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숙원사업 ‘한옥호텔’ 성과 본격화
호텔 정문 및 일대 부지 기부채납 ‘빅딜’ 아버지 쏙 빼닮은 추진력 화제
경영 관련 미담 및 면세 사업 호조 속 재계 호평 이어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추진력과 결단력이 돋보이고, 본인이 직접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계에서는 이 사장의 추진력을 두고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을 붙였다. 사진은 과거 서울 용산 신라아이파크 면세점 개장식에 참석해 직접 매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추진력과 결단력이 돋보이고, 본인이 직접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계에서는 이 사장의 추진력을 두고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을 붙였다. 사진은 과거 서울 용산 신라아이파크 면세점 개장식에 참석해 직접 매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신라호텔이 40년 동안 사용한 정문을 옮긴다. 대신 그 일대를 공원으로 만들어 서울시에 기부한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숙원 사업이던 한옥호텔을 짓기 위해 서울시와 전격적으로 체결한 ‘빅딜’이다. 이룰 두고 업계에서는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평가가 들린다.

호텔신라가 업계 최초로 한옥호텔을 짓는다. 이부진 사장이 2010년부터 추진해온 서울 장충동 전통한옥호텔 건립 사업이 드디어 구체화한 것. 한옥호텔은 지난달 22일 서울시의 건축심의를 통과하면서 이르면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호텔신라는 2025년까지 한옥호텔을 완공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장충동에는 국내 최초의 한옥호텔이 들어서고 근처에는 전통 공원과 남산 성곽이 어우러지는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옥호텔은 이 사장이 지난 2010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번번이 벽에 막혔다. 이듬해 8월 서울시에 한옥호텔 건립 계획을 제출했지만 4번 연속 계획서가 반려됐다. 최초 계획 제출 후 5년이 지난 2016년 3월에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이후 2018년 1월 문화재청 심의, 9월 환경영향평가, 올해 2월 교통영향평가, 10월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몇 가지 행정 절차는 남아있으나 건축심의를 통과한 것은 건물을 곧 세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9년에 걸친 4전 5기 도전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 호텔 출입문과 진입로도 다 바꿔! 숙원사업 향한 강력한 추진력

한옥호텔 계획의 틀은 지금 신라호텔 면세점 자리에 한옥 객실을 짓고 면세점은 아래로 옮기는 것이다. 그동안 건폐율 규제 등으로 사업 승인이 어려웠다. 대지에 들어설 수 있는 건물 비율이 이미 꽉 찼기 때문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정문 부지를 한옥호텔과 전격 맞바꿨다. 정문 근처 넓은 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해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고, 대신 서울시로부터 건폐율 완화를 이끌어냈다. 기부채납은 사업 시행자가 국가나 지자체에 공공기반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기부하는 것이다.

이 사장은 매번 사업이 반려되자 호텔이 들어서기 전부터 있던 주 출입로 ‘기와 정문’을 비롯해 일대 부지 4000㎡(약 1200평)를 기부채납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지하에는 공영주차장도 생긴다.

현재 호텔 출입로를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고 현재 면세점으로 올라가는 길이 호텔 주 출입로가 된다. 건축업계에서는 “호텔의 상징과도 같은 정문과 주 출입로를 바꾸는 건 이례적이고 놀라운 일”이라는 평이 나온다.

‘그저 문 하나 바꾼게 뭐 그리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은 신라호텔의 심장과도 같다. 사가(회사노래)에도 등장한다. ‘청기와 정문 들어서면 아득한 기운 따스한 인정, 내 집에 온 듯 포근한 곳’이라는 가사가 있다. 1978년 호텔을 준공하기 이전부터 청기와 정문은 그 자리에 있었다.

호텔 정문과 주변 풍경을 모두 바꿔가면서까지 이처럼 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이부진 사장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측은 “면세점 건물 자리에 한옥호텔이 들어서면 면세점 루프톱의 전통 공원에서 한옥호텔, 그 옆의 다산 성곽길로 이어지면서 사실상 호텔 전체가 전통 고전미를 살린 한옥 타운화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호텔신라는 이에 따라 현재는 중단된 ‘다산 성곽길 문화예술제’도 구청 허가만 다시 떨어지면 언제든지 재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의 장충동 일대 성곽 마을을 역사 도심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밝힌 계획과 맞물려 앞으로 장충동 일대는 전통문화 느낌이 나는 도심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 사장 취임 후 꾸준히 주목 받아 온 결단력과 성과 

재계와 공정위 등에서는 삼성그룹 총수를 이재용 부회장으로 본다. 그러나 실제 재계에서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사람은 이부진 사장이다.

이 사장은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왔다. 성격과 경영 스타일 역시 자녀들 중에서 이건희 회장과 가장 닮았다는 평가다. 경영 수완과 실적도 좋아서 부친의 총애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00년대 중후반까지 재계 일각에서 ‘이건희 회장이 복심은 장녀 이부진’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이 사장의 추진력은 여러곳에서 드러난다. 대표 취임 후 가장 먼저 신라호텔(더신라)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서울 신라호텔은 2013년 8월 개관 34년 만의 첫 전면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했다.

