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획] 연간 2억여개 생산 아이스팩…집집마다 쌓여가는 ‘애물단지’
[소비자기획] 연간 2억여개 생산 아이스팩…집집마다 쌓여가는 ‘애물단지’
하수도에 버리면 수질오염, 불에도 안 타는 아이스팩 어떻게 버릴까?
잘못 버리면 환경 악영향 효율적인 재사용해야
유통 대기업·지자체· 정부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 나서야
  • 이한 기자
  • 승인 2019.11.05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집마다 쌓여가는 아이스팩으로 골치다. 적극적으로 재사용하고 친환경 소재를 더 많이 사용해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의 아이스팩 제품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소비자경제)
집집마다 쌓여가는 아이스팩으로 골치다. 적극적으로 재사용하고 친환경 소재를 더 많이 사용해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의 아이스팩 제품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집집마다 쌓여가는 ‘아이스팩’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종량제 봉투에 버리자니 부피가 너무 크고 찢어서 버리면 환경오염이 문제다. 얼려서 재사용 해도 되지만, 아이스팩은 1~2개만 있으면 충분한데 이미 너무 많이 쌓여서 문제다.

온라인 쇼핑으로 냉동 및 냉장식품을 구매하면 ‘아이스팩’이 따라온다. 내용물을 신선하게 보관하기 위해 얼음 대신 채워 넣은 것이다. 신선식품을 몇 번만 배달시키면 냉동실은 물론이고 다용도실 등에도 아이스팩이 꽉 들어차곤 한다.

기자는 인터넷 쇼핑뿐만 아니라 부모님 댁에 다녀올 때도 아이스팩이 생긴다. 밑반찬이나 음식을 싸주실 때 아이스팩을 함께 담아주시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 집에는 냉동실에 얼려둔 아이스팩이 5개, 미처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 아이스팩이 또 5개 있다.

아이스팩은 어떻게 버릴까. 녹은 아이스팩은 무겁고 부피가 제법 커서 소비자들은 대부분 찢어서 내용물을 하수도에 쏟아내고 비닐만 따로 버린다. 송파구 삼전동에 사는 한 30대 주부는 “물과 희석해서 싱크대에 버리거나 차곡차곡 포개 재활용 봉투에 통째로 버린다”고 답했다.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또 다른 30대 주부도 “냉동실에 다시 얼렸다가 필요할 때 하나씩 꺼내사용하고 나머지는 그냥 버린다”고 말했다. 이 두 사람 모두 “아이스팩을 가능하면 재활용하려고 하지만, 냉장 및 냉동 식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낼 일이 별로 없어서 실제로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30대 워킹맘은 “버리기가 너무 불편해서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할 때 같이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다”고 말했다.

◇ 하수도에 버리면 안되는 아이스팩 내용물, 불에도 잘 안 타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어플 ‘내 손안의 분리배출’에 따르면, 아이스팩은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로서 쓰레기 종량제봉투로 배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스팩 내용물은 ‘고흡수성 폴리머(SAP)’다. 물에 안 녹고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물질인데, SAP가 물을 흡수하면 젤 형태로 변하고 그 상태서 얼리면 일반 얼음보다 오래 냉기가 지속된다. 쉽게 말해 냉장 효과가 있고 잘 터지지 않도록 만들어진 ‘미세플라스틱’이라고 보면 된다.

