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1.8조 규모 인수전 나선 넷마블, 투자 배경 두고 시선 엇갈려
2017년 실적 '피크'후 지난해 하락세...위기설 속 새 먹거리 발굴 절실
대박게임 의존도 낮추고 신사업 찾는 게 게임사 숙제, 넷마블 전략 통할까?

넷마블의 과감한 투자를 두고 게임업계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사진은 지난해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 행사에 참석한 넷마블 방준혁 의장(왼쪽)과 권영식 대표(오른쪽)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넷마블의 과감한 투자를 두고 게임업계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사진은 지난해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 행사에 참석한 넷마블 방준혁 의장(왼쪽)과 권영식 대표(오른쪽)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넷마블이 웅진코웨이와 교집합 찾기에 나선 가운데, 최근 실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투자를 결심한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게임산업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시선과 미래 먹거리를 향한 선제적인 발걸음이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깜짝 등장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27조원 규모의 미래 스마트홈 시장에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것이 넷마블의 청사진이다.

넷마블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구독경제’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 인수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자사의 IT기술과 노하우를 웅진코웨이가 관리 중인 정수기나 비데 등의 계정(구독자) 700여만개와 연결해 새 활로를 찾겠다는 취지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소비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운용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이 기술들을 웅진코웨이가 보유한 실물 기기에 접목하는 것이 목표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방향성이다. 개발자 출신이 아니고 인수합병 등에 능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성향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다른 시선도 제기한다. 게임사나 IT기업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이종산업에 2조원 가까운 거금을 투자한 것이 결국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넷마블) 방 의장이 한국 게임산업의 매력이 떨어져서 더 이상 게임산업에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 K-게임 한류 뜨겁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위기의식 솔솔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현재 보유중인 현금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넷마블은 1조 8600억원을 투입해 웅진코웨이 지분을 사들일 계획이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넷마블 유동자산은 약 2조 7000억원이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1조 7000억원 수준이다. 외부 차입 없이 자체 보유한 현금으로 가능하다

넷마블은 2014년 이후부터 매출 상승세를 이어왔다. 2017년에는 매출 2조 4248억원에 영업이익 5096억원을 기록해 게임업계 1위(넥슨) 자리까지 위협했다. 인수전에 나서는 기업들이 대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데 넷마블은 단독으로 인수전에 뛰어드는 자신감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은 하락세였다. 2018년 매출은 2017년 대비 17%, 영업이익은 53% 줄었다. 2017년 3분기 누계 기준으로 보면 넷마블 영업이익률은 23.05%였다. 이것이 지난해 3분기에는 13.28%로 줄었고, 올해 3분기에는 9.43%로 내려왔다.

통상적으로 게임 관련 업계는 신작 출시 이후 생산 관련 비용이 지속적으로 많이 투입되는 구조는 아니어서 영업이익률이 두자리수를 넘는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출시한 ‘BTS월드’ 매출액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 ‘피크’후 정체 또는 하락세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가능한 부분이다.

이런 구조를 두고 일각에서는 넷마블 자체 문제보다는 게임산업 전반의 어려움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선도 제기한다. 호성적을 기록하다 최근 잠시 주춤했던 거대 게임사가 이종산업에 적극 나섰으니 이 일을 계기로 게임 산업 전반에 걸친 위기감에 눈을 떠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e스포츠 경쟁력 등이 훌륭해 K-게임 한류를 주도하는 국가다. 게임을 즐기는 인구도 많은 편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게임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져 소비자들의 눈높이 역시 올라갔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취향도 제각각이어서 유명 게임사에서 만든 대작이라고 무조건 흥행하는 것이 아니다. 출시 후 초기 평가가 좋았다고 해서 무조건 유저들이 몰리지도 않는다.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변화다. 소비자에게는 좋은 변화고, 기업에게는 새로운 숙제가 된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사 개발자 출신 프로그래머 신모(42)씨는 “중국 등에서 개발한 저가 양산형 게임이 최근 홍수처럼 쏟아진다”고 말했다.

이 개발자는 “그래픽과 스토리텔링이 훌륭하고 완성도가 높다고 해서 상업적 성공과 연결되지는 않는다”면서 “소비자가 시간을 별로 들이지 않아도 과금만 많이 하면 순위가 부쩍 올라가는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국내와 중국에서 개발한 모바일게임을 각각 하나씩 매일 즐긴다는 게임 소비자 이모(43)씨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 소비자는 “과거에는 ‘게임을 잘하는 것’이 중요했다. 쉬운 예로 동네 오락실마다 숨은 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노하우나 실력 대신 과금 여부로 순위가 결정되는 게임이 많은데, 이런 게임은 결국 일부 ‘헤비 과금러’와 며칠 잠깐 즐기다 그냥 그만두는 뜨내기 유저들만 남는다”고 말했다.

