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모바일데이터 없이 이틀 버텨보기 도전
뉴스읽기, 배달 주문, 영수증 받기...생활 속 모든 일이 불편
스마트폰 내려놓자 깊이 느껴진 '사회적 고립감'의 실체는?

아이폰XS. (사진=연합뉴스)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될까. 혹시, 그걸 내려놓고 살아도 괜찮을까? 기자가 '이틀 동안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기'에 도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2009년 11월 아이폰이 국내 첫 개통되고 꼭 10년이 흘렀다. 스마트폰은 인류의 삶을 바꿨고, 굴지의 기업들을 일으켜 세우거나 반대로 넘어뜨렸다. 도시에서 스마트폰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 됐다. 스마트폰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편집자주]

#1 MP3, 디카, 레고 무너뜨린 혁신의 10년史
#2 스마트폰 데이터 없이 주말 살아보기 체험기
#3 IT대기업 플랜으로 예상해본 미래 스마트폰

당신이 직장인이라고 가정해보자. 출근길에 지갑을 두고 나온 걸 깨달았다. 집으로 반드시 돌아가야 할까? 까짓거 현금 없어도 하루쯤 살 수 있으니 그냥 회사로 가도 된다. 그런데 만일 스마트폰을 두고 나왔다면 어떨까. 그래도 그냥 출근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거다.

기자는 2009년 11월 아이폰이 출시 되자마자 명동에서 2시간 동안 줄 서서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이후 10년 동안 매일 스마트폰을 들고 다녔다. 일하는 곳이 2번 바뀌었고 6개국 14개의 도시로 출장 또는 여행을 다녀왔지만 손에서 전화기를 내려놓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많은 사람에게 질문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들어야 하는 직업이어서 전화나 메일, 또는 메신저에서 멀어지기 어려웠다. 기사, 발표자료, 논문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글을 읽을 때도 단말기 화면이 필요했다. 그렇게 10년을 보냈다.

요즘 ‘스마트폰 없이 살기’가 인터넷에서 화두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고 지내자는 취지다.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자는 의도다.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다. 기자도 스마트폰 없이 살기에 도전해봤다. 디톡스 때문은 아니고, 스마트폰이 얼마나 삶과 밀접한지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서다.

만일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사회적인 고립감을 느낄까? 그런 감정은 얼마나 빨리 찾아오고 인간은 그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체험해보고 싶었다. 주말 이틀만 끊어보기로 했다. 주위에 미리 알려 이틀간 연락이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고, 토요일 저녁 약속은 며칠 전부터 꼼꼼히 시간과 장소를 확인하고 ‘절대 변경 불가’라고 통보했다. 대신 배달음식 주문과 송금 등 평소 스마트폰으로 하던 서비스는 꼭 시도해보기로 했다.

◇ AM 08:47 일어났는데 할 일 없고, 피자 주문도 막막
 
11월 2일 토요일 아침, 잠에서 깼다. 스마트폰 전원을 꺼둔 상태라 알람이 없어서 그냥 눈이 떠지는 순간에 일어났다. 토요일이라 출근 부담이 없으니 늦잠을 자는 건 상관 없다. 문제는 지금이 몇 시인지 알 수 없다는 것. 예전에는 ‘알람시계’가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걸 안 쓴지도 10년이 다 되어간다.

거실에 나가 시계를 확인하니 오전 8시 47분, 특별한 약속이 없으므로 다시 방에 들어가 누웠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생겼다. 할 일이 없었다. 평소 같으면 ‘네이버 뉴스’나 ‘다음카페 인기글’을 가장 먼저 봤다. 웹툰을 보거나 유튜브도 켰을텐데 모두 (누워있는 상태로는) 불가능했다. 그러다보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어제 밤 잠들기 전에 확인하지 못한 ‘단톡방’ 메시지도 읽고 싶었고, 인스타 피드와 트위터 멘션을 확인한 다음 모바일 게임에 접속해 밤새 모인 돈과 식량도 회수하고 싶었다. 그게 모두 안 되니 마치 사회적으로 ‘격리’된 느낌이 들었다.

