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2020년도 영업점 KPI 혁신안 개편 방안 발표
고객 기반의 KPI가 될 수 있도록 단기 대신 장기적 관점 접근할 것

우리은행은 18일 KPI(성과평가제도) 전면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우리은행 본점 전경이다.(사진=소비자경제)
우리은행은 18일 KPI(성과평가제도) 전면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우리은행 본점 전경이다.(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DLF 사태'에 대한 현장검사가 마무리됐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은 발표한 데에 이어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간담회를 열어 사태의 중요성을 재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은 위원장은 양일 간 현장에 참석해 해당 은행들을 향해 "철저한 자기성찰을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을 통해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관련하여 경영실태평가시 KPI 적정성을 점검하는 등 은행들이 엄격한 내부통제기준을 우선 도입하도록 유도하겠다"며 은행의 자율적인 KPI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금융당국의 요구에 우리은행은 18일 KPI 전면 개편을 발표하고, 발빠른 대처에 나섰다.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발표 후 사흘 만이다.

우리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0년도 영업점 KPI 혁신안의 주요 개편방안을 살펴보면, △평가지표 24개에서 10개로 축소 △고객 수익률, 고객케어(Care) 등의 지표 배점 대폭 확대 △비이자이익 지를 폐지해 조정 RAR(위험조정이익)로 단일화 △KPI 목표도 반기에서 연간으로 기준 부여 등이다.

우리은행의 KPI 개편은 '금융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있다. 고객 기반의 KPI가 될 수 있도록 단기 대신 장기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고객 중심 영업문화가 정착되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지점별 특성에 맞도록 자율성을 부여해 영업점의 KPI 부담을 덜어주는 영업환경을 구축하고, 가장 비중이 큰 수익성 지표 중 비이자이익 지표를 아예 폐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KPI제도 전면 개편은 영업 추진 방식에까지 큰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수신, 펀드, 방카, 카드 등 사업그룹 상품별로 본점에서 영업점에 목표를 배분하고 실적을 평가했던 기존의 평가 방식이었던 외형 위주 영업에서 과감하게 탈피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체질 자체를 개선해, 고객 중심, 내실 위주 영업을 실천해 고객 신뢰 회복에 박차를 다한다는 계획이다.

이토록 빠른 KPI 개편이 이뤄진 배경에는 손태승 행장의 적극성이 지목된다. 실제로 손태승 행장은 18일 전국 영업본부장 회의를 소집해  KPI와 조직개편 방향을 직접 밝히며, 지난 14일 금융위원회의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손태승 행장은 “모두가 공감은 하지만 실행에 주저했던 과제들을 지금 바꾸지 않으면 혁신의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피해 고객에 대한 신속한 배상을 위한 철저한 준비도 주문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9월 손실과 관련해 최선을 다해 대응할 것을 발표하며, KPI 전면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고객 중심의 평가지표인 고객서비스 만족도, 고객 수익률 개선도 등 고객에게 도움이 되었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가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는 'DLF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KPI 등의 성과구조를 지적한 바 있다. 은행 CEO, 임원진 등이 판매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 과도한 실적 독려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특히 해당 사태의 주된 판매 채널 은행의 경우 PB센터 KPI가 일반 점포와 다르게 비이자수익 비중이 높게 설정돼 있었다는 것이다. 또, 판매 목표를 부여하고 1일 단위 실적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타 경쟁은행에 비해 소비자 보호 배점은 낮게 부여해, 상품에 대한 안전성 검증 없이 경쟁적 판매만 이뤄지는 영업환경이 조성된 것이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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