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이 이끈 무선 열풍, 청소기에 자동차까지 무선 기능 확대
편리하고 심플한데 기능은 업그레이드, ‘편리미엄’ 무선 가전 주목
튼튼한 품질은 당연, 취향과 디자인이 중요한 소비 기준

IT와 자동차 등 전 산업에 걸쳐 '무선'제품이 대세다. 튼튼한 품질만을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취향과 디자인, 그리고 프리미엄 기능을 두루 갖춘 결과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민트색 무선 청소기 제트. 민트는 '민트초코' 등으로 젊은 세대에게 폭넓게 유행하는 컬러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IT와 자동차 등 전 산업에 걸쳐 '무선'제품이 대세다. 튼튼한 품질만을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취향과 디자인, 그리고 프리미엄 기능을 두루 갖춘 결과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민트색 무선 청소기 제트. 민트는 흔히 호불호가 갈리는 색이지만, 최근에는 '민트초코' 등으로 젊은 세대에게 폭넓게 유행하는 컬러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전기선이 사라지고 있다. ‘코드’를 연결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다. 기능과 디자인을 모두 만족시킨 결과다. 상향 평준화된 품질 속에서 취향이 가장 중요한 소비 기준이 됐고, 기업들은 더 나은 디자인을 위해 치열한 행보를 이어간다. 무선제품 열풍은 결국 '편리미엄'의 흐름 속에 있다.

애플 에어팟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무선이어폰을 보며 ‘콩나물’이라고 조롱했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블루투스 헤드셋 등이 대중화되지 못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디자인만 생각하다 기능성을 놓쳤다”고 혹평했다. 분실위험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로부터 수개월 후, JTBC예능 <캠핑클럽>에서 이효리가 줄이 치렁치렁 달린 이어폰을 가방에서 꺼내 귀에 걸자 그 모습을 보던 성유리와 이진이 웃으면서 어이 없다는 듯 말한다. “에어팟 없어요? 줄 없는거 없어요?” 그렇다. 이제는 무선이 대세다.

이어폰에서만 선이 사라진 게 아니다. 백색가전도 선이 없어졌다. 청소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무선이 대세다. 열풍의 시작은 다이슨이었고,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가전 제조사들도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만족시킨 무선청소기 제품을 오랫동안 유행시켰다. 조만간 무선충전 방식 전기자동차가 출시될 예정이라는 소문도 돈다. ‘무선화’는 IT디바이스의 가장 큰 흐름 중 하나가 됐다.

마우스와 키보드 시장에서 무선 제품 비율이 지난해부터 50%를 넘겼고, 전 세계 무선 청소기 시장은 연간 2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무선이어폰이 내년 한해에만 1억 3000만대 가까이 팔릴 것이라고 한다.

◇ 편리하고 심플한데 기능은 업그레이드, ‘편리미엄’ 무선

무선 IT제품의 키워드는 크게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사용이 편리하다는 점, 둘째는 디자인이 심플하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이 과거보다 좋아졌다는 점이다.

블루투스 등 통신기술의 발달은 소비자들을 ‘편리미엄’ (편리함+프리미엄)으로 이끌었다. 선이 없어지면서 움직임이 자유로워졌다. 에어팟을 예로 들어보자. 유선 이어폰을 귀에 꼽은 상태로 옷을 입고 벗거나 옆으로 매는 가방을 편하게 들고 벗을 수 있을까? 보관하기도 편하고 운반하기도 쉽다.

디자인 업계의 오랜 격언이 있다 ‘Simple is the best(심플한 것이 가장 좋은 것)’ 불필요한 요소를 들어내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선 가전은 이런 부분에서 분명한 강점이 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14년차 산업디자이너는 “취향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 ‘좋은 디자인’은 쉽고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말이나 글이 없어도 제품의 쓰임새를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어야 하고 형태도 안정적인 균형이 중요한데, 선 없이 심플하면 상대적으로 그런 구현이 쉽다”고 말했다.

편하고 예쁜 것에만 그쳤다면 잠깐의 유행으로 스쳐 지나갔을텐데 최근의 무선 열풍은 매우 거세다. 그 이유는 바로 형태는 단순해졌으나 기능은 강화됐기 때문이다. 무선 청소기지만 흡입력이 더 강해지거나 무선 마우스지만 휠과 스크롤이 과거보다 정교해지는 식이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 등이 <트렌드코리아>에서 제안한 ‘편리미엄’ 키워드가 이 지점에서 관찰된다.

◇ 튼튼한 품질은 당연, 취향과 디자인이 중요한 소비 기준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대기업들이 일제히 ‘디자인 경영’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제 디자인은 패션이나 가구 등 일부 산업만의 숙제가 아니라 IT, 제조업 등을 포함한 전 산업의 과제가 됐다.

과거에는 ‘품질’이 제품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이었다. 90년대에는 국내 유명 가전업체가 ‘제품이 튼튼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탱크’라는 카피를 들고 나와 시장에서 화제를 일으킨 적도 있다. 하지만 제조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고, 그 와중에 제품 교체 주기는 또 짧아지면서 요즘은 디자인과 편의성이 중요한 소비 기준이다.

4인 가족이거나 또는 3대가 모여 사는 과거의 대가족 시절에는 가족 구성원 모두를 두루 만족시키는 보편타당한 가치가 제품의 강점이었다. 하지만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요즘은 소비자 개인의 취향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주요 IT 자동차는 물론이고 가구 업체들이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코카콜라 북미디자인 디렉터 출신과 SAP 글로벌 디자인 헤드를 상무로 영입했다. 이들은 무선사업부에서 디자인전략과 UX(사용자경험) 혁신 업무를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수년 전 영국 디자인 회사 대표를 역임한 인물을 부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는 람보르기니 자인 개발을 주도해온 외국 디자이너를 유럽제네싯선행디자인 스튜디오 상무로 영입했다. 이 디자이너는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등을 주도한 실력파 디자이너로 알려져있다. 기아자동차도 인피니티 수석 디자인 총괄 출신을 디자인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사실 디자인은 과거에도 중요한 영역이었다. 품질을 강조하던 그 시절이라고 디자인의 중요성을 간과한 건 아니다. 다만 그 중요성이 최근 더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단순히 '보기에 예쁜 것'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사용하기 편하면서 기능은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요즘 디자인의 숙제다. 무선가전 열풍도 결국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진화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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