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판 ‘골목상권 침해’…분양가상한제 실시로 심화되나
건설판 ‘골목상권 침해’…분양가상한제 실시로 심화되나
지방 재건축 사업 지역 기반 업체 전담, 대형 건설사도 ‘군침’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건설사 지방 재건축 수주전 가세
지역 기반 2군 중소건설사 법정관리 등 된서리 맞아
  • 임준혁 기자
  • 승인 2019.11.13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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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상반기 수도권 부동산 규제정책을 피함과 동시에 자사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로 무장해 지방으로 눈길을 돌렸던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에는 민간주택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눈길을 지방으로 돌리는 경향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방 중견 건설사들의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서울 27개 동을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여의도,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내 27개 동이 해당된다.

국토부가 밝힌 분양가상한제 지역 지정기준은 ▲2017년 8‧2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일반분양 예정물량이 많은 지역 ▲정비사업 일반분양 물량이 1000가구 이상인 지역 ▲분양가 관리를 회피한 지역 등이다.

문제는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현재 서울에서 진행 중인 대다수의 재개발 사업이 제동 위기에 있다는 점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전유물인 서울 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막힌 셈이다.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일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없고, 그만큼 부담이 커지는 조합 입장에선 사업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조합 설립 이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 지역 재건축 추진 단지는 총 137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는 94곳으로 68.6%다.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리모델링 추진 단지 42곳 중 절반인 21곳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수익성 높은 서울 지역에서의 수주 기회가 줄어드는 셈이라 대안 마련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에 드는 대형 건설사들이 그동안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지방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대전 중구 태평5구역 재건축 사업은 이 지역 건설사인 금성백조주택뿐 아니라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도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치열한 수주전을 예고했다.

지난 9월에도 한화건설이 부산 북구 덕천동 361일대 1만6050㎡ 면적의 ‘덕천3구역’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조합원 300명(총 437가구), 공사비 812억원 규모의 초소형 사업이다. 건설업 초호황기 때에는 대형, 중견건설사들이 쳐다보지도 않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이 사업에는 한화건설과 한진중공업을 비롯한 8개 사가 수주 경쟁에 나선 바 있다.

◇ 대형 건설사 지방으로 눈 돌려, 지방 건설사 입지 축소 우려

일부 대형사는 소규모 개발에 특화된 자회사 설립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지방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GS건설의 ‘자이S&D’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낮은 이자로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고 사업 진행이 빠른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기금을 활용해 연 1.5%의 낮은 이자로 사업비 조달이 가능하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재개발 사업에선 공사비가 1000억원 이하일 경우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이들 사업은 보통 지역에 기반을 둔 중견 이하의 건설사들이 도맡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수주나 사회간접자본(SOC)등 다른 사업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방법이 있지만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 비춰 봤을 때 효율이 떨어진다”며 “결국 국내 사업에서 이를 메꾸기 위해선 랜드마크 위주의 지방 공략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형 건설사들이 지방 재개발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함에 따라 지방 소재의 2군 중소건설사들의 입지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재개발 조합 입장에서도 품질과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지는 지역 건설사보다 평가 가치가 높은 대형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신용도가 높은 대형사가 더 유리하기 때문에 지역 건설사들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을 위해선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같은 방법으로 돈을 조달해야 되지만 중소건설사의 경우 보증이 없어 받기 힘든데다 승인된다 하더라도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주택가격이 상승해 중소건설사의 강점인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대형 건설사의 경우 중도에 부도 발생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낮다”며 “특히 브랜드 프리미엄이 높은 아파트일수록 하자 등 품질문제에서 자유롭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도 중소 건설사보다 대형 건설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방 분양시장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견 건설사들의 지역 밀착 마케팅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위에 있던 곳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브랜드 아파트의 인지도나 선호도가 지방에서도 증가하면서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더라도 브랜드 아파트에 청약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여기에 지난주 발표된 분양가 상한제 지역 지정은 이러한 사례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전북 전주 소재의 성우건설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성우건설은 꾸준히 경쟁력을 갖춰 나가며 2017년 1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부터 거세진 주택시장 한파를 견디지 못한 채 법정관리의 늪에 빠졌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경북 구미에 위치한 세원건설이, 8월에는 경남 진주에 기반을 둔 흥한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들 건설사 모두 해당 지역에서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했지만 자금난 앞에서 힘을 써보지도 못한 채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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