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아이폰 국내 출시 후 스마트폰 대중화10년차
영화, 광고, 사진전...트렌드 리더들은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공간 창출
TV보는 습관과 소비자 생활패턴 뿌리째 바꿔, 기업과 제품 흥망성쇠 리딩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언팩 행사서 갤럭시노트10 플러스 체험하는 소비자 모습 (사진=연합뉴스)
스마트폰 10년 역사는 인류 역사상 그 어떤 10년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사진은 지난 8월 언팩 행사서 갤럭시노트10 플러스 체험하는 소비자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2009년 11월 아이폰이 국내 첫 개통되고 꼭 10년이 흘렀다. 스마트폰은 인류의 삶을 뿌리부터 바꿨고, 굴지의 기업들을 일으켜 세우거나 반대로 넘어뜨렸다. 도시에서 스마트폰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 됐다. 스마트폰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편집자주]

#1 MP3, 디카, 레고 무너뜨린 혁신의 10년史
#2 스마트폰 데이터 없이 주말 살아보기 체험기
#3 IT대기업 플랜으로 예상해본 미래 스마트폰 

인류 역사에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시기를 언제로 보아야 할 것이냐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1992년 IBM에서 만든 ‘사이먼’도 이메일을 보내거나 팩스를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능 많고 똑똑한 전화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이먼도 (당시로서는) 충분히 똑똑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별다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길이가 23센티미터에 달하고 배터리 용량은 1시간 정도였기 때문이다. 23센티미터면 요즘 대화면 스마트폰 세로 길이의 두배쯤 된다.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시작은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공개하면서부터다. 스티브잡스는 ‘컴퓨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는 상상을 했고 그걸 아이폰으로 구체화시켰다.

국내에는 2009년 11월 아이폰3GS가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과거에도 햅틱 등 화면 터치 방식 휴대전화가 있었고 삼성전자 ‘옴니아’도 시장에 나왔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쓴다는 블랙베리가 직장인들에게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마트폰 대중화는 아이폰 덕분에 가능했다.

아이폰이 개발되기 전, 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블랙베리 임원들은 키보드가 없는 전화기를 보며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세계적인 휴대전화 제조회사 노키아 CEO는 '틈새시장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틀렸다.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은 제품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자신들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모른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도 그랬다. 이 전화기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첫경험'을 선물했다. 역사책이나 위인전에는 늘 에디슨이 등장하는 것처럼, 앞으로 몇 세대가 지나면 역사책에 스티브 잡스 이름이 올라갈지도 모를 일이다.

◇ 트렌드 리더들은 스마트폰으로 뭐든 한다

소비자들은 엄지나 검지로 스마트폰 화면을 ‘휘리릭’ 내리고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거나 줄인다. 지금은 아주 어린 꼬맹이들도 쓸 줄 아는 기능이다. 하지만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때는 입이 떡 벌어질 신문물이었다. 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진 ‘밀어서 잠금해제’도. 지문인증이나 얼굴인식도 모두 아이폰이 시작한 혁신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못하는 게 (거의) 없다. 아이폰으로 영화를 찍고 광고도 만든다. 박찬욱 감독이 이미 수년 전 아이폰 내장카메라로 영화를 찍었고,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는 아이폰으로 촬영해 아이무비로 편집한 광고도 공개한 바 있다.

사진에서도 스마트폰의 영역은 이미 놀라울 만큼 넓어졌다. 최근 수년째 ‘아이폰 포토그래피 어워드’가 열리고 있다. 촬영과 보정이 모두 아이폰으로만 이뤄져야 출품 자격이 생긴다. 전세계 사진작가들이 작품을 출품한다. 뉴스위크 한국 파견 포토그래퍼 출신 박기호 작가는 국내에서 아이폰 인물사진 전시회를 연 바 있다.

영상과 음악 뿐만이 아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얼터너티브 록 밴드 ‘아토믹 톰’은 아이폰만 가지고 밴드 연주를 하는 영상도 올렸다. 아이폰의 사례만 소개했는데, 결국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다.

