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획] 제도권 밖 소외자인가?…‘도로 위 무법자’ 배달대행 기사 관리 절실
[소비자기획] 제도권 밖 소외자인가?…‘도로 위 무법자’ 배달대행 기사 관리 절실
‘배달 기사가 치킨 훔쳐 먹었다?’…관련 불만 논란 증가 추세
쏟아지는 배달 물량, 배달 대행 ‘라이더’ 처우 개선 목소리
점점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 이뤄져야
  • 이한 기자
  • 승인 2019.11.19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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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대행 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논란이 늘어나는 가운데, 배달 기사들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사진은 배달 대행 기사들이 자신을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배달 대행 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논란이 늘어나는 가운데, 배달 기사들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사진은 배달 대행 기사들이 자신을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배달 앱으로 치킨을 주문했는데 평소보다 양이 부족하다. 배달원이 중간에 몰래 먹은 것 같다”는 글이 자주 올라왔다. 특정인이 올린 글 하나가 이곳저곳 퍼져 나간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비슷한 경험담을 올리고 있다. 이 얘기들은 마치 ‘도시괴담’처럼 퍼지고 있다.

해당 글에서는 ‘CCTV에서 배달원이 음식을 빼먹는 모습을 봤다’거나 ‘나는 배달 기사인데, 배달하던 음식을 직접 먹어봤다’는 인증이 쏟아졌다. 배달앱 후기 게시판에도 ‘정량보다 적다’거나 ‘누군가 먹은 것 같다’는 제보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허위내용이나 과장된 사실을 올리는 악성 유저들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모든 글이 다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최근 관련 논란이 커뮤니티마다 치열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일부 업주들은 포장용기에 밀봉테이프나 스티커를 붙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음식 상자에 스티커를 붙여 미리 포장을 개봉하면 스티커가 훼손돼 소비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스티커 제작업체뿐 아니라 배달앱 배달의 민족에서도 자체 제작한 안심 스티커를 판매하고 있다.

◇ 늘어나는 배달대행 불만과 사고, 업주와 소비자 모두 피해자

배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배달 대행기사 관련 불만과 사고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배달음식 관련 소비자 불만은 2017년 394건에서 지난해 483건으로 22.6% 늘었다.

배달 대행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소비자뿐만 아니라 업주들도 피해자가 된다. 점포 소속이 아닌 배달 대행업체 소속 배달원이 음식을 가지고 나가는데, 업주들이 그들을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업주들은 배달앱을 통해 접수된 주문을 받아 음식을 조리해서 내보낼 뿐, 배달원을 스스로 선택할 수는 없다. 업주가 주문을 배달앱에 노출하면 그 주문을 선점한 배달원이 해당 주문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사고가 생기면 업주 역시 애꿎은 피해자가 된다

서울 잠실에서 배달 전용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동네를 자주 오가는 배달원의 경우 안면을 익혀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업주가 배달원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달앱 업계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달앱은 업주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그 연결고리가 되는 배달원들을 관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뾰족항 방법이 마련되지는 않았다.

배달의민족은 이슈가 된 내용에 대해 언론을 통해 “자사 소속 라이더에 대한 고객 항의는 접수된 바 없다”고 밝히면서 “최근 이슈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소속 라이더 교육을 통해 배달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안전한 시스템 마련 위해 제도적 장치 마련 절실

배달앱 라이더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가 됐다. 수많은 소비자들이 배달 대행원들과 직접 마주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도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은 존재했다. 하지만 배달앱 등을 통해 집으로 직접 음식을 가져오는 기사들이 늘어났다. 이들은 집안에서 소비자와 직접 마주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검증된 사람들이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슈들을 따져보자. 우선 배달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가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는 최근 매년 증가세다.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약 12% 늘었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이륜차 교통사고만 늘어나고 있다. 이륜차 사고의 상당 부분이 바로 배달 오토바이다.

운전자나 보행자들은 일부 배달대행 기사들을 ‘도로 위 무법자’라며 비난한다. 과속이나 난폭운행을 일삼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사들도 할 말이 있다. 기사들은 얼마나 많이 배달하느냐에 따라 수입이 결정된다.

배달 기사 대부분은 가게나 배달앱 업체에 직접 고용된 정직원이 아니다. 주문대행업체에 간접 고용되거나 업체로부터 이른바 ‘콜’을 받는 프리랜서 형태로 일한다. 주문을 많이 처리하면 돈을 많이 벌고 그렇지 않으면 지갑이 얇아진다. 생존을 위해서는 빨리 달려야 하는 숙제가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배달 기사에 대한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역마다 주문 및 배달업체에서 원동기 면허증 가지고 기사로 등록하면 별다른 규제 없이 배달을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유명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해도 배달 기사는 그 업체와 무관한 경우도 많다. 다양한 업체에서 기사를 파견하기 때문이다.

