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객 중심 언어로 개편 선언
우리은행, '고객 중심! 이해하기 쉬운 은행용어 사용 캠페인'
KB국민은행, 'KB고객언어가이드' 수립

우리은행은 '고객중심! 이해하기 쉬운 은행용어 사용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전경이다.(사진=소비자경제)
우리은행은 '고객중심! 이해하기 쉬운 은행용어 사용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전경이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예금자보호법에 의거해 이 예금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 예금자가 됐다. 그러다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대출을 받게 됐다. 그런데 나는 대출받은 사람이 아니라 '차주'가 됐다.

여러 가지 업무가 이뤄지겠지만, 은행은 크게 돈을 빌리거나 맡기는 곳이다. 즉, 대출 아니면 예·적금을 하러 간다. 당연히 금융소비자는 해당 업무 처리를 끝내고 나면 예금자가 되거나 대출받은 자가 되는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전자는 맞지만 후자는 아니었다. 은행 내에서는 돈을 빌려쓴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차주(借主)'라는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이 고객 중심의 서비스로 변화를 선언하고,  '용어'의 문턱 내리기를 시도하면서 누구나 '알기 쉬운 은행 언어'로 바뀌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지난달과 이번달 관행적으로 사용해 오던 금융용어를 금융소비자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쉬운 언어로 바꾸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은행 언어는 금융소비자로 하여금 '직관적'으로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차주'가 그렇다. 실제로 코난테크놀로지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펄스K'의 지난 1년간의 상황분석 결과에 따르면 '차주'라는 단어의 고연관성을 갖는 것은 운전이었다. 이 단어에 대해 절대 다수는 차의 주인의 뜻을 가진 차주(車主)를 떠올린 것이다. 은행에서 빈번하게 사용되고, 은행원들로부터 많이 들었지만, 은행 대출을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은행은 전직원이 ‘차주’를 ‘대출 신청하신 분', '대출 받으신 분'으로 바꾸어 사용하는  고객 중심의 은행 용어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고객 중심! 이해하기 쉬운 은행용어 사용 캠페인'의 일환으로, ‘더 친숙한 고객동행’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우리은행은 이밖에도 선정된 30개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바꿨다. 특히 차주를 포함해 △‘날인’은 ‘도장을 찍다’ △‘내점’은 ‘방문’ △'CD겸용'은 입출금 기능 추가 △'권종'은 '지폐종류' 등으로 '이것만은 꼭 해보는 5가지 용어'를 별도로 지정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캠페인은 더 친숙하게 고객님에게 다가가겠다는 손태승 은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향후 고객과의 상생 아이디어 공모,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 공모 등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추진하여 ‘고객 최우선, 현장경영 문화’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동참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용어 선정 등 전 단계에 걸쳐 직원들을 참여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 10월 참여형 대직원 테마제안을 실시하고, 직원들이 제안한 용어를 주요 업무별로 분류하고 고객응대 사용빈도와 효과성에 따라 최종 용어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앞서 KB국민은행은 'KB고객언어가이드'를 새롭게 보급한 바 있다.

'KB고객언어가이드'는 고객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사용하자는 취지로, 고객과 소통이 많은 직원들의 글쓰기, 말하기 교육을 위해 만들어졌다. 중점을 둔 부분은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행동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문장 표현과 용어를 바꾸는 것'이었다.

KB국민은행은 가이드에 KB고객언어 4대 기본 원칙인 △고객 중심으로 쓰기 △누구에게나 쉽게 쓰기 △뜻을 명확하게 쓰기 △행동중심으로 쓰기를 반영했다. 예를 들어 △‘~제공합니다’는 ‘~받습니다’ △‘고시’는 ‘안내’ △‘통보’는 ‘알림’ △‘내점’은 ‘방문’ △‘차기’는 ‘다음’  △‘견양’은 '보기' △‘계약응당일’은 ‘계약해당일’ 등이다.

지금까지 흔히 은행권에서는 전문용어 및 일본식 한자어, 외국어 투의 단어나 문장, 같은 의미의 다른 사용 용어 등이 사용되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런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순화하는 등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밖에도 'KB고객언어가이드'는 과도한 높임법 등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잘못 쓰여 온 표현까지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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