이어폰 단자가 없어졌을 때, 홈버튼이 사라졌을 때, 스마트폰이 손목시계와 결합하고 이어폰에서 줄이 사라졌을 때, 사람들은 늘 어색하고 불편하게 여겼으나 신기술은 출시와 동시에 세계적인 히트를 쳤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11의 ‘인덕션’ 논란도 제품 출시와 함께 잦아들었다

◇ TV보는 습관 바꾸고, 실버세대 생활 패턴도 바꿨다

스마트폰은 인류가 TV 보는 습관을 바꿨다. 5분짜리 예능에 60초짜리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재방송’ 대신 하이라이트만 모아서 보는게 TV문화가 됐다. 물론 거실이 아니라 각자의 공간에서 본다. 어린 세대들일수록 특히 그렇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8 스마트폰, PC 시청행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동영상 월 평균 이용시간은 2016년 727분에서 2017년 828분, 그리고 지난해에는 1025분으로 늘었다. 전년 대비 200분 늘어난 숫자다.

이는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시간’만 집계한 것이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4시간에 육박했다.

10대는 하루 평균 76분 동안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본다. 하루 평균 23분 동안 동영상을 보는 60대보다 무려 한시간 가까이 많다. 모바일 강의 등을 감안해도 놀라운 숫자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이 또 있다. 노년층 세대도 앞으로는 변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용찬 데이터사이언스그룹장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70세 이상 소비자의 스마트폰 보유율도 최근 5년간 10배 늘었다. 70대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지난 2013년 3.6%에서 2018년 37,8로 크게 늘었다.

60대 소비자에서도 그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60대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3년 19%에서 2018년에는 80.3%로 늘어났다. 4배 늘어났고 보급률은 70대에 비해 두배 이상 높다. 50대 이하부터는 95~98%의 보급률을 보인다는걸 감안하면, 조만간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부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가 완성될 예정이다.

◇ 기업과 제품의 흥망성쇠 이끈 스마트폰

이런 흐름 속에서 스마트폰은 기업과 제품의 흥망성쇠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2000년대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기업 카카오는 대기업을 넘어 국내 온 오프라인을 모조리 장악하는 기업이 됐다. 국내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위기를 맞았고, 통신사들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 유통 권한은 애플과 구글 등으로 넘어갔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우버 같은 글로벌 기업도 성장시켰다.

반면 MP3와 디지털카메라는 소위 ‘쫄딱’ 망했고 PDA나 전자사전도 멸종에 가까운 운명을 맞이했다.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식도 바꿨다. ‘싸이월드’ 시절만 해도 친구에게 방명록이나 일촌평을 남기려면 PC나 노트북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싸이월드 자체도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우리도 저런걸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닌텐도 유행이 사그러든 이유도, 아이 키우는 젊은 부모의 필수품이던 캠코더나 폴라로이드 카메라 사용자가 드물어진 이유도 바로 스마트폰 때문이다.

완구회사 토이저러스와 레고의 수익도 크게 악화됐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역시 스마트폰 영향이 크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 부모들이 자녀 놀이수단으로 가장 많이 고른 것은 모바일기기(65%)로 인형(58%)이나 레고(49%)보다 더 높다. 2017년 조사니까 지금은 격차가 더 벌어졌을 확률도 높다.

혁신과 도태는 동전의 앞뒷면이다.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혁신 기회는 그만큼 늘어난다. 반면 기존의 것에 대한 제품과 서비스는 위기를 맞는다. 스마트폰 역시 소비자들의 삶을 뿌리째 바꾸고 기업과 제품의 흥망성쇠도 이끌었다.

MP3플레이어나 디지털카메라, 전자사전과 닌텐도가 모두 없어도 스마트폰 하나면 되지만, 반대로 그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이 흔들린다.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살기 힘든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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