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소재 나주에 2022년 개교 목표 설립 추진 중
文대통령 공약, 재무구조 악화…관련 법령 제·개정안 통과 관건

한전 공대 캠퍼스 조감도(조감도는 건축설계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이미지=한국전력 제공)
한국전력공과대학교 캠퍼스 조감도. (이미지=한국전력공사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오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전남 나주시에 에너지공학 단일 전공으로만 하는 한전 공대의 설립 추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한국전력공사가 공대를 설립·개교하는 것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이 문제는 정치적인 성격을 가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전은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전남 나주시에 학부생 400명, 대학원생 600명, 교수와 직원 100명씩을 운영하는 한전 공대 설립을 추진중이다.

문제는 각 대학에 이미 에너지 관련 학과가 수두룩하고 학령인구는 되레 줄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이 또 유사 대학을 만드는 것은 호남표를 의식한 정치적 행위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많다는데서 출발한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한전 서울 강남지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전 공대 설립을 문제로 삼으며 김종갑 한전 사장의 부실경영과 무책임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전 공대 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지만 설립 비용과 운영비 지원과 관련한 법 특별법 제정과 해당법 개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년 착공 계획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0년 한전 공대 착공을 목표로 현재 교육부 인가 신청, 자체 자금조달방안 마련,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규모 추산 등 실무를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한전은 이사회를 거쳐 지난 9월 학교법인 설립을 교육부에 신청했다.

교육부는 학교법인 설립인가를 3개월 내 처리하게 돼 있어 올해 말 학교법인 인가가 나면 한전은 대학 총장 영입, 교원 선발 등 실질적인 대학설립작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설계에 들어가 하반기 착공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한전 공대 설립과 관련한 절차가 본격화 했지만 정부 지원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 공대 설립과 운영에 2031년까지 총 1조6112억 원이 필요하다. 설립비용은 6210억원에 달하며, 운영비는 매년 641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전라남도와 나주시에서 3670억원을 10년에 걸쳐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정부 기관들도 개교와 관련한 운영·건설비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전남도와 나주시가 일부 설립비용 지원을 약속한 상태지만 한전이 나머지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재무 상황 악화를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재정확보 담보 방안이 절실하다”면서 “한전 공대가 국정과제로 추진되는 만큼 정부는 최소 지자체 수준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전은 정책비용으로 8조원을 부담해 재무구조 악화를 부추긴 것으로 확인됐다. 김 종갑 한전 사장은 “정부 정책비용이 올해만 약 7조9000억원에 달한다”며 “(현 정부 출범 전인)3년 전보다 3조원 정도 늘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과도한 부채와 재무구조 악화로 한전이 공대를 조성하는 데에는 자체적인 여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전에 따르면 공대 설립과 운영에 정부 예산을 받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과 함께 전력산업기반기금이 투입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대학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법률을 개정하려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무리한 투자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한전 공대 설립 반대는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 된 바 있다.

심지어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전이 한전 공대 등 대학 설립과 운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운영비용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충당하지 못하도록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안과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한전은 특별법과 법률 개정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일에 적극 노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여야의 격한 공방으로 시급한 현안인 내년도 예산안 및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등도 언제 처리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특별법 제정과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 논의는 내년 상반기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때문에 한전과 전남도는 총선 이후 정치권의 변동 등을 지켜본 뒤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한전이 계획안 내년 하반기 착공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 관계자는 “일단 조속히 특별법 마련과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한 준비는 다 마칠 계획”이라면서 “기존 대학과는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적극 알려 야당을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종갑 한전 사장은 한전 공대가 문 대통령의 공약인만큼 임기내 졸속으로 개교를 추진한다는 일각의 논란에 대해 “에너지AI, 무선송전 등 필요한 융합연구를 가능하면 추동력 있을 때 빨리 하자는 것"이라며 "내 일정에는 ‘대선 전’은 없다.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는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속앓이를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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