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체계, 긴장감, 비용감소 임원 감축 기조 뚜렷
신사업 모색 외부 인사 영입하는 이른바 '메기효과' 기대

정부가 소비자 물가 하락과 저물가 기조가 계속 될 수도 있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상황을 발표하자 국내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인원구축 및 변화에 들어간 가운데 임원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정부가 소비자 물가 하락과 저물가 기조가 계속될 수도 있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과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몸부림이 심화되고 있다. 

재계는 조직의 유연한 경영체계, 긴장감, 비용감소 등을 위해 임원 수를 줄이거나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이른바 '메기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최근 30대 그룹 가운데 분기보고서를 제출하는 272개 계열사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조사한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19조9406억 원, 49조2642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50.5%나 감소했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세계경제전망’에서도 미국, 유럽, 일본 등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시장은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국가와 기업 등 경기가 안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다. 이는 내부회의의 공기만 맡아도 알 수 있다"며 "임원들은 서로 눈치싸움을 하는 중이다. 위기가 아닌 적은 없었지만 요즘 처럼 살얼음판 걷는 것 같은 느낌은 처음"이라고 말을 아꼈다.

◇ 기업 업황 둔화에...수장들 "긴장 하라"

이러한 상황을 가장 먼저 직시한 국내 그룹은 롯데와 한진 그룹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달 신동빈 회장과 계열사 대표,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영간담회에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투자의 적절성을 점검하고 예산관리를 강화 하라는 다소 긴장감 높은 주문을 한 바 있다.

특히 그룹의 주력사업인 쇼핑사업의 부진을 타개하고 롯데마트와 슈퍼를 통합하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유통사업 및 인력을 재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는 임원 감축을 대거 할 것으로 보인다.

업황둔화에 따른 실적부진을 겪는 한진그룹도 대규모 임원감축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진행한 뉴욕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일각에서 거론되는 임원 30% 감축에 대해 “다른 회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어서 대한항공도 그럴 거라고 짐작한 것 같다”면서도 대규모 임원 감축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 대표, 임원, 직원까지 대폭 감축하는 모양새...내부 직원들 "불안해"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인원 감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LG디스플레이와 최근 적자를 겪은 이마트는 임원을 대폭 줄이고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LG는 지난 9월 이례적으로 연말이 되기 전에 한상범 대표이사 부회장이 퇴진하고 정호영 신임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이어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해 임원의 25%를 줄였다.
 
이마트도 지난달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이갑수 전 대표가 물러난 뒤 강희석 전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파트너를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창사 이래 최초 외부영입이다. 이와 함께 회사 내 40명의 임원 중에서 11명이 이 전 대표와 함께 이마트를 떠났다.

CJ그룹은 임원은 대폭 줄이고, 직원까지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다. 지주회사보다는 각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계열사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LGD는 지난달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25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국내 맥주회사 OB도 1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9월부터 희망퇴직을 진행해 인력감축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임원 감축을 워낙 대폭 실시하니 직원들도 모이면 불안하다고 입모아 얘기한다"며 "당장 권고사직을 하는건 아니지만, 팀 부서 임원이 갑자기 바뀌거나, 희망퇴직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오면 사실상 불안전한 것 아니냐"고 실토했다. 

◇ 사업 확장 위한 다양한 솔루션 구축...외부 영입도 한 방법  

대기업 계열사 임원이나 인원감축과 함께 신성장사업, 사업다각화, 주요사업부문, 계열사 강화 등을 위해 외부 영입에 힘을 싣는 기업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 개발을 담당할 ‘UAM(Urban Air Mobility)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신재원 박사를 영입했다. 디자인경영을 적극 펼치고 있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GM(제너럴모터스) 및 BMW 등에서 디자인 경험을 두루 거친 서주호 디자이너를 현대디자인이노베이션실 상무로 영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국내 업계는 연말 인사를 앞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누가 나가고, 누구로 바뀌고, 자진 사퇴하고 등..."이라며 "적자 겪은 기업들이 부진한 경영실적으로 이어져 대거 임원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기조는 내년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원과 인사의 변화는 기업의 득을 가져다 줄 수도 있지만 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경영의 방향성이 읽힐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는 임원 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들까지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어 기업의 이미지까지 흔들릴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신중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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