모처럼 책이라도 읽을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책도 이북으로 읽은지 벌써 3년째다. 신문을 끊은지도 8년이 넘었다. 기자 선후배들의 추천으로 주간지를 비롯한 오프라인 잡지를 몇 개 구독하고 있지만 책을 가지러 서재로 가려니 귀찮았다.

안방 TV를 켜려니 다른 가족이 잠에서 깰까봐 안되고, 거실 쇼파에 누워 거기서 TV를 보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침대가 더 편했다. 그렇게 20분 넘게 뒤척이다 귀차니즘을 무릎쓰고 거실로 가서 TV앞에 누웠다.

더 답답했다. 눈에 띄는 연예인이 나와도 누군지 검색할 수 없고, 지금 나오는 배경음악이 뭔지 찾아볼 수도 없었다. 홈쇼핑에서 군침이 잔뜩 도는 만두를 봤는데 주문할 수 없었고, 해외축구 재방송을 하는데 그 경기를 누가 이겼는지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메모를 하는것도 불편했고, 지금 보는 예능이 ‘꿀잼’이라며 지인들과 수다를 떨 수도 없었다. 옛날 어른들이 TV가 바보상자라고 했는데,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함께 들여다보지 않으니까 진짜로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오전을 보내고 점심시간이 됐다. 피자를 시켜 먹으려고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를 쓸 수 없어서다. 옛날 방식으로 매장에 직접 전화를 해서 주문하려는데 스마트폰이 없으니 가게 전화번호도 찾기가 어렵다. 결국 다른 가족이 주문해서 함께 먹었다. 1인 가구라면 주문 자체가 어려웠을 수 있다.

◇ PM 14:00 사이트 회원가입도, 인터넷 쇼핑도 ‘폰’ 없으면 어렵다 

어머니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 날이다. 스마트폰 유저에게 간편송금은 마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낭패다. 인터넷 뱅킹을 하려면 어느 USB에 뒀는지조차 가물가물한 공인인증서를 찾아야하고 보안카드 번호도 맞춰봐야 한다. 폰뱅킹을 잠깐 생각했는데 그것도 전화기가 없어서 못 했다. 결국 책상을 뒤져 USB를 찾아냈고 돈 보내기에 성공했다.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기 체험 계획을 밝혔을 때, 한 지인이 “요즘 본인 명의 스마트폰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 하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 지인은 일본의 한 현청에서 수년간 근무하다 최근 귀국했는데, “휴가때 한국에 오면 내 명의로 된 휴대전화가 없어 온라인 회원가입 등이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기자는 스스로에게 미션을 줘봤다. 노트북으로 티켓 예매 사이트에 가입해 뮤지컬 티켓을 구매하고, 홈쇼핑 사이트에 가입해 신선식품을 구입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둘 다 실패했다.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스마트폰으로 본인인증이 필요했고, 이미 가입된 사이트도 결제 단계 인증에서는 스마트폰이 필요했다. 결국 사이트 회원가입은 포기했다. 물건 주문은 노트북으로 해결했다.

이날은 기자가 즐기는 게임에서 ‘연맹전’이 있는 날이었다. 같은 연맹원들끼리 전투에 참여해 점수를 합산해 연맹별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단합이 중요한 콘텐츠. 하지만 기자는 연맹전에서 빠졌고, 단톡방에서 전략을 논의하지도 못했다.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것도, 지인들과 게임하며 노는 것도 어려웠다. 그저 ‘전화기’가 없었을 뿐인데 말이다.

오후에는 싱크대 배수관에 물이 잘 안 빠지는 것 같아 생활용품점에 가서 액체형 배수관리 제품을 샀다. 얼마전까지 할로윈 관련 용품을 많이 팔더니 벌써 크리스마스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장식용품 몇 개를 이것저것 사고 계산대로 향했다. 1만 7600원을 결제했는데 계산이 맞게 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회원가입이 되어 있어서 전자영수증이 발급됐기 때문이다.