7개월의 리모델링 기간에는 면세점을 제외한 모든 영업장이 문을 닫았다. 835억 원을 들인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당시 전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주고 해외 주요 호텔 벤치마킹을 독려하는 등 ‘통 큰’ 행보를 보여 화제가 됐다.

2013년에는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를 선보였다. 2013년 11월 신라스테이 동탄점을 열고 2014년에 신라스테이를 100% 자회사 별도법인으로 만들어 본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섰다. 신라스테이는 출범 3년 만인 2017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호텔신라 호텔부문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이부진 사장이 공개석상에서 직접 참석자에게 자리를 안내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부진 사장이 공개석상에서 직접 참석자에게 자리를 안내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면세사업에서도 빛난 경영 성과

이부진 사장의 성과와 추진력 등이 소비자들에게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사례가 있다, 2010년 이뤄진 명품브랜드 루이비통과의 인연이다. 당시 이부진 사장은 루이비통을 인천국제공항 신라면세점에 입점시켜 화제가 됐다. LVMH 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이 사장이 직접 설득했다고 알려져 주목을 끌었다.

명품 브랜드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공항 면세점에는 입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으나, 이부진 사장이 아르노 회장을 여러 차례 직접 만나 설득했다.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타 면세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이긴 것도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사업자 유치전에서도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HDC신라면세점’이란 합작법인을 세운 결단력과 후보기업 임직원을 직접 설득한 사례가 업계에 꾸준히 회자된다.

최근의 성적표도 훌륭하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2017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34.1% 영업이익은 186.1% 늘었다. 해외 면세점사업에서 매출 1조 원을 내는 등 글로벌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전해진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외에도 홍콩 쳅락콕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등 아시아 3대 공항에서 모두 화장품과 향수를 판매하는 사업자다.

이부진 사장은 신라호텔 새 브랜드를 통해 해외 직접 진출을 시도하는 등 호텔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내년 초 오픈 예정인 베트남 다낭 호텔사업 등 여러 프로젝트가 계획 중이다. 이부진 사장의 승부사 기질이 국내외 신규 호텔사업에도 통할지 주목된다.

◇ 책임경영 관련 호평, 소비자와의 밀접한 스킨십도 유명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 사장의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책임경영’ 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 사장은 대표 취임 첫해 신라호텔의 레스토랑에서 한복입은 손님을 거부 했다는 논란이 일자 당사자였던 이혜순 한복 디자이너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던 2015년에는 의심판정을 받은 환자가 제주신라호텔에 묵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직접 제주로 찾아가 투숙객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숙박료 전액 환불에 항공료 보상 조치를 내린 다음 하루 3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호텔 폐쇄 결정을 내렸다.

호텔신라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후 정기 주주총회에서 매년 직접 의사봉을 잡은 것도 화제였다. 일부 재계 오너일가들이 등기이사를 맡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행보다.

경영 관련 미담도 많다. 2016년 제주도에 폭설이 내리자 신라스테이제주는 180여 명의 고객에게 객실을 열어주기도 했다. 이부진의 ‘통큰’ 결정이었다. 숙박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는데 당시 이부진이 호텔에 직접 전화를 걸어 식사도 무료로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2014년에는 택시기사가 신라호텔 출입문을 차로 들이받아 수억원대의 피해 변상금을 물어낼 위기에 처했는데 이부진 사장이 직접 이를 면제해줬다. 이부진은 당시 부사장에게 ‘고의로 일으킨 사고가 아닌 것 같으니 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택시 기사의 생활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변상을 취소했다.

◇ 면세사업 호조 속 호텔사업 영업이익 비중 확대가 숙제

호텔신라의 힘은 면세사업에서 나온다. 사업부문별 영업이익 비중에서 면세의 비중이 90%이상으로 절대적이다. 이에 이부진 사장은 최근 호텔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력 사업인 면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호텔도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다만 해외 호텔사업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것인지, 한옥호텔이 관심사 많큼의 수익을 낼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한옥호텔이 객실 숫자가 많지 않은 럭셔리 호텔로 지어진다면, 투자비 대비 사업성과가 성에 차지 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기존 호텔신라 인력과 인프라 등을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평가’와, ‘호텔 증축 및 추가 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감안하면 효용 가치가 높지 않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증권가의 전망은 대체적으로 우호적이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면세점 시장은 2017년 사드 보복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 (2016~19년) 연평균 25% 성장했다”고 전제하면서 “2020년 역시 매출이 연 단위 기준 15% 이상 성장하고, 수익성을 유지 또는 개선한다면 한국 면세점 산업에 대한 중장기 성장 여력에 대한 신뢰가 회복 되면서 호텔신라 역시 높은 주가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면세점과 호텔 등을 중심으로 좋은 성적을 거둬가고 있으나 이부진 사장의 향후 행보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승계구도는 큰 그림이 이미 그려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룹 후계구도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전면에 나선 가운데 이서현 전 부사장은 삼성물산을 떠나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남매 중 가장 먼저 대표이사에 취임해 경영에 나섰고 좋은 실적을 냈지만 그룹 전체 후계구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계열 분리 등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은 일부 열려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재판 결과 등에도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부진과 이서현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9년 한국의 50대 부자’ 순위에서 여성 1,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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