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정몽규 회장 의지 적극 작용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인수하라"
아버지 이어 2대째 이어온 모빌리티 꿈, 항공산업으로 도전
'승자의 저주' 우려 속 2.5조 규모 인수전 재계 미칠 영향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정몽규 회장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며 인수가격을 높였다는 후문. 사진은 정몽규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전 참여 배경과 향후 계획을 밝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정몽규 회장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며 인수가격을 높였다는 후문. 사진은 정몽규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전 참여 배경과 향후 계획을 밝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몽규 회장이 선대의 꿈을 새롭게 이뤘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도 우려한다. 아시아나항공을 품는 것이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는 시선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금호산업 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최종입찰에 참여한 3개 컨소시엄 중 HDC현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달성 및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가장 적합한 인수후보자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품게 되면서 범현대가의 재계 순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 8063주(지분율 31.05%)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도 한꺼번에 매각한다. 다만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경우에 따라 자회사를 개별 매각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뒀다. 추후 협상과정에서 일부 자회사가 개별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

현산 컨소시엄은 매입가로 약 2조 4~5000억원 안팎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 경쟁을 벌인 애경그룹 등 다른 커소시엄과의 가격 차이가 매우 크고 업계 전망치도 훌쩍 뛰어넘은 액수다.

◇ 정몽규 회장 특명, “재도약을 위해 아시아나 반드시 인수하라”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우선순위 협상자로 선정된 가장 큰 원동력이 정몽규 회장의 굳은 의지라고 본다.

실제로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은 현대산업개발의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입찰 금액을 높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입찰가격이 1조 5000억에서 2조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동원한 것은, 건설업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 배경을 살펴보자.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 출신이다. 정 회장의 아버지는 고 정세영 명예회장으로 현대차에서 ‘포니’신화를 주도하며 ‘포니정’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1991년 현대자동차 상무에 올랐고 1993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만 34세였던 1996년에는 현대자동차 회장직을 맡았다. 아버지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차의 수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행보였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현대차 경영권은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갔다. 정주영 회장이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 자동차 경영권을 물려주기로 결정하자, 정 회장은 선친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고 정세영 회장은 자신이 일군 현대차를 떠나는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정 회장은 선친의 별명을 딴 ‘포니정 재단’을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정몽규 회장의 아버지는 고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이다. 사진은 지난 1993년 당시 정세영 명예회장이 아들 정몽규 부회장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회장의 아버지는 고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이다. 사진은 지난 1993년 당시 정세영 명예회장이 아들 정몽규 부회장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사진=연합뉴스)

◇ 아버지 ‘포니정’ 시절부터 2대 걸친 모빌리티 숙원 풀었다?

이런 이력 때문일까. 정 회장은 모빌리티(교통) 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대우자동차 인수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하고 인터넷 자동차 판매업 진출을 모색하는 등 자동차 산업에 꾸준히 눈독을 들였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을 국내 10대 건설사로 성장시키며 건설업계의 강자로 올라섰다. 그리고 건설에서 쌓은 자산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돌입했다. 이런 배경을 두고 한 언론에서는 “정몽규식 통큰 베팅, 2대(代) 걸친 ‘모빌리티’ 숙원 풀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비건설업종에서의 ‘빅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시아나항공은 국내 2위 국적항공사로 지난해 7조 18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항공산업은 해운이나 물류, 항공기 부품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과의 연계가 가능하다. 대한항공 유관 회사들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다. HDC가 영창악기를 인수하고 현대아이파크몰을 통해 유통업 진출을 도모하는 등 다양한 행보도 보여왔는데, 항공사를 거느릴 경우 업종 확대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실무 차원에서 진두지휘한 현대산업개발 정경구 경영지원본부장은 아시인수 배경에 대해 "본업인 건설업보다 항공업의 리스크가 작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이 바로 정 회장의 의중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지난 12일 HD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항공산업 뿐 아닌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HDC그룹이 지속가능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입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 이후 1조 500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토대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던 정 회장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는 후문이다.

◇ 아시아나 방향성...2조 규모 자금 투입 후 재무건전성 개선 및 안전 확보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 회장은 "아시아나가 지금까지 상당히 성장해 왔고 지금 이렇게 어렵게 된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꼭 좋은 회사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인수 후 약 2조원 규모를 신규로 투입하고 재무건전성을 개선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는 "2조원 이상 투입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면 부채비율을 300% 미만으로 떨어트릴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되면 초우량 항공사로 기업가치가 올라가고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 건전성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안전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걱정은 안전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기체문제 및 비상착륙 문제 등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 인수를 통해 HDC그룹을 '모빌리티 그룹'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밝혔다.

