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앞다퉈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
포르쉐·페라리·재규어에 E-레이싱까지…‘슈퍼전기차’ 시대 눈 앞
슈퍼카 뒤 잇는 ‘슈퍼전기차’...환경 말고 기능에서도 이름값 톡톡

전기차 레이싱에 참가할 Gen2 (사진=ABB FORMULA-E 제공)
내년 전기차 레이싱에 참가할 Gen2 모델 사진. 전기차도 '레이싱카'로 손색 없는 시대다. (사진=ABB FORMULA-E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가 앞다퉈 전기차 새모델을 발표했다. 내년에는 서울에서 전기차 레이싱 대회도 열린다. 이른바 ‘슈퍼전기차’ 시대다.

배터리로 달리는 전기차도 ‘슈퍼카’나 '카레이싱'에 어울리는 성능을 낼까? 업계와 자동차공학 전문가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다. 다만 일각에서는 충전 인프라 관련 숙제 해결이 과제라고 조언한다.

◇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 럭셔리 브랜드 앞다퉈 경쟁

재규어가 최근 자사 최초의 가상 순수 전기 레이싱카 ‘재규어 비전 그란 투리스모 쿠페’를 공개했다. 전기차로 카레이싱을 하겠다는 목표다. 휘발유를 태워서 달리는 기존 스포츠카에서 나는 특유의 웅장한 소리를 위해 사운드도 특별히 제작했다.

페라리는 최근 브랜드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 슈퍼카를 공개했다. 순수 전기차는 아니지만 환산 220마력을 발휘하는 3개의 전기모터를 더한 모델이다. 해당 모델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9년을 전기차의 해로 선언한 벤츠도 최근 전기차를 국내 시장에 내놨다.

사실 전기차와 슈퍼카, 또는 카레이싱의 조합이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일례로 내년 5월에 서울 잠실에서 전기차 레이싱 대회가 열릴 계획이다. 주최 측에서는 ‘고요한 폭풍’이 불 것이라고 장담했다.  F1(Fomula-1)이 아니라 Formula E 챔피언십이다.

이희범 대회운영위원장은 “포뮬라1은 교외에 대형 서킷을 건설해 경기를 치르지만, 포뮬러E는 기존 시설을 사용하고 기존 도로를 달리는 친환경 레이스”라고 강조했다. 포뮬러E의 창립자 겸 CEO 알레한드로 아각은 “전기차 경주대회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목표를 가진 매우 의미 있는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포뮬러E 2018-2019 10라운드에서는 아우디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레이스에 나선 아우디 e-트론 FE05는 성능을 한껏 높인 순수 전기 레이스카로 유명하다. 아우디는 모로코에서 열린 해당 대회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우승하는 등 활약을 이어갔다. 아우디는 최근 전기차 출시 계획 '로드맵 E'를 공개하고 고성능 전기차 등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기차와 ‘카레이싱’의 낯선 조합에 최근 더욱 놀라운 뉴스가 더해졌다. 포르쉐가 순수 전기차 모델 ‘타이칸’을 공개한 것. 포르쉐는 자사 매거진에 게재한 올리버 블루메 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배터리셀에서 동력을 얻는 자동차도 진정한 포르쉐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는 “타이칸을 경험해보면 그런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해했다.

포르쉐, 페라리, 아우디, 그리고 재규어에다 전기차레이싱 대회 소식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전기차는 배출가스를 줄여 환경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의 미래 자동차다. 그런데 속도나 퍼포먼스 등에서 슈퍼카 또는 카레이싱이라는 키워드에 과연 어울릴까? 그러니까 이건 ‘슈퍼전기차’가 기름 태워 달리는 현재의 슈퍼카처럼 훌륭한 성능을 내느냐는 질문이다.

