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 쿠키, 액상 등 다양한 형태로 변종...수화물에 담거나 주머니에 넣기도
항공여행자 통한 밀반입 증가 추세, 국내 마약 밀반입 전체 규모도 늘어
다크웹이나 SNS 통한 ‘마약 직구’도 성행, 관련 대책 강화 및 지도교육 절실

2018년 7월 23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비행기 수화물에 대담하게 마약을 들여오는 경우가 늘었다. 사진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뉴시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재벌가 부유층 자제들의 마약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마약을 들여오는게 과거보다 쉬워졌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관세청 등 관련 기관도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이재현 CJ 회장 장남 선호씨, 홍정욱 전 헤럴드 회장 장녀 홍모양이 해외에서 마약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공통점이 있다. 미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로 마약을 가져오다 적발됐다는 것.

일반인이 상상하는 마약 밀반입은 배 등을 통해 몰래 들여오는 것이다. 아무래도 공항은 보안 검색 등이 상대적으로 철저해 ‘캐리어에 마약을 숨겨온다’는 것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홍모양은 가방뿐만 아니라 옷 주머니에도 마약류를 담아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최근 비행기로 마약을 밀반입하다 적발된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 항공여행자가 마약을 가지고 오는 사례가 늘어난 이유가 뭘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변종 마약’ 등장이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주사기로 투입하는 필로폰이나 담배처럼 피우는 대마초는 이제 ‘구식’이 됐다”는 얘기도 나돈다.

◇ 국감에서도 마약 이슈, 김경협 의원 “변종 마약 항공 반입 늘었다” 문제제기

최근 국감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비행기를 타고 직접 들여오는 마약 반입자 수가 작년과 올해 크게 늘었다. 건수 뿐만 아니라 물량도 늘었다.

비행기로 마약을 들여오다 적발된 사례는 2014년 27건, 2015년에는 49건이었다. 2016년과 2017년 숫자가 다소 늘었으나 60~70건 사이였고 2018년에는 58건으로 다시 줄었다. 5년간 평균 53.4건 정도다.

그런데 올해는 최근 5년 평균치의 5배에 이르는 150건이 적발됐다. 심지어 올해는 1년치가 아니라 8월까지의 수치다. 들여오는 물량도 2017년 15kg에 163억원 상당이었는데 2018년에는 87kg, 1,800억원, 올해 8월까지는 69kg, 1,300억원으로 재작년 기준 약 10배 가까이 늘었다.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이 적발된다는 의미다.

특이한 지점이 있다. 2017년까지는 적발 사례가 없었던 액상키트 등의 대마추출물, 그리고 쿠키나 캔디, 또는 젤리 등 식품 형태의 대마류가 작년 7건, 올해 8월까지는 무려 67건이 적발됐다.

쉽게 분별하기 어려운 형태로 만들어진 변종마약, 즉 ‘신상’ 마약류가 등장하면서 항공기를 통한 마약 밀반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홍정욱 전 회장 장녀 홍모씨가 들여오려던 마약 중에는 혀에 붙이는 종이 형태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최근 적발된 부유층 자제들의 신종 마약은 대부분 미국에서 건너왔다. 미국 대부분 지역은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고 있으며 의료·오락용 대마를 합법화한 지역도 워싱턴 등 10개주에 달한다.

의료·오락용 대마가 합법인 지역에서는 성인의 경우 허가받은 소매점에서 대마류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여기에 변종 마약이 활개를 치면서 항공 여행자들이 대담하게 마약을 들여오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 관세청 단속 강화, 변종 마약 놓치지 않으려면 주의 필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분별하기 어려운 변종 마약인데 공항 검색에서 어떻게 적발된 것일까? 관세청이 이 문제를 인지하고 단속을 더욱 강화한 덕분이다.

본지는 이 부분에 대해 관세청 담당부서 국제조사팀에 문의했다. 그러나 담당과장과 사무관이 모두 출장 중인 상태여서 빠른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대신 관련 내용을 직접 조사한 김경협 의원실 박희진 비서관이, 당시 의원실 문의에 대한 관세청 측의 답변 내용을 전해줬다.

박 비서관은 “변종 마약은 담당 직원 입장에서도 매우 생소하고 어렵기 때문에, (관세청이) 엑스레이 판독에서 어떤 것들을 확인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세관 직원들에게 꾸준히 교육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논란이 된 유명인 자제들도 모두 엑스레이에서 적발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세관 당국은 여행자에 대한 정보 분석 등을 강화하고 마약 탐지견을 집중 배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원실 보좌진은 “일반적인 검색방법으로 많은 신경을 기울이지 않으면 변종마약을 놓칠 위험도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변동 대마류 등 이른바 ‘신상 마약’들은 일반 물품과 함께 수화물에 숨긴 채 들여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특송 화물 등에서 적발된 마약 물품 (사진=김경협 의원실 제공)
항공 특송 화물 등에서 적발된 마약 물품. 관세청이 적발해 의원실에 제공한 사진으로, 사진 속 물품의 브랜드 명 등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김경협 의원실 제공)

◇ 국내 마약 밀반입 전체 규모 늘어나는 추세, ‘대마 합법’ 해외 이슈 영향?

변종 마약 등의 항공반입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더 큰 문제는 적발되는 마약 전체 규모도 늘었다는 점이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밀반입이 적발된 마약 전체 규모가 2017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는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 등 해외 직구 방식이 늘었다.

이달 9일 관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품목별 마약류 단속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반입하려다 적발된 마약은 총 425.8㎏으로 2017년(69.1㎏)보다 516% 늘었다.