정 회장은 "국가기간 산업인 항공산업이 HDC의 전략과 부합했고 육상, 해상, 항공 등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성장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의의"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명칭 검토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현재는 아시아나의 이름을 바꾸지 않을 방침이지만 HDC와 조화롭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끝까지 계약이 성사되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몽규 회장은 다른 3~4세 재계인사에 비해 일반 소비자에게 이름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미지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 활발히 활동했고, 재계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남북경제교류특별위원회 창립회의에서 위원장인 정몽규 회장이 개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몽규 회장은 다른 3~4세 재계인사에 비해 일반 소비자에게 이름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미지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 활발히 활동했고, 재계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남북경제교류특별위원회 창립회의에서 위원장인 정몽규 회장이 개회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정몽규 회장은 누구? 현대차 떠나 건설업계 뛰어든 CEO

정몽규 회장은 다른 재계 3~4세에 비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이름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사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고 재계에서의 성과도 훌륭하다. 특히 건설업계에서는 경영 능력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

정 회장은 2005년 4월 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뒤 현산을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내실 있는 회사중 하나로 키워냈다.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플랜트 사업이나 대형 토목사업 등으로 발을 넓힐 때 현산은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건설 확장에 뜻이 없는 것 아니냐’고 수군대기도 했다. ‘제조업 마인드로 건설사를 운영하면 안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내실을 다지는데 힘썼다. 최근에는 단순시공을 넘어 디벨로퍼(부동산개발사)로도 적극 참여, 다른 대형 건설사와 달리 자체개발사업 매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과 면세점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 하는데 힘썼고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기울였다.

정 회장은 지난해 5월 지주사 출범 이후 미래 신사업 발굴 및 사업 다각화를 꾸준히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나 정부 정책 변화 등에 따라 리스크가 존재하는 사업 말고 안정적인 신규 사업에 목말랐다고 한다.

◇ HDC현산 재계순위 18위권으로 도약, 한편에선 ‘승자의 저주’ 우려도

HDC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HDC의 재계 순위는 2018년 기준 33위에서 18위 정도로 뛰어오르게 된다. 현재 계열사 총자산에 아시아나항공 자산을 더하면 약 18조 8000억원 규모로 재계 17~18위 사이다.

현재 국내 재계에서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기업은 재계순위 2위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KCC, 그리고 한라그룹과 현대그룹 등이다. 인수가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은 현대백화점그룹을 재계순위에서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며 우려의 시선도 제기한다. 아시아나항공의 큰 부채규모 등을 감안하면 자칫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2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부채 9조 5989억 원에 자본 1조 4555억 원 규모로 부채비율이 660%에 달했다. 물론 신규 투자가 이뤄져 자금이 투입되면 부채비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일시불이 아니라 장기간 리스 형태로도 구매하기 때문에 부채가 높게 잡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적잖은 부채와 현재의 재무상태가 HDC그룹에게 부담이 될 우려도 있다.

증권가에서도 이런 전망을 다수 내놨다. 하나금융투자 채상욱 연구원은 “합병이 마무리되고 연결재무제표나 실적추정이 가능한 시점까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전제하면서 “아시아나 인수과정에서의 상각이나 대손 등의 추가적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주가 역시 이런 불확실성을 반영하여 약세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KTB투자증권 김선미 연구원은 “HDC 현대산업개발의 양호한 재무구조를 고려했을 때 이번 인수로 HDC 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 하락 및 재무구조 악화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인수자금으로 부채비율을 300% 이하까지 낮춘다고 하더라도 노후화된 기체와 낮아진 경쟁력, 최근 들어 늘어난 기체결함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신규 항 공기 구입을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영업실적의 빠른 회복 없이는 재무 구조 추가 악화가 가능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 본협상에서 치열한 밀당 예고, 2.5조 인수전 재계 미칠 영향은?

변수도 있다. 본협상에서 금호산업과 구주 및 신주 가격, 경영권 프리미엄 등의 세부조건을 놓고 치열한 협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전체 매각가격은 비싸게 제출했지만 금호산업에게 돌아가는 구주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해 경영권 프리미엄은 매우 적게 산정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구주 가격을 높이려는 금호산업과 협상이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

반면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태 등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며 인수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싸게 사려는 자와 비싸게 팔려는 자의 필연적인 신경전이다.

본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이른 시일내에 매각 작업이 마무리 되겠지만, 양측의 이견이 크면 협상이 길어지거나 매각 관련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반면, 현대산업개발이 ‘승자의 저주’를 피할 것이라는 우호적인 기대도 있다.

키움증권 라진성 연구원은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떨어지고, 순차입금비율은 100% 초반대(기존 471%)로 낮아진다”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차입금 조기상환 및 리파이낸싱, 신용등급 개선에 따른 조달금리 하락 등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라진성 연구원은 “안정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신규 항공기 도입과 노선 정리 및 확대를 진행하면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대한항공을 제치고 1위 사업자로 등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범현대가와의 시너지 효과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항공유 분야에서, 현대백화점그룹과 면세점 및 기내식 분야에서 협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라 연구원은 “이외에도 HDC아이콘트롤스와 아시아나IDT의 결합을 통해 직접적으로 항공 IT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조 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인수전이 정몽규 회장과 현대산업개발, 그리고 아사아나항공 등 재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관심이 주목된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