보험 가입이 되어 있지 않은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꼼꼼한 관리가 어렵다. 일부에서는 성범죄 전력이 있는 배달원이 여성 혼자 거주하는 집에 배달을 가게 되는 등의 문제도 지적한다.

◇ 무등록 오토바이 또는 무면허 배달사례도...

실제로 지난 10월 무등록 오토바이로 배달하던 10대 배달원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지난해 4월에는 무면허 청소년이 배달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여성 네티즌들이 많이 모인 게시판에서는 “배달원과 직접 마주하는 것이 불편하다”거나 “집에 있을때도 음식 배달이 오면 문 앞에 놔두고 가라고 말한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제도 밖 사각지대에서는 다양한 편법도 오간다. 가게 몇 곳의 주문을 모아 한꺼번에 배달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 점심 등 배달이 몰리는 시간에는 예상 주문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음식 조리가 밀린 경우도 있지만 배달 여러개를 묶어서 처리 하다보니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주문이 많을 때 한 번에 여러 건의 주문을 처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배달을 처리하기 위해 한사람이 2대 이상의 전화기로 콜을 받거나 타인의 이름을 빌려 배달을 하고, 일이 몰릴 때는 배달기사가 다른 사람을 따로 고용해 일부 물량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 배달대행 기사가 자체 ‘알바생’에게 또 다른 대행을 맡기는 경우다.

이런 문제들을 일부 배달 기사의 일탈만으로 치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배달 물량은 자꾸 늘어나는데 한정된 인력으로 훌륭한 서비스만 제공하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숙제여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배달 기사도 근로자로 인정하고 정당한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등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다.

◇ 사회가 마주한 새 숙제, 배달원은 개인사업자? 아니면 근로자?

최근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있었다. 개인 사업자로 업무 위탁 계약을 맺고 일해온 배달 앱 '요기요' 배달원을 고용노동부가 근로자로 인정한 것.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은 요기요 배달원 5명이 제기한 임금 체불 진정 사건에서 이들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난달 28일 그 결과를 진정인들에게 통보했다.

앞서 요기요 배달원 5명은 정해진 장소에 출퇴근할 의무가 있고 점심시간까지 보고해야 하며 특정 지역에 파견되는 등 업무 지시를 받고 있다며 지난 8월 초 노동부에 근로자 인정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주휴수당과 연장근로수당 등 체불 임금 지급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요기요는 ‘배달원과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했고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배달원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노동부는 근로자 여부에 관해 배달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부 관계자는 "진정인의 근무 형태 등 여러 정황으로 미뤄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자로 인정되면 노동관계법의 보호 대상이 된다. 사용자 쪽에는 노동관계법에 따른 각종 수당 지급 등의 의무가 생긴다.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노동부가 배달 앱을 통해 일하는 배달원을 근로자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당 판결을 계기로 플랫폼 업체 전반의 위장도급 근절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동부는 이번 판단이 진정을 제기한 배달원들에게만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요기요의 다른 배달원은 근무 형태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요기요 배달원은 대체로 근무 형태가 같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노동부의 이번 판단을 토대로 플랫폼 업체의 위장도급 행태를 근절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요기요에서 근무하고 퇴직금 등을 못 받은 라이더들을 모아 진정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번 진정 사건 조사에서 임금 체불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라이더유니온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소송을 통해서라도 권리를 찾겠다"고 강조했다.

◇ 점점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 사회적 인식 확립 및 처우 개선 절실

노동부의 이번 결정은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 여부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주목할 만하다. 플랫폼 노동자는 다양한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배달 대행 기사들은 물론이고 최근 논란이 된 ‘타다’등도 이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크게 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한창근 교수는 언론 기고를 통해 “연구자에 따라 전체 노동인구 대비 플랫폼 노동인구를 9~30%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플랫폼 노동인구의 확대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사례다. 실제로 세계은행은 2020년에 전 세계 플랫폼노동자가 1억 1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창근 교수는 플랫폼 경제의 제도적 포용을 위한 개선방안으로 “플랫폼 경제의 실태파악, 플랫폼 노동의 확산에 따른 노동기본권 및 노동조건에 관한 면밀한 조사와 법적 개선, 그리고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도적 규제”를 제시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전반적인 사회정책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회적인 이슈가 발생하면 개인의 일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 업주는 자신이 만드는 음식을 누가 가지고 가는지도 모르고, 소비자는 서비스에 대한 품질을 보증받기 어려울 우려가 있으며, 배달원들은 부지런히 일을 하면서도 제도적인 뒷받침을 받지 못한다면 그 구조는 개선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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