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주거정책심의委 갖고 서울 8개구 ,27개동 선정
국토부 “고분양가 책정 등 시장 불안시 추가 지정”
전문가 "청약시장 양극화, 풍선효과 발생 위험 높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세종시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세종시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비롯해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영등포구 등 서울 지역 27개 동(洞)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국토교통부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 심의·의결을 거쳐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서울 8개구, 27개 동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정심 모두 발언에서 “저금리와 풍부한 시장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수요가 서울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고, 지난 1년간 서울 분양가가 집값보다 4배 이상 오르며 기존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상한제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김 장관은 이어 “분양가 상승률이 높거나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한 지역 중에서 동별 단위로 지정하고, 분양가 관리를 회피하고자 하는 단지가 있는 지역은 반드시 지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개포·대치·도곡·삼성·압구정·역삼·일원·청담동) ▲서초구(잠원·반포·방배·서초동) ▲송파구(잠실·가락·마천·송파·신천·문정·방이·오금동) ▲강동구(길·둔촌동) ▲영등포구(여의도동) ▲마포구(아현동) ▲용산구(한남·보광동) ▲성동구(성수동1가) 등이 각각 지정됐다.

당초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으로 거론되던 부산은 동래·수영·해운대구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돼 부산 전역이 규제 지역에서 벗어났고, 경기도 고양시와 남양주도 일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국토부는 최근 분양가격 상승률이 높고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시장 영향력이 큰 서울을 중심으로 구(區) 단위로 선별하고 해당 구 내의 정비사업·일반사업 추진 현황, 최근 집값 상승률, 고분양가 책정 우려, 시장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洞) 단위로 핀셋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1년간 분양가격 상승률이 높거나 2017년 8·2대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 상승을 선도한 지역 중 일반분양 예정 물량이 많고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이 있는 사업장이 확인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 강남·서초·송파·강동 4개구(區)와 후분양·임대사업자 매각 등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이 있는 마포·용산·성동·영등포 4개구(區)가 지정 검토 대상으로 선별됐다.

 

강남 4구는 정비사업이나 일반사업이 있고 최근 집값 상승률이 높은 지역을 지정하되, 사업물량이 적어 시장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 등은 제외해 총 22개 동을 선정했다. 고분양가 책정 우려가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마포구 아현동 ▲용산구 한남동·보광동 ▲성동구 성수동1가가 지정됐다.

서울 내 다른 지역 및 서울 외 투기과열지구(과천, 하남, 성남 분당, 광명 등)는 이번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장 불안 유발 조짐이 있을 시 추가 지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지정은 1차 지정으로, 적용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도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 등 시장 불안 우려가 있는 경우 신속히 추가 지정할 예정”이라며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지역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과열이 재현되는 경우에는 재지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지정 공고가 나면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분양 단지부터 상한제가 적용된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를 정하는 현재 방식과는 달리 땅값과 건축비 등 원가에 일정 정도 이윤을 얹어 분양가를 정하게 된다. 앞서 국토부는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기존 방식보다 20~30% 가량 저렴해질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관련 법령이 개정된 2019년 10월 29일 이전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경우에는 적용이 6개월간 유예된다. 즉 6개월 뒤인 내년 4월 29일까지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다면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 이번에 지정된 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대부분이 정비사업을 통해 진행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내년 4월 29일 이후에 상한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한제 적용 지역의 관리처분인가 단계에 있는 정비사업들은 제도 유예기간 동안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하기 위해 속도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사업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했을 때 현재 이주 및 철거까지 완료된 사업장들이 제도 유예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상한제를 피하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기 위한 분양가 심사는 현행대로 받아야 한다.

한편 이날 발표된 분양가상한제 지역 1차 공개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공급자의 수익은 줄어들고, 소비자잉여는 커지게 됨에 따라 분양시장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 계약 후 최장 10년간(입주 후 7년)의 전매제한 강화와 의무거주기간 도입 조치로 ‘묻지마 청약’보다 ‘무주택+실거주’ 수요 중심으로 청약시장 재편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청약수요자의 기대수준이 높아져 비인기지역, 나홀로 아파트 등 입지경쟁력이 열악한 아파트는 청약경쟁률이 오히려 낮아져 양극화가 심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도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지만, 한정적이다. 오히려 동단위 지정은 지정하지 않은 옆 동 집값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재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늦춰 공급 부족을 낳고 결국에는 다시 집값 상승을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청약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한 지정 지역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지정 지역은 정부가 유망한 지역으로 꼽는것과 다름 없기 때문에 지정지역으로 청약 쏠림이 되는 반면, 지정되지 않는 지역은 공급은 느는 반면 청약자 외면을 받아 미분양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풍선효과와 관련 “서울 내 신축 아파트와 이번 분양가 상한제 지정대상에서 제외된 경기 분당, 과천 등 일부 비적용지역은 풍선효과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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