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내비친 발언으로 구설수
정부 탈원전 정책 빛은 ‘발전단가 상승론’ 제기
부채속 등기이사 증원…보수도↑,해외사업 날릴판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달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달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이른바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조상(환경) 탓’이란 명제에 충실해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한국전력공사의 방만 경영과 지속된 적자의 원인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및 원료(석탄, 석유)가 인상이라며 주변 환경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종갑 한전 사장이 방만한 경영에 대한 구조조정 언급없이 (한전) 적자의 원인을 정부 탓으로만 돌리며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김종갑 사장은 지난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빛가람 국제 전력기술 엑스포(빅스포·BIXPO)’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종료 예정인 전기요금 특례할인을 비롯해 전기요금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을 오는 11월 28일 이사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김 사장은 “전기요금 특례할인은 기간이 끝나면 일몰되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며 “그 다음 연장을 할지 아닐지는 이사회에서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에서 (특례할인을 포함해) 전반적인 (전기요금)로드맵 안을 가지고 토론하기로 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특례 할인 폐지를 언급했다가 산업통상자원부 성윤모 장관이 이를 일축하며 갈등설을 빚자 “한전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의 뉘앙스를 바꿨다. 다시 전기 요금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그는 “한전의 (올해)정책비용은 3년 전보다 3조원 늘어 7조8000억원 가량 된다. 3분기는 여름철 누진제 완화로 전기요금을 2800억원 할인해줬음에도 성수기 특성상 흑자를 기대한다”며 “하지만, (연간으로는)연료 가격이 2~3년 전보다 올랐고 금방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기 어렵다”고도 말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사장이 지목한 한전 적자의 원인인 특례 할인은 연간 1조원 정도다. 올 상반기 순손실과 맞먹는 규모다.

한전은 정부 정책에 따라 전기차 충전, 에너지 저장장치(ESS) 충전, 월 200kWh 이하로 사용하는 주택용 전력(필수사용량보장공제), 신재생에너지, 여름철 주택용 누진제 할인 등 12개 항목에 대해 특례 할인을 적용해 왔다.

무분별한 특례 할인은 정리해야 하지만 특례 할인이 한전 적자의 진짜 핵심 원인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7년 1조4414억원의 흑자를 낸 한전은 김종갑 사장 취임 첫해인 2018년 1조174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조1733억원의 손실을 기록중이다. 올 연간으론 영업손실 2조4000억원, 당기순손실은 1조9000억원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98.7%에서 올해 111.8%로 급등할 전망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이 발전단가가 싼 석탄, 원전 대신 값비싼 LNG, 신재생 전력 구매를 확대하면서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차입금도 계속 불어나는 모습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62조8000억원에 달했던 차입금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 매각 등의 효과로 2016년 53조6000억원까지 줄었다. 그러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차입금이 불어나기 시작해 지난해 말 61조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김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적자로 돌아선 한전의 악화된 경영상태를 탈원전 정책 등 정부 탓으로만 돌리며 구조적인 문제 해결은 등한시해 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전 부채가 늘어난 것이 대표적 사례라는 것. 한전의 부채는 지난해 2017년보다 5조3300억원 늘어난 114조1563억원으로 집계된다. 그는 “국민이 전기요금을 지금 적게 내고 5년 후 제대로 내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전기요금을 제때 안내면 이자까지 더해 내야한다”며 “부채가 쌓이면 결국 훗날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회사의 빛이 눈덩이처럼 쌓일 경우 그 책임을 국민에게 돌려야 한다는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의 수장으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의 방만 경영은 임직원 급여 상승에서 보다 극명히 드러난다. 적자 와중에도 한전은 올 상반기 임원들의 보수를 지난해 상반기 대비 30%나 늘였다. 직원 평균 보수도 같은 기간 8% 증가했다.

취재 결과, 한전 등기이사는 6명인데 이들의 1~6월 평균 보수액은 1억1145만2000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등기이사 4명의 1인당 평균 보수액 8570만7000원보다 2574만5000원이 늘어났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등기이사 인원도 늘리고 급여도 더 많이 가져간 것이다. 실제 임직원 2만2133명의 1인 평균 급여액도 4203만8000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만1803명의 1인 평균 급여액 3891만4000원보다 312만4000원으로 증액됐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한전이 적자로 돌아섰다는 논리도 타당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한전에 따르면 상반기 원전 이용률은 79.3%로 지난해 65.9%에 비해 14.4%포인트 늘어났다. 발전 사업 매출 비중도 9.9%로 지난해 8.4%에서 1.5% 포인트가 늘며 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 초기부터 “콩(원료)보다 두부(전기)가 더 싸다”는 말로 현행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김 사장은 이날 광주에서도 “(전기요금이)정상적인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한전이 전기 요금을 받아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을 하는데 내가 (요금을)안내면 누군가 내야하고, 지금 적게 내면 나중에 더 내야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해외사업에서 올리는 이익이 (전기요금)인상 요인을 약간 흡수해주는 것 외 다른 방법은 없다”고 했다.

앞서 언급한 해외사업에서 수익을 낸다는 김 사장의 구상도 현재 암초를 부닥친 상태다.

한전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 독립계획위원회(IPC)는 지난 9월 18일 “한전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할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바이롱 석탄 광산 개발에 동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IPC 결정에 따라 광산 개발이 불가능해졌다. 호주 바이롱 광산 개발로 유연탄 확보에 나섰다가 오히려 나랏돈을 고스란히 떼일 상황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한전이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해 왔다. 당시 호주 앵글로 아메리칸社로부터 약 4000억원을 들여 광산을 인수했다. 남동발전 등 한전 발전자회사가 사용할 유연탄을 확보하기 위해서 였다는 게 한전 측이 내놓은 해명이다.

한전은 3500억원 이상을 들여 토지 매입과 탐사 개발에 썼다. 이후 한전은 광산 개발계획을 수립해 2015년 호주 정부에 개발 허가를 신청했다. 이렇게 현재까지 투입된 사업자금은 7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총 사업비는 1조3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한전은 2021년부터 40년간 연 350만톤의 석탄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석탄개발이 이뤄지면 발전용 유연탄으로 매년 5000억원 수익을 예상했다. 그간 적자행진을 이어온 한전이 수익성 개선의 대책 중 하나로 역점을 둔 사업이다.

하지만 광산 개발에 대해 현지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가 심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이번 IPC의 바이롱 광산 개발사업 반려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지 주 정부와 IPC간의 보고서간 간극이 너무 커서 처음에는 경황이 없었고 당혹스러웠다”며 “그간 실무자를 현지에 파견해 IPC 결정의 부조리를 부각시키는 등 대응해 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광산의)매각이나 청산절차 진행은 고려하지 않고 사업권을 재허가받기 위해 호주 정부를 상대로 법적 소송까지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 김종갑 사장의 지시로 해당 광산사업부 TF팀이 구성돼 대응하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도 나랏돈을 떼일 위기가 현재진행형임을 털어놨다.

회사는 적자에 허덕이는데 방만경영과 임직원 보수 상승이란 해묵은 행태에 정부 정책으로 전기 발전단가가 높아진 만큼 그 액수를 국민의 혈세로 메꾸려는 움직임, 순탄치 못한 해외 수익사업 추진 등의 악재가 둘러싸여 있지만 ‘미진한 자신의 경영능력의 소치’라고 말하지 않는 김 사장의 주변(환경) 악재 뒤집어 씌우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