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혼밥족'이 지켜줬던 편의점 매출 하락 심화

24시간 연중무휴 편의점이 매출 절감으로 밤샘 영업을 포기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소비자경제)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24시 영업을 그만하기로 했다. 바로 앞에 대형마트가 들어와 손님은 없고, 최저임금 상승이랑 주휴수당 때문에 도저히 이어갈 수가 없어서 포기했어요." 서울 강남 역삼동 GS25를 운영하는 한 점주의 말이다. 

얼어붙은 경기에 '연중무휴 24시간' 편의점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편의점 소비자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탓에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유통업계 불황 속에서도 1인 가구 증가에 힘입어 편의점 4만 개 시대를 맞이 했지만 장사가 잘되는 편의점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소비의 패턴도 달라졌고, 밤새 인건비를 줄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이 됐기 때문.

그래서 24시간 불을 밝히는 편의점은 점차 옛말이 돼가고 있다. 동네슈퍼를 내몰고 차지한 자리에 편의점이 동네슈퍼로 바뀐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어쩔수 없는 조치라고 편의점주들은 하소연한다. 취재진이 '편의점의 천국'이라는 불리는 서울 강남에서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CU, GS25 브랜드의 편의점주들을 직접 만나봤다. 하나 같이 힘들다는 소리 뿐이다. "비용 증가와 경기침체로 매장 운영이 어렵다"는 것.

5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지 만 3년 사이 편의점 업계의 이른바 '빅3'로 불리는 GS25, CU, 세븐일레븐 체인망 중 밤샘 영업을 하지 않는 편의점 비중은 올해 9월 말 기준 평균 18%로 지난 2017년 16%에서 2%포인트 늘어났다.

CU는 2017년 16%에서 올해 20%로 늘어났고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17%에서 18.4%로 증가했다. 심야 영업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이마트24는 올해 24시간 동안 영업하지 않는 곳은 전체 78.4%로 80%에 육박한다. 

병원, 대학교 등에 있는 편의점의 비중도 감안해야 하지만 점포수를 고려하면 심야영업을 중단하는 매장 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추세다. 문제는 편의점주들이 심야영업 중단하려면 수개월 이상 새벽시간에 적자가 난다는 것을 가맹 본사에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 역삼동에서 GS를 운영하는 최 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한 고객도 없었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야영업에 아르바이트 생을 고용한다면 인건비와 야간 수당까지 들어간다"며 "이 비중을 따져 본다면 점주가 가져가는 월 매출보다 많을 것. 이에 심야영업을 포기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초역의 CU 편의점 점주 권 모씨 역시 “아르바이트 생 인건비를 충당하려면 심야 시간 대 보통 50만원 정도의 매출을 일으켜야 하는데 요즘은 보통 10만원 미만이다"며 "매출이 이렇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사에 요청해 야간에는 영업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편의점은 그동안 경기 악화 속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들어 디플레이션 위기까지 언급될 정도로 장기 불황으로 진입하자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편의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9개 주요 골목상권 업종에 대한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두 자릿수 대의 급격한 매출과 순수익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자율 규약 등으로 인해 심야 시간대 영업을 강요할 수 없게 되자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편의점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편의점 점주들의 연말 재계약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이 기간을 맞아 편의점 점주들은 전기세 지원과 심야 미영업 전환 등을 고려해 편의점 브랜드를 선택 할 것"이라며 "현재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각 편의점 본사에서 점주 모셔오기 눈치게임까지 일어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미니스톱을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한 모씨는 “전기세 100% 지원을 받고 24시간 영업을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버는 돈은 그전과 똑같다. 재계약 때는 심야 미영업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아예 24시간 영업에 선을 그었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듯 관련 업계도 편의점 사업이 한계에 직면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4시간 영업을 원칙으로 점포 수를 확대해 온 편의점 사업 모델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인건비 부담 등에 따라 새로운 형태로 변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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