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최송목 칼럼] 대개의 중소기업 사장들은 직원들이 눈앞에 보이면 좋아한다. 직원들이 정시에 출근해서 책상에 앉아 있다가 정시 좀 지나서 퇴근해야 마음이 놓이고 그래야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안다. 시간이 곧 노동인 업무들, 노동집약적 관행에 익숙해 온 나이 든 사장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직원들이 출근해서 주식이나 부동산 시세 조회를 하는 등 엉뚱한 사이트를 보고 있어도 사장이 알 수 없다. 또 보고서만 그냥 펼쳐놓고 다른 궁리를 한다 해도 그들 머릿속을 통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러면서도 그냥 출근해서 책상에만 있으면 안심이 되고 그게 직원 신뢰의 출발점이 되어왔던 게 과거 사무실의 전형적 모습이었다.

이런 생각의 관행이 요즈음 "워라밸(Work and life Ballance)", "작은 행복 (소확행)"을 추구하는 신세대 직원들 생각과 맞닿으면 다소 불편해진다. ‘소확행’은 일면 욕망이 거세된 젊은이들의 도피처가 되어가고 있다. 기존 시스템이나 제도를 통해 성공 사다리를 올라타기에는 기성세대들의 수명이 너무 길어졌고, 안정된 세상의 유리 벽이 너무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꽉 막힌 출구 없는 현실에서 구세대 꼰대들에게 맞서는 신세대들의 새로운 행복 추구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생각으로 달리는 열차 레일 같은 경영자와 직원들 간의 갭(Gap)을 어떻게 메우고 수렴해 갈 것인가? 기업의 선택과 사회적 분위기는 이미 방향을 잡아 흘러가고 있다. 최근 시도되고 있는 재택근무 또는 원격근무인 '워크 프롬 홈'(Work From Home)이 그것이다. 폭설이 내리거나, 장마, 폭우가 올 때 집이나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게 훨씬 더 생산성이 높다.

이미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쿠팡, 유한킴벌리 등에서 시행 중이다. 한발 더 나아가 ‘워크 프롬 홈’은 ‘워크 프롬 애니웨어(Work From Anywhere)’로 진화하고 있다. 집뿐만 아니라 어떤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회사는 직원들의 근무지 선택권을 확대 보장하고, 직원들은 생산성을 담보함으로써 자율을 기반으로 효과적으로 일해 보자는 것이다.

이런 근무 형태가 가능해지려면 직무능력이 담보된 구성원, 경영자의 신뢰 등 기업문화 형성이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위주의 전통적 대면 근로환경에 익숙한 탓에 단번에 워크 프롬 홈으로 전환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을 것이다.

노트북과 인터넷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으로 일찌감치 시도한 기업들이 더러 있지만, 아직 잘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문화적 정서가 자리 잡지 못한 탓일 것이다. 사장으로서는 수시로 마주치던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도대체 어느 정도 일이 진척되고 있는지? 잘하고 있는지? 제시간에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할 터이고, 직원으로서는 ‘시스템 체크로 보이지 않는 속박을 받느니 차라리 출근하여 대면하는 게 속 편하겠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최근 시대변화에서 각종 기기 예컨대, 스마트폰, 로봇, 인공지능 등에만 주로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이 모든 것의 주체인 사람이다. 직원들이 원하는 것과 회사가 원하는 것을 분석·조정하고 주고받는 것에 대한 관심이다. '워크 프롬 홈'은 아직은 직무분석, 업무분장, 책임의 한계, 직원에 대한 신뢰, 인사평가, 하드웨어 시스템, 기업문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그런데도 일하는 장소에 관한 문제는 미래 근로환경에서 큰 명제로 부각될 것이다. 보이는 출퇴근의 ‘업무량’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업무 활동의, ‘근로 품질’을 기반으로 하는 평가와 보상의 큰 흐름이다. 직원들이 눈앞에 보여야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제 과거 유물이며 착각이다.

<칼럼니스트=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사장의 품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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