◇ “전기차 카레이싱? 가속력 퍼포먼스는 오히려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가 강력한 토크나 가속력 등에서만 보면 오히려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다. 슈퍼카라는 건 최고속도와 강력한 토크가 필수다. 물론 서스펜션이나 구성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저 두가지다. 그런데 최고속도와 토크 면에서는 전기차가 일반 내연기관보다 오히려 더 나은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이호근 교수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나 역시 친환경차를 직접 운전하는데, 모터와 배터리로 구동되는 파워트레인 (동력전달장치물)이 일반 내연기관에 비해 강력한 토크 등에서는 오히려 유리하다”고 했다. 아울러 “가속력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일반 내연기관보다 좋고 모터 용량 등을 감안한 최고속력도 전기차가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기어를 변속할 때마다 엔진이 ‘부우웅’소리를 내면서 가속력을 올렸다가 일정 순간이 되면 줄어든다. 그리고 다시 가속력이 또 올라갔다 줄어드는 일정한 타이밍이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쭉 끌고가기 때문에 타이어가 바닥을 밀어주는 힘이 지속적으로 가속된다.

이호근 교수는 “초창기 전기차는 연비에만 신경을 써서 직경이 크고 폭이 좁은 타이어로 만들었는데, 요즘은 타이어 업체들이 내연기관 차보다 전기차 타이어가 오히려 더 딱딱하고 마모가 덜 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타이어가 바닥을 훨씬 더 잘 밀기 때문에 최고속도 등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있다는 의미다.

물론 전기차의 문제는 있다. 배터리 지속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서 오랫동안 주행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이른바 ‘일 충전 주행거리’가 짧다. 충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일반 업무용 차량이나 자가용은 그 부분이 단점이지만, 트랙에서 최고의 차량 퍼포먼스를 즐기는 게 목적인 슈퍼카는 그 부분에서 오히려 영향을 덜 받는다.

이호근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해 “슈퍼카로서의 사용성을 감안하면, 설령 극단적으로 짧은거리라고 해도 소위 기가 막힌 가속력을 통해 최고속도로 달려주고 그 주행이 안전하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울러 “슈퍼카 퍼포먼스를 내는데 전기차가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건 오히려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하면서 “드라이빙 퍼포먼스만 생각하면, 특히 짧은 순간에 집중적으로 즐긴다면 오히려 전기차가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우디가 전기차 레이싱 대회 ‘포뮬러 E’ 4라운드에서 우승했다. 아우디 코리아 제공
아우디가 전기차 레이싱 대회 ‘포뮬러 E’ 4라운드에서 우승하던 당시 모습 (사진=아우디 코리아 제공)

◇ ‘슈퍼전기차’ 시대와 본격적으로 마주하기 위한 숙제

포르쉐 CEO 올리버 브루메는 타이칸에 대해 설명하면서 “단순히 새로운 전기차가 아니고, 주행하는 스마트 디바이스도 아니며 말 그대로 ‘포르쉐 전기차’라고 강조했다. 친환경 이슈를 위해 무리하게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슈퍼카의 퍼포먼스와 기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포르쉐 코리아 홀가 게어만 대표도 타이칸 공개 현장에서 “2028년이면 전기차 비율이 89%에 달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전기에서 동력을 얻으면서도 포르쉐의 전형적인 특징은 모두 살리겠다”고 덧붙였다.

숙제는 있다. ‘기름을 넣는 것’처럼 전기차 충전도 쉽고 빨라야 한다는 문제다. 포르쉐나 페라리 정도의 모델을 구매하는 소비자라면 연비나 가성비는 문제가 아니다. 브랜드 네임밸류에 대한 만족감, 그리고 소비자의 편의가 가장 중요한 가치다. 배출가스를 줄이려는 의미로 친환경차를 구매했지만 성능과 사용성도 높아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이건 모든 소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숙제기도 하다.

전기차는 몇 시간 이상씩 충전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집에 충전시설이 있으면 밤새도록 충전하면 되지만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것처럼 빠른 시간에 충분한 충전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나라와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통신망처럼 도로 아래 충전망을 깔아 전기차가 주행 중에 실시간으로 충전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실험도 진행중이다.

BMW, 다임러, 포드, 그리고 아우디와 포르쉐의 폭스바겐 그룹은 조인트 벤처 ‘아이오니티’를 통해 유럽에 전기차 고속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유럽 전 지역에 평균 120Km마다 충전시설을 세우는 것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4년 만에 30배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럭셔리 수입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가운데, 현대차도 아이오닉 및 코나에 이어 2025년까지 전기차 7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 확대 및 이른바 ‘슈퍼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국내 시장 및 업계에도 다양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호근 교수는 “전기차 전용 충전기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등, 정부가 할 일도 많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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