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화진흥원 주관, ‘2019 정보접근성 세미나’ 국회 개최
터치스크린 미숙한 노인, 화면 조작 어려운 장애인 등 ‘정보 격차’ 시달려
세대와 계층, 환경과 건강 관계없는 '평등한 정보 접근' 절실

19일 국회에서 '키오스크 세상과 디지털 소외'를 주제로 정보접근성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세대와 계층, 환경과 건강에 따른 정보격차를 겪지 않도록 기술과 제도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사진은 세미나 현장에 참석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소비자경제)
19일 국회에서 '키오스크 세상과 디지털 소외'를 주제로 정보접근성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세대와 계층, 환경과 건강에 따른 정보격차를 겪지 않도록 기술과 제도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사진은 세미나 현장에 참석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키오스크’ 시대다. 동네 카페와 분식집도, 패스트푸드점도, 심지어 고속도로 휴게소도 요즘은 터치스크린 무인주문이 대세다. 소비자는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고, 업주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으며 소통 과정에서 주문 오류 등도 줄일 수 있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건 터치스크린이 익숙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얘기다.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사람들이야 키오스크로 음료와 음식을 주문하는게 그저 ‘카톡’하나 보내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가 익숙하지 않은 노인 세대. 키오스크가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어 팔이 닿지 않는 장애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키오스크가 때로는 ‘통곡의 벽’이 된다.

<소비자경제>에서는 이미 이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 8월에는 ‘[소비자기획] 노인을 위한 IT는 없다?…실버세대 통신소비자 교육 절실하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당시 기사를 통해 SK텔레콤과 서초구청 등 관련 내용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과 지자체 사례도 소개했다.

◇ ‘키오스크 세상과 디지털 소외’ 국회서 논의

최근에는 업계는 물론 정계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19일 국회에서 ‘2019년 정보접근성 세미나’가 열렸다. 국회 융합혁신경제포럼 등이 주최하고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주관한 행사다. 이 세미나는 ‘키오스크 세상과 디지털 소외’라는 주제로 열렸다. 모든 국민이 키오스크를 쉽게 사용하도록 만들자는 취지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단순히 생활의 편의를 누리지 못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보 격차와 경제 격차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말하며 “정보접근성은 (모두에게)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성태 의원은 ‘디지털포용’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김 의원은 “누구나 정보 접근에 차별 받지 않고 원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보접근성의 중요성이 계속 강조되고 있으며 ‘디지털포용’이라는 가치로 다시 한번 집중되고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발제자로 나선 성신여자대학교 교육학과 노석준 교수는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 과기정통부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정보접근성 관련 부처 및 업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키오스크 등 무인단말기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할까 충북대학교 문현주 교수는 “장애인들이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는지, 시각장애인도 버튼이나 배출구 등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휠체어에 앉은채로 버튼 등을 조작할 수 있는지, 터치스크린의 텍스트가 노인이 읽기에도 충분한지, 또는 시각장애인이 터치스크린의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등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문 교수는 실제 우리나라 무인단말기 사례는 장애인의 접근성이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단말기 화면이 높고 앞쪽으로 기울어져있어 휠체어 사용자가 보기 어렵거나 점자 레이블이 없어 시각장애인은 버튼이나 레버 등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어려운 경우도 많다.

◇ 인터넷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정보접근성 ‘미흡’ 사이트 전체 74.3%

휠체어를 탔거나 거동이 어려운 노인만 그런 문제를 겪는 건 아니다. 소비자 중에서는 정교한 손동작이 어려운 사람도 있고 색깔 구분이 어려운 사람도 있다. 삽입구나 배출구의 위치나 모양 등이 손동작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하거나, ‘파란색 버튼을 누르라’는 등의 지시가 색 구분 어려운 소비자들을 소외시키기도 한다.

이런 사례는 생활 속에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기차표를 예매할 때 좌석 선택 버튼이 너무 촘촘해 시력이 좋지 못하거나 정확한 손동작이 불가능한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 뿐만 아니라 교통편 예매, 금융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문제가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IT강국이지만 장애인과 고령자의 정보접근성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에 따르면 과기부와 정보화진흥원이 장애인 및 고령자 등의 정보접근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웹사이트의 정보접근성은 평균 66.6점이었으며 75점 이하로 ‘미흡’ 판정을 받은 웹 사이트 비율이 74.3%였다.

장애인 또는 노인들에게 사용이 쉬우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단말기는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야 하며, 소프트웨어도 음성인식이나 텍스트 읽어주기, 또는 번역 등이 가능해야 해서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 업체와 소프트업체 모두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 세대와 계층, 환경과 건강 상태에 상관없이 평등한 정보 누려야

고령화 추세가 빨라진다는 점, 그리고 국내 등록 장애인 숫자가 과거보다 일부 늘어났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는 그야말로 절실한 숙제다.

기업 등에서 관련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빅스비를 통해 모든 소비자들이 기기를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돕고, 가독성을 높이고 눈의 피로를 줄인 키보드 모드를 출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삼성전자 백인호 책임은 지체장애인이 빅스비와 접근성 기능을 함께 사용하면서 갤럭시를 사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가전에 접근성 기능을 통해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시청각 장애인용 TV를 보급하는 등 관련 노력도 기울여왔다.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1천만명이 일시적, 영구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아우르는 접근성, 그리고 노년층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올해 4월에는 앱 접근성 개선 워크샵을 개최해 음성안내 및 글자확대 기능 등을 도입하기도 했다.

접근성 문제는 신체장애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요소에 의해서도 필요할 수 있다. 시끄러운 공간에서 대화를 들어야 하거나 어두운 상황에서 화면을 확인할 때, 또는 특정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일부 활동이 불가능할 때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결국 이것은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든 정보와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평등과 공평’의 문제다. 정보의 접근이 정보를 넘어 경제적 차이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사회적 의미 측면도 있다. 세대와 환경에 상관없이 모든 소비자가 자유롭게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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