SAP를 싱크대나 변기에 바로 버리면 수질오염 등의 문제가 있다. 해양생물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이 다시 섭취하는 문제, 하수처리장에서 다른 물질과 섞여 하수설비 등을 망가뜨리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아이스팩을 버릴 때는 종량제봉투에 넣어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는 게 맞다. 부피가 커서 부담된다면 내용물을 햇빛에 말려 부피를 줄이고 버리는 방법도 있다. 어쨌든 생활하수가 아니라 종량제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하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버려도 문제다. 아이스팩이 워낙 많이 유통되고 있어서다. 신선식품 배송 등의 확대로 아이스팩 연간 생산량이 약 2억개에 달하는 추세다. 아이스팩은 불에도 잘 타지도 않는다. 엄청난 양의 수분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만든 어플 '내 손안의 분리배출'에서 아이스팩을 검색하면, 재활용이 어려우니 종량제봉투에 배출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하수도에 함부로 내용물을 버리지 말라는 의미다 (사진=소비자경제)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만든 어플 '내 손안의 분리배출'에서 아이스팩을 검색하면, 재활용이 어려우니 종량제봉투에 배출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하수도에 함부로 내용물을 버리지 말라는 의미다 (사진=소비자경제)

◇ 재사용이 관건, 기업 규모 대규모 재사용 필요

바람직한 방법은 재사용이다. 사실 아이스팩은 포장이 튼튼하고 다시 얼리면 곧바로 재사용할 수 있다. 냉찜질팩으로 사용해도 되고 가족여행 등을 다닐 때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냉장식품을 보관할 때도 좋다.

문제는 보통의 가정에서는 아이스팩이 1~2개 정도만 있어도 충분히 쓸 수 있는데 이미 너무 많다는거다. 그래서 재사용 수량이 아직 미미하다. 대대적으로 재사용하려면 걸리는 부분도 있다. 크기나 모양이 모두 다르고 대부분 겉면에 회사 로고나 이름 등이 크게 써있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이 아닌 기업이나 회사 등에서 전면 재사용에 나서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기업과 지자체 등이 재사용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홈쇼핑이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아이스팩 재사용 캠페인'을 벌여 연간 80만개를 수거한 뒤 재사용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H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매월 선착순 4000명을 모집해 아이스팩을 수거한다. 집에 20개의 아이스팩을 모아두면, 현대백화점그룹 멤버십 포인트를 주고 CJ대한통운·롯데택배가 수거한다.

수거한 아이스팩은 자원재활용업체에서 크기별로 분류하고 세척한다. 재활용 가능한 팩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와 협력사에서 다시 사용한다. 계열사나 협력사가 아니더라도 냉동창고 나 식품기업, 슈퍼가 아이스팩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무료로 보내준다.

지난달 31일에는 아이스팩 재활용 관련 공로를 인정받아 ‘2019 친환경 기술진흥 및 소비촉진 유공’ 저탄소 생활실천 부문 대통령표창도 받았다.

◇ 지자체 및 정부도 발벗고 나서, 친환경 아이스팩 및 재활용도 주목

지자체도 발벗고 나섰다. 서울 송파구는 아이스팩 재활용을 위해 관내 주민센터에 수거함을 설치했다. 수거된 아이스팩은 롯데슈퍼가 주 1~2회 정기적으로 회수해 세척한 다음 신선식품 배송에 재사용한다.

송파구청 자원순환과 재활용사업팀 손빈 주무관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9개 동에 설치되어 있고 11월 중에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 주무관은 “시행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수거 규모 등을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재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수거함에 대한 주민 반응 등을 살핀 후 향후 공동주택단지 내 추가 설치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도 지난 추석을 앞두고 명절 선물류 과대포장 등을 집중 점검하면서 물로 이뤄진 아이스팩 등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도록 독려했다. 환경부는 지난 5월 대형 유통 및 물류 업체와 ‘유통포장재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해 포장 폐기물 발생을 줄이려고 노력해왔다.

최근에는 100% 물로 이뤄진 아이스팩 등 제조사에서도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아이스팩 내용물을 용기에 담고 허브오일 등을 첨가해 방향재로 쓰는 등 재활용 노하우를 공유하고 나섰다.  

스티로폼 포장재 등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환경오염 이슈에 대해 이미 많은 논의가 이뤄져왔다. 하지만 최근 사용량이 부쩍 늘어나는 아이스팩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아이스팩을 늘리고 재사용을 적극 장려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