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印尼에 폐기물에너지(WTE) 기술 구현 준비 완료
대림산업, 원천 기술 보유 美 석유화학 제품제조사 인수
해건협 “주요 프로젝트 기본설계 전담, 용역 진출 병행”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脫건설화를 통한 신사업 발굴 및 추진을 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30일 세계적인 석유화학 제품 제조사인 미국 크레이튼사의 경영권을 인수해 석유화학 사업부문 강화를 천명했다. 사진은 크레이튼사의 브라질 공장.   (사진제공=대림산업)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脫건설화를 통한 신사업 발굴 및 추진을 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30일 세계적인 석유화학 제품 제조사인 미국 크레이튼사의 경영권을 인수해 석유화학 사업부문 강화를 천명했다. 사진은 크레이튼사의 브라질 공장. (사진제공=대림산업)

[소비자경제신문 임준혁 기자] 국내 주택경기 침체와 각 사별 목표에 미달하는 해외에서의 전통 건설(건축·토목·플랜트 등)부문의 수주 부진 등에 위기감을 느낀 주요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신사업 발굴 및 추진을 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등은 해외사업 부문에서 탈(脫) 건설화 움직임을 보이며 미래 신성장 동력 사업을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추진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맏형격인 현대건설은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 정부·국책연구기관들과 연구개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강점인 스마트시티‧신재생 에너지 및 환경 분야 기술을 인도네시아에서 선보였다.

최근 인도네시아 과학기술평가응용청(BPPT)에서 현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인도네시아를 위한 에너지·환경 기술’ 세미나를 개최한 것.

세미나 참석자들은 특히 현대건설의 친환경 기술인 폐기물에너지(WTE·Waste to Energy)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BPPT 관계자는 “폐기물에너지 사업이 2018년 대통령령에 의거, 현지 인프라 사업의 최우선 순위로 지정될 만큼 현재 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대건설과의 연구협력이 인도네시아 에너지·환경 기술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확인 결과 현대건설의 친환경 기술인 폐기물에너지는 일종의 쓰레기 소각장으로 알려졌다. 기존 쓰레기 소각장에 친환경 기술을 접목시킨 것으로 현재 대부분의 쓰레기를 매립해 처리하는 인도네시아 당국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폐기물에너지 사업은 넓은 범주에서 보면 플랜트 부문이지만 우리 회사의 기술 노하우로 탄생한 만큼 동남아 개도국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 기술은 시공 사례가 있다. 현대건설 홍보실 손창성 대리는 “폐기물에너지(WTE) 기술이 적용된 소각장이 지난 2017년에 싱가포르에 완공된 바 있다. 사업비는 1억3000만달러 수준이었다”며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4건의 수주 및 건설실적이 있다”고 <소비자경제>와의 통화를 통해 밝혔다.

이 밖에도 현대건설은 싱가포르에서 산업단지를 개발·관리하는 공기업과 연구개발 기술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지난달 체결했다. 이번 MOU를 통해 양측은 향후 5년간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동화 기술 등 디지털·생산성 향상 및 지속가능한 기술에 대한 연구를 공동 수행하기로 했다.

대림산업 역시 해외에서 건설업 외에 제조업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이미 회사 내에 유화사업부를 두고 사업 다각화를 활발히 추진중인 대림산업은 석유화학사업 확대 및 석유화학 디벨로퍼로의 도약을 위해 미국 굴지의 해당 산업 회사를 인수했다.

대림은 지난 30일 이사회를 열고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업체인 미국 크레이튼(Kraton)社의 카리플렉스(Cariflex) 사업부 인수를 의결했다. 총 인수금액은 5억3000만(약 6200억원)달러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인수작업이 최종 완료되면 대림산업은 크레이튼사의 브라질 공장과 원천기술, 판매 인력 및 영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인수는 올해 80주년을 맞이한 대림의 첫 번째 해외 경영권 인수 사례다. 대림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사업 확대 및 석유화학 디벨로퍼로의 도약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에 따른 사업확장에 주력해 왔으며 카리플렉스 사업 인수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게 됐다. 대림은 미국, 사우디 등 해외 석유화학 디벨로퍼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카리플렉스 사업부가 생산하는 라텍스는 글로벌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시장의 1위 제품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및 아시아에서도 사용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 시장은 매년 8% 수준의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의료용 제품은 차별화된 기술력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다른 석유화학 제품에 비해 경기변동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상우 대림산업 부회장은 “우리가 자체 개발한 메탈로센 촉매 및 폴리부텐 생산 기술과 크레이튼사가 개발한 세계 유일의 음이온 촉매 기반의 합성고무 제조 기술, 라텍스 제조 기술이 더해져 상당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의료용 소재는 물론 고기능 라텍스, 접착제 원료, 코팅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개발 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GS건설 역시 해외에서 건설사업 외에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GS건설 홍보팀 양문석 차장은 “국내 주택 시장 침체와 예상보다 더딘 해외 프로젝트 수주로 인해 회사 차원에서 신사업 분야에 대한 연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른 국내 대형 건설사도 脫건설화쪽으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록 가시화 된 성과물이 아직 없지만 끊임 없는 R&D를 시도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대외협력실 권오훈 부장은 “전통적인 건설(건축·토목) 분야에서 후발 주자인 터키나 중국이 인건비를 무기로 한국을 따라잡고 있는데서 국내 건설사의 해외시장의 신사업 다각화는 출발했다”며 “우리의 비교 우위였던 플랜트 역시 10년 전부터 인도나 중국과 같은 나라들로부터 가격협상력에 뒤쳐져 발생한 현상”이라고 <소비자경제>와의 통화를 통해 밝혔다.

그는 이어 “비(非)건설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최근 해외 시장으로 진입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단순 시공 위주의 건설에서 탈피해 해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진국처럼 굵직한 프로젝트의 기본설계만을 전담하거나 용역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세분화 전략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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