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최송목 칼럼] 그림으로 음악을 듣는다? 최근 ‘최정주의 아트앤뮤직큐레이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의 그림 ‘인상 Ⅲ(ImpressionⅢ’(부제:콘서트)이야기다.

이 그림은 칸딘스키가 1911년 1월 1일 뮌헨에서 열린 신년음악회에서 쇤베르크(1874~1951)가 선보인 '현악 4중주 2번, Op. 10’과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소품'을 듣고 그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곡은 중심이 되는 음이 아예 없고 음색과 음조의 변화만을 가진 새로운 개념의 무조((無調) 음악으로 칸딘스키에게 대상이 없어도 색채만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확신을 준 곡이다.

이후 그는 자연에 있는 그 어떤 형태와도 관계가 없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그림에서 노란색은 트럼펫의 팡파르, 오렌지색은 비올라 또는 따뜻한 알토의 목소리, 빨강은 튜바 또는 큰북, 보라색은 바순, 파랑은 첼로 또는 더블베이스, 오르간, 녹색은 바이올린의 명상적인 지속음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리와 시간을 정지 시켜 공간으로 옮김으로써 콘서트의 감흥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냈다. 완벽한 전환의 예술이다.

최근 비즈니스에서도 융복합과 전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주유소에 택배, 편의점이 입점하고 전동킥보드 충전도 한다. 꽃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산다. 단순한 여행에서 뷰티와 의료관광을 하는 복합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농촌의 딸기 농장이 종합 체험 교실로 변하고, 벼농사 짓던 들판이 고기잡이 놀이터로 바뀌고, 교통수단에 불과했던 자동차가 첨단 가전제품으로 무장하여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쳐 온 이런 일상의 변화들은 10년 전을 돌이켜보면 상전벽해 같은 엄청난 변화다. 경계의 붕괴이고 융합이고 전환이다.

융합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구별 없이 하나로 합해지는 것이다. 다양한 유형의 지식과 행위 간의 결합이다. 그렇다고 마구잡이식 결합이나 단순한 전문 영역 간의 담 허물기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또 한쪽 영역의 일방적 포기를 통해 상대를 굴복시키거나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이점에 대해서 `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라는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서로 마음의 벽을 열고 자기 영역의 담을 낮추는 것이다. 이를 두고 서강대 이덕환 교수는 ‘내 집의 담이 높으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들여다볼 수도 없지만 나도 내다 보기 어렵다“라고 표현했다. 그것은 마치 각자 자기 고유의 집은 가지되 예쁜 화분으로 나지막하게 장식된 화단 같은 느낌의 담일 것이다. 최소한의 자기 영역 표시만으로 그 담에 개방의 따뜻한 감성을 담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모든 담장을 허물어 고유의 전문성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자 고도의 전문성을 유지함으로써 오히려 더욱 빛난다. 무지개가 무지개라 불리는 것은 각각의 고유색이 있고 그것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칸딘스키의 그림 ‘콘서트’라는 제목에서도 ‘조화’와 ‘경쟁’이라는 정반대의 상반된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다. 각종 악기가 서로 경쟁하면서도 전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이 이 순간에도 서로 합쳐지고 전환되고 있다. 경영에서도 이제 전환과 융복합의 변화가 대세다. 칸딘스키가 쇤베르크 연주를 듣고 감흥을 그려냈듯이 이제 다른 눈으로 세상 흐름을 봐야 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 귀로 들리는 것. 맛으로 느끼는 것, 손으로 느끼는 촉감을 융합하고 다른 것으로 바꿔보려는 융복합 전환의 사고다. 앞으로 미래는 보이는 것들을 들리게 하고, 들리는 것들을 그려야 하는 것이 경영의 핵심이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사장의 품격’ 저자>

《참고문헌》

1. 음악이 있는 그림, 칸딘스키 '인상 Ⅲ' https://news.joins.com/article/204460

2. 심리학으로 미술 감상하기, https://m.blog.naver.com/k-mjeong/221119240091

3, 에릭 캔델, 이한음 옮김,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프시케의 숲,2019

4.이덕환,창조경제가성공하려면,20130618,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3061802012369697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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