같은 기간 마약 적발 건수는 429건에서 660건으로 53.4% 늘었으며, 적발 금액 기준으로는 10배 가까이(880억원→8,708억원) 증가했다.

전체 마약 규모에서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은 필로폰이다. 필로폰 적발 물량은 222.9㎏으로 2017년의(30.8㎏)보다 621% 늘었다. 대마 밀반입은 지난해 309건 적발돼 2017년(114건)보다 195건(171%)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우편을 이용한 마약 반입 건수는 2017년 270건에서 2018년 407건으로 50.7% 늘었으며 특송화물은 83건에서 176건으로 112% 증가했다. 마약 밀반입 지역은 북미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17년에는 유럽이 더 많았으나 지난해 크게 늘었다. 미국 일부 주 그리고 캐나다에서 대마가 합법화되면서 구입이 쉬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 마약 청정국 지위 흔들릴까? 중국계 밀수조직, 태국발 신형 필로폰 주의보

그동안 대한민국은 ‘마약청정국’으로 통했다. 상징적인 얘기가 아니라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 20명 미만인 국가를 뜻한다. 그러나 지난해 적발된 마약 규모가 이미 사상 최대였고, 올해 마약류 관련 범죄가 다양화 경향을 보이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관세청도 대책마련에 나섰다. 관세청은 지난 7월 올해 상반기 마약류 밀수 단속의 주요 특징과 그에 따른 대책을 정리해 발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중화계 마약밀수조직에 의한 필로폰 밀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이용한 밀수가 늘었으며, 태국발 정제형 필로폰인 일명 ‘야바’ 적발도 늘어나는 추세다.

세부 내용을 보면 대만이나 동남아 일대 중국계 마약조직의 밀수시도가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필로폰이 미얀마에서 대량생산되어 한국까지 밀반입이 시도되는 것으로 관세청은 파악했다.

실제로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아태지역 필로폰 적발량은 2008년 이후 10년간 11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이라고 하면 흔히 미국 등을 떠올리지만 아시아지역에서 관련 문제가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이 늘어난 이유로는 일반포털로는 검색되지 않는 다크웹 등을 통해 해외 판매자에게 마약을 주문하려는 시도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SNS 등에서도 관련 시도가 파악됐다.

태국에서 시작된 정제형 필로폰 ‘야바’는 기존 필로폰에 비해 가격이 매우 낮아 동남아 노동자 들이 주로 복용하는 것으로 관세청은 보고 있다. 야바 적발 건수가 올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건수78%, 중량 1120%가량 늘었다.

당시 관세청은 “마약류 밀수 증가에 대하 마약류 밀반입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전청 차원의 인력과 탐지장비를 동원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밀수 조직이 국내 유통 조직과 연계해 규모가 커지고 있으니 이에 대한 효과적은 대응을 위해 단속 인력을 늘리고 장비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세관 합동수사반, 경찰청 및 국정원과의 공조, 해외 세관당국과의 국제공조수사 계획도 밝혔다.

◇ 경찰, 마약 단속 위해 국제공조 강화...인터폴 김종양 총재 “단호한 의지”강조

경찰도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지난 9월 17일 인터폴이 3일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제2회 인터폴 국제 마약회의’를 개최했다. 100여 개국 경찰·법집행기관 및 여러 국제기구에서 4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급속히 진화 중인 마약범죄의 최근 양상을 공유하고 인터폴 회원국 간 ‘공동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인터폴은 한국인 총재가 이끌고 있다. 경기경찰청장 출신 김종양 총재다. 김 총재는 회의에서 “최근 마약범죄는 승객·화물·우편뿐만 아니라 인터넷 발달로 다크넷·가상화폐를 마약거래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 총재는 “도전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안은 ‘항상 그 문제의 핵심을 뚫고 가는 것’이라며 마약 문제도 법집행기관들의 단호한 의지와 인터폴 중심의 공동대응 전략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도 미국발 마약 단속에 적극적이다. 경찰청은 최근 부산에서 미국 마약단속청 극동지부와 공동으로 회의를 열었다. 경찰철 관계자는 이 회의에 대해 ”새로운 수법을 악용한 마약류 범죄에 대한 근본적 대응을 위해, 국가 간 긴밀한 협업과 공조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자체적으로 국제공조회의를 개최해왔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마약 등 국제범죄 집중 단속을 벌인 바 있다. 당시 경찰청은 수사 관련 브리핑에서 “버닝썬 사건 등으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마약사범에 대한 집중단속으로 마약에 의한 2차 강력범죄를 예방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마약범죄를 쉽게 인식하는 체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마약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고 말했다.

◇ 마약에 대한 도덕적 장벽 해이가 문제, 지도 교육 강화 목소리도 높아

마약류 관련 범죄는 개인의 중독 뿐만 아니라 주변과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서 당국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범죄다. 부유층 자녀들의 마약 관련 범죄는 일반 국민들에게 상실감 등을 느끼게 할 수도 있고 마약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도덕감 등을 떨어뜨릴 우려도 있다.

해외 거주 경험 등이 풍부한 이들이 현지에서 비교적 손쉽게 마약을 접하고 그것을 국내에 가져오는 것도 문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1년간 유학한 경험이 있고 지금은 서울에 거주하는 K씨는 “대마초를 아무렇지 않게 흡입하는 현지 지인들과 어울리다 보면, 마약이 그저 술이나 담배같은 기호식품처럼 인식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들 하는데 나도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기 쉽고, 만일 어려서부터 그곳에서 생활했다면 범죄의식 자체가 흐릿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전문가들 역시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마약의 해악을 여러 각도로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마약범죄 처벌이 약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상대적으로 마약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만큼 교육 및 치료 차원에서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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