대형 업체들도 차별화된 게임을 만들어야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매출이 잘 나오는 특정 장르로의 쏠림 현상도 심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지도가 높은 게임도 출시 초기 반짝 관심을 모은 후 곧 매출이 급락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중국 수출이 여의치 않은 것도 악재다. 

◇ 게임산업 위기의 불안한 단면? IT와 공유경제의 효과적인 새만남?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전을 두고 두가지 시선이 얽힌다. 이종산업간 교차 투자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은 결국 게임산업 위기의 증거라는 시선, 그리고 IT기술과 공유경제의 만남이라는 새 모델을 향한 긍정적 변화의 시발점이라는 시선이다.

증권가에서는 주로 긍정적으로 본다. 우선협상자 선정 소식이 알려진 후 증권사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다수 내놨다. 하이투자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게임 사업은 흥행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반면, 웅진코웨이 사업은 구독형 수익모델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실적 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김동희 연구원은 “게임산업의 실적의 변동성이 큰데 웅진코웨이를 통해 안정적인 캐쉬카우를 확보했으며, 웅진코웨이 영업현금흐름(연간 5700억)을 감안하면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현금보다 매력적인 만큼, 스마트홈과 실물구독경제의 좋은 비즈니스 근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기업 재무적인 측면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시선들이다.

실제로 웅진코웨이는 올 3~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403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7.6% 증가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넷마블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반면 게임업계에서는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해당 기업의 개별 경영활동에 대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다만 위기감에 대해 공감하는 시선은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게임산업계나 관련 협회 등 어디에도 이 질문에 대해 시원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전제하며 "개별 기업의 경영 활동에 관한 이슈이므로, 그 배경이나 향후 전망에 대해 산업협회에서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넷마블이 그런 결정을 내린 배경은 나 역시 개인적으로 궁금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강경석 게임본부장은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기업 자체의 인수 결정에 대해서는 이유와 방향성을 따지기 어렵지만, 게임산업이 호황 속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게임업계 중견기업들이 특히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대기업들은 실적이 그래도 잘 나오지만 중견 기업 중심으로는 산업의 허리가 약해진 것이 사실이므로 중소기업들이 중견으로, 그리고 중견 기업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요 플랫폼이 모바일로 바뀌면서 과거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이 발생해 게임사들이 가진 인력이나 마케팅만으로도 안정적인 활동이 이뤄졌는데, 요즘은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게임이 흥행하는 ‘텀’도 짧아서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쓰기 어려운 회사들을 중심으로 게임사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대박게임’ 의존도 줄이는 것은 공통된 과제, 2조원 육박하는 투자 결과 주목

넷마블과 웅진코웨이의 만남 이면에는 넷마블이 독자 IP(지적재산권)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약점이 있다는 숙제가 관측된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을 흔히 ‘3N’으로 묶어 부른다. 넥슨과 넷마블, 그리고 엔씨소프트의 영문 앞자를 딴 단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그리고 넥슨은 ‘던전앤파이터’라는 고유 브랜드가 있다. 넷마블의 최근 히트작은 ‘리니지2레볼루션’인데 이것은 엔씨소프트와 공동으로 확보한 IP로 개발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넷마블이 올해 초에는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게임사를 인수할 의지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넥슨이 인수 관련 계획을 철회하면서 넷마블로서는 다른쪽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던전앤파이터' 등을 확보하려다 방향을 다른 쪽으로 틀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다만 넷마블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게임산업의 위기감 등이 반영된 투자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은 바 있다.

넷마블 뿐 아니라 다른 대형 게임사들도 과거 게임 이외 분야에 투자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넥슨은 노르웨이 유아용품 브랜드 스토케에 투자한 경험이 있고 엔씨소프트도 웹툰 및 웹소설 서비스 플랫폼에 투자한 적이 있다.

게임사들은 인기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해당 게임의 인기가 시들때를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른바 ‘대박게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외부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간 경험이다. 하지만 게임사의 이종산업 투자가 결과적으로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여전하다.

넷마블은 브랜드가치 평가회사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2019 대한민국 하이스트 브랜드'에서 4년 연속 게임 부문 1위에 오를 만큼 영향력이 큰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2조원 가까운 현금을 꺼내든 넷마블의 선택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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