맞은편 뷰티 편집숍에서 바디로션과 헤어 왁스를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그곳에서는 포인트 적립도 못했다. 스마트폰에 입력된 바코드로만 적립했지, 회원카드는 어디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18:00 스마트폰 없으니 어색한 길찾기와 밥값내기

저녁에는 친구들과 장어에 소주 약속이 있었다. 두달에 한번 모이는 친구들이고 매번 가는 식당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곳이다. 미리 알아둔 장소를 향해 출발했다. 사실은 약속 며칠 전부터 장소가 어디냐고 묻는 통에 모임 주선자가 짜증을 냈었다. 하긴, 요즘 누가 “이번주 토요일 7시에 신논현역 4번 출구 앞으로 쭉 직진해서 스타벅스 골목으로 들어와 편의점 대각선 건물 2층”이라고 약속을 한단 말인가. 단톡방에 주소만 찍으면 되는데 말이다.

지하철 노선도와 시간도 어플이 아니라 안내판을 보려니 어색했다. 승강장 벽에 걸린 커다란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은 기자와 외국인 관광객 뿐이었다. 마침 관광객은 내게 강남역에 가려면 몇 번 출구로 나가야 하느냐고 물었고, 지도앱을 켤 수 없는 나는 (사이즈는 크지만 내 눈에는) 낯선 지도를 보고 방향을 찾느라 버벅거렸다.

개인 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약속시간과 장소’ 개념은 점점 흐릿해졌다. 예전에야 ‘7시 강남역 지오다노’라고 한번 정하면 불변의 원칙이지만 요즘은 실시간으로 약속 상대가 어디 있는지 묻고 답하며 곧바로 약속장소로 가는 시대여서다. 기자는 장어집으로 가는 내내, 일행 중 누가 빨리 왔고 누가 늦는지, 혹시 약속시간이나 장소가 바뀌지는 않을지 불안했다. 막말로, 약속장소가 바뀌면 전달 받을 방법도 없었으니까. 

게다가 만일 익숙한 동네가 아니고 처음 가는 곳이라면 스마트폰이 없을때의 난감함은 더욱 커질 것 같았다. 내비 켜고 운전을 해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날로그 방식으로 찾아가야 해서다. 다행히 이날 일행들은 약속장소에 맞춰 도착했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다들 스마트폰을 들여다봤고 그때마다 기자는 고개숙인 일행들의 얼굴만 봤다.

마지막으로, 밥값을 나눠낼 때는 전부 카카오페이와 토스를 쓰는데 기자 혼자 현금 3만원을 모임 주선자에게 줬다. 마치 '사회적으로 고립된' 기분이었다

스마트폰 없으면 당장 불가능해지는 것들이 있다. 전화는 물론이고 ‘카톡’이 안되며 이메일 확인도 어렵다. 뉴스나 정보를 검색할 수도 없다. 집전화를 안 쓴지는 6년이 넘었고 요즘은 예전처럼 거실이나 방에 커다란 PC가 있는 시대가 아니다.

예전에는 인터넷 검색하려면 컴퓨터 전원을 켜는 게 당연했다. 그 시절에도 어른들은 궁금한 게 있으면 PC부터 켜는 우리를 보며 ‘컴퓨터 없을때도 다 살았다’며 혀를 끌끌 차곤 했다. 요즘에도 스마트폰 없으면 다른 방법으로 인터넷을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스마트폰 없으면 어때, PC에도 다 있는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그 시절 어른들이 우리에게 두던 철 지난 훈수와 비슷한 얘기다.

당신이라면, 스마트폰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참고로, 기자는 이틀동안 버텨보자는 다짐에 결국 실패하고 1일차 밤 늦은 시각에 스마트폰 전원을 켰다. 읽지 않은 메시지가 300개를 넘어갔다. 그걸 다 읽고 나서야 하루 종일 느껴졌던 '사회에서 고립된 느낌'이 해소됐다. 하지만 그 메시지 중에서 급한 이슈를 다투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아이러니한 현실이었다.

본 기사는 3편 ‘IT대기업 플랜으로 예상해본 미래 스마트폰’으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