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주치의] 추운 수능 따뜻하게 준비해야
[우리동네 주치의] 추운 수능 따뜻하게 준비해야
  • 소비자경제
  • 승인 2019.11.01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경제신문 건강칼럼] 고전(classic)이란 모두가 좋다고 하며 아무도 안 읽는 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전(classic)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배리 매닐로우의 ‘When October goes’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의 고전적인 감성이 ‘땡기는’ 계절, 그 가을이 한창입니다.

가을은 각 분야의 ‘추수의 계절’로, 국내 프로야구는 이미 한국시리즈가 막을 내렸고, 아기상어 응원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메이저리그 야구도 월드시리즈의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야구에는 '루틴 Routine'(일상의)이 있습니다. 타석에 들어서서 투수가 던져 주는 볼을 치기까지 헬멧을 만지고 배트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도 하고, 어떤 타자는 혀로 배트를 핥기까지 합니다. 투수도 나름의 routine이 있어 로진백을 만지고 뒤의 야수를 쳐다보기도 하는데 어떤 투수는 평소의 routine을 무심코 행하다가 홈스틸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야구선수만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routine이 있어, 만일 외부 조건의 변화로 그것을 행하지 못하게 되면 화가 나고 불안해지기까지 합니다. 아침에 늘 사우나를 하는데 매월말일 정기 휴일이라 사우나를 못하고 출근한 날은 자신이 왠지 더럽게 느껴지고 오늘이 어제와 도무지 구별이 안되므로 결국 끝나지 않은 어제를 오늘 살아내느라 하루 종일 피곤하다는 분도 계십니다. 이분에게 routine은 거의 종교적인 의례(ritual)와도 같은 것입니다. 세례나 침례를 받듯이 날마다 냉탕에 들어가서 중저음의 아재소리를 내어야 비로소 새사람이 되고 새날이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연도 그의 routine을 따라 요즈음 날이 부쩍 추워졌습니다. 심뇌혈관 질환이나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을 가진 분들은 새벽 운동이나 산행시 보온에 유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A형독감유행이 벌써 시작되고 있고, 소아들에게는 비정형계 세균의 폐렴과 수족구병이 유행입니다. 철저한 손위생과 충분한 수분과 비타민 섭취 및 적절한 수면과 휴식이 더욱 중요하겠습니다.
 
우리 입시도 그의 routine에 따라 11월 14일 올해 수능을 치룹니다. 학생들에게는 진정한 추수의 계절이자 가을의 전설을 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동네주치의로서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소소한 건강관리 안내를 드리자면 이러합니다. 
 
#1. 불면
수능을 앞두고 불면을 호소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수면제를 임의로 복용하기 보다는 수면 전 핸드폰을 안하고 수면시 소음과 빛을 차단하는 등의 수면위생에 만전을 기하신 후, 꼭 필요한 경우에만 멜라토닌 성분의 수면제 등 부작용이 적은 약을 주치의에게 처방받아 수능일 이전에 미리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입시 전날 평소 먹지 않던 수면제를 처음으로 복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2. 불안, 초조
수험 당일 너무 초조한 나머지, 인데놀 등의 빈맥 치료제를 권유 받아 복용하는 수험생들이 있습니다. 인데놀은 베타차단제인 심혈관약물로 과량사용시 오히려 맥이 풀릴 수 있고, 천식 환자는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시고, 꼭 사용하실 때에는 수능일 이전에 수차례 시험적으로 사용하시어 최적용량을 찾으실 것을 권합니다.
 
#3. 독감예방접종
백신접종 후 항체 형성기간은 최소 약 2주이므로 10월말까지는 접종하시는 것이 좋고, 수능 임박하여서는 오히려 접종을 수능일 이후로 미루시는 것을 권합니다. 예방접종후 2~3일정도 근육통 및 발열이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4. 뇌영양제
뇌의 신경세포 및 신경전달물질을 원료로 하여 뇌의 노년 변성 및 치매의 예방에 좋다는 일부 약을 기억력 상승 목적으로 수험생에게 복용케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10대~30대 등 수험생의 주연령을 대상으로 약물안전성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일체의 약은 삼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5. 생체주기(circadian rhythm)
뇌의 활동은 기상 후 최소 2시간이상이 지나야 활발해진다고 합니다. 수능일에 일어날 시각을 미리 정하여 지금부터 연습하셔야 합니다. 인체의 생체 주기는 단기간에 바뀌지 않으므로 지금부터 연습하시기를 권합니다. 입시전문가들의 권고대로 오전에 국어와 수학을, 오후에 영어와 탐구영역, 제2외국어 한문 순으로 공부하시고, 가급적 모든 식사도 미리 수능일과 비슷하게 하시면 좋겠습니다. 수능 전일에는 아무리 바빠도 고사장에 수능일의 이동방법 및 경로로 미리 방문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6. 수능일 점심식사 및 간식
수능일에는 반드시 늘 먹던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평소의 2/3정도로 준비하시되,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사과는 위장관 trouble을 유발할 수 있어 가급적 피하시는 것이 좋으며, 마그네슘이 많아 복용하는 바나나 또한 장운동을 증가시키고 과량섭취시 드물지만 저칼륨혈증 유발로 하지에 힘이 빠질 우려가 있어 소량만 권합니다. 수능일에 인기가 많은 견과류도 알레르기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한정해 드셔야 하며, 전날 받은 찹쌀떡, 엿은 수능 끝나고 드시거나 다른 가족이 대신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Routine은 우리에게 마치 종교의례(ritual)와 같이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수능처럼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에도 큰 안정감을 주어, 우리가 제대로 기능(function)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도와줍니다. 아무쪼록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과 그 가족들께서 가족만의 루친으로, 추운 수능을 따뜻하게 준비하시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기고=문정해 내과의사. 세브란스 가정의학과 전문의/연세휴가정의학과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