이나 주유소, 또는 자동차전용극장 등에서 이 시스템은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실제로 스타벅스에서는 이 서비스가 가능하다. DT PASS 전용 앱을 다운 받아 결제 카드와 자동차 번호를 등록하면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주문시 차 번호를 인식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1대당 약 15초 정도 시간이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지갑 없는 주차장’ 서비스도 이 범위에 포함된다. 출입구나 주차장 노면의 센서가 차 번호를 인식해 자동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서울시는 2020년 이후 해당 주차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 차량 내 간편결제 시스템 위해 힘 모으는 기업들

2020년은 자동차로 결제하는 시대, 그러니까 ‘카 커머스’ 시대의 원년이다. 스마트폰이나 PC에 이어 3대 디바이스라 부를만한 자동차가 새로운 결제 수단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 그리고 금융사들이 카 커머스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현대자동차는 인카페이먼트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6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발표하면서도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과 함께 차량 내 간편결제 기능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간편결제는 운전자가 차 안에서 화면 터치 등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관련 앱에 차량정보 및 카드 정보를 등록하고 제휴 주유소나 주차장에 진입하면 내비게이션 화면에 결제 정보가 표시되고 바로 결제와 적립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내 간편결제 기술 구현을 위해 주유 및 주차 관련 회사, 카드사 등과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으로 패스트푸드나 카페, 전기차 충전소 등 운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각 기업들도 관련 인프라 선점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GS칼텍스는 자동차 내부에서 주유량을 결정하고 결제하는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테스트했고 에쓰오일과 SK주유소도 관련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사들도 자동차 결제 시장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드사들이 커넥티드카 시범 서비스를 추진하는가 하면 하이패스와 연동한 카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 ‘편리미엄’의 궁극적인 목표, 차 안에서 무엇이든 가능한 ‘car to life’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커넥티드 카 커머스'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차량용 결제 플랫폼인 '제보(Xevo) 마켓'을 도입했다. 제보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커넥티드 카 및 차량용 텔레매틱스 기술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다. 현대차 북미법인은 텔레매틱스 서비스 '블루링크'를 통해 커피, 기름값, 주차비 등을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아차도 지난해 중국 전략형 신형 스포티지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바이두와 협업으로 개발한 커넥티비티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를 통하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기반 차량 내 온라인 직접 결제가 가능하다.

지난 2016년 현대차는 커넥티드 카 개발 콘셉트를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라고 이름 붙인 바 있다. 자율주행은 물론 차 안에서 생활·업무 전반이 이뤄지는 '카 투 라이프(Car to Life)' 실현이 목표다.

자동차라는 익숙한 디바이스를 활용해 결제하는 ‘편리미엄’, 그리고 소비자의 다양한 행동들이 이뤄지는 생활 속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이다. 편리미엄의 궁극적인 지향점과도 연결된다.

기술은 사람을 편하게 한다. 하지만 편리한데서 끝나는 건 의미가 없다. 편리함을 통해 확보된 시간을 인간이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카 커머스 ‘편리미엄’ 키워드는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