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된 주택산업 사업 영역, 감안 금융지원 ‘솔솔’
산은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 무담보 100억 대출
종합 부동산 서비스기업 지원 위한 ‘혁신공동메뉴얼’ 구성

주택산업의 변화에 금융권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주택산업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응전략 모색' 세미나 후 열린 토론회. 토론회 참석자 중 KDB산업은행 관계자가 패스트파이브 무담보 대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소비자경제)
주택산업의 변화에 금융권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주택산업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응전략 모색' 세미나 후 열린 토론회. 토론회 참석자 중 KDB산업은행 관계자가 패스트파이브 무담보 대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국내 금융권의 주택·건설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산업의 변화 물결이 뚜렷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주택산업계를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의 첫발을 내딛는 신호도 감지된다.

7일 금융·주택산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를 제외한 중소·주택전문기업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특성화(차별화·집중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가치의 퍼플오션(Purple Ocean)을 창출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성화 중 차별화 전략이란 기술 개발과 서비스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차별화 요소를 발굴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고객 니즈(Needs)에 부합하는 틈새시장을 발굴하는 집중화 전략을 통해서는 고객 맞춤형 가치를 창출해야 미래에 생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 박홍철 책임연구원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중소·주택전문기업이 앞서 소개한 지적에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택금융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며 “성장단계별 적정 수준의 모험자본 공급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소·주택전문기업의 특성화를 위해 주택금융의 뒷받침이 필수란 지적이 나온 가운데 초보적이지만 금융당국이 될성부른 떡잎(차별화, 집중화를 구현한 주택전문기업)에 금융지원을 한 것이 확인됐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기업금융 담당 관계자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우리·국민·신한·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10개 주택전문기업에 여신담보 대출을 해줬다”고 밝혔다. 정확한 지원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택(건설)전문기업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있고 정책금융기관도 변하고 있다는 명제에서 (기업금융이)반응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주택전문기업이 전통적인 산업 분류체계상 단순히 종합 건설업으로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독일, 일본 등 해외 주택산업의 변화 특성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

해외 주택산업의 변화는 ▲재고주택의 유지·관리 및 보수 시장 확대 ▲장기 임대관리수입 구조로 전환 ▲건축 중심에서 주거서비스 및 주변 사업 등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 ▲수요 맞춤형 다변화 정책으로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선진국의 이같은 추세를 읽은 국내 주택전문기업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강남 선정릉역에 위치한 패스트파이브. 부동산 임대업으로 분류돼 벤처기업으로의 지정이 가능하게 됐고 지난해 연매출 2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2배나 뛴 410억원의 매출을 실현할 전망이다. 이처럼 견조한 수익을 내며 신 모델을 제시하자 KDB산업은행은 담보 없이 100억원을 패스트파이브에 대출했다.

주택산업 및 기업을 단순 건설산업으로 간주하던 금융권이 비록 걸음마 단계이지만 인식의 전환에 기반한 움직임을 보이고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은행들이 주택산업에 금융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골자다. 미국의 발달한 민간금융을 벤치마킹해 부동산 임대업, 종합 주택서비스업 등 업종 분류를 다변화하는 ‘혁신공동메뉴얼’ 작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으로부터 무담보 금융대출을 받은 패스트파이브는 지난 7월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 확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39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

패스트파이브는 IMM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패스트파이브는 공유오피스 스타트업으로 1만2000여명의 멤버와 1000개의 회사들에게 업무 공간을 제공한다. 공유오피스를 위한 출퇴근 버스, 심리상담서비스, 사내 어린이집 등도 제공한다.

지난 5월 오픈한 프리미엄 주거서비스 ‘라이프’는 2개월 만에 계약률 100%를 달성했다. 선정릉역에 위치한 라이프 1호점 ‘라이프온투게더’는 부동산 시행사 가우홀딩스가 건물 기획과 공간 설계를 맡았다. 패스트파이브는 운영과 디자인을 담당했다. 1인 가구 타깃으로 개인 욕실, 가전, 가구, 매트리스 등이 갖춰진 풀옵션 1인실로 구성됐다. 라운지, 루프탑, 소셜 피트니스 센터 등 커뮤니티 공간은 공유한다.

앞으로는 기존의 모델에서 나아가 서울 전역의 이면 도로 건물을 개발해 200인 규모의 기업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거나 기업의 요청에 따라 부동산 매물 선택부터 사무공간 인테리어, 시공, 오피스 세팅부터 운영까지 모든 단계의 서비스 제공을 추진한다고도 했다.

자산운용사와의 전용 펀드 설립을 통해 펀드가 건물을 매입하고 패스트파이브가 해당 건물 전체를 운영하는 방식 등도 병행한다. 빠른 확장과 디벨로퍼와의 협업을 통해 토지 매입 단계부터 새로운 컨셉의 공간 기획도 해나갈 예정이다.

박지웅·김대일 패스트파이브 공동대표는 "패스트파이브의 빠른 호점 확장 역량, 전 지점의 공실률을 3% 이내로 유지하는 관리 역량 등이 높게 평가받았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공유주거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패스트파이브의 이같은 새로운 시도는 성공 여부에 따라 매각 및 매입 자문, 임대 마케팅, 건물 관리, 사무공간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시공 관리 등 오피스 관련 모든 단계의 서비스를 사업영역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컨설팅업계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금융권에서도 주택산업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금융지원의 여지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비자는 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보다,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적정한 가격에 제공하는 기업을 선호할 것이다. 그런 기업이 결국은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시장을 선도하고 살아남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