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녹취록 공개 이후 막말 논란
21일 사과문 발표하기도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공단 금융투자업계 동반성장 간담회'의 권용원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의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공단 금융투자업계 동반성장 간담회'의 권용원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의 모습이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승리 기자]  ‘금융투자협회’ 권용원 회장과 관련된 논란이 연일 뜨겁다. 지난해 1월 압도적인 표 차이로 제4대 회장으로 선임된 후 임기 이행 절반 만에 쓸쓸한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논란은 지난 18일 한 매체를 통해 나온 ‘녹취록’에서 시작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권 회장은 운전기사에게 ‘바보같이’, ‘그러니까 당신이 인정을 못 받잖아’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또 다른 임직원과의 대화에서도 ‘기자애들 쥐어 패버려’ 등의 문장도 나왔다.

해당 내용이 공개되면서 권 회장의 갑질 논란이 붉어졌다. 특히, 막말은 일회성이 아니라 수시로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사항에 대해 금융투자협회는 당일 별다른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권 회장이 자산운용협회 세계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출장을 갔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후 21일 권 회장이 사과문을 전격 발표하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저의 부덕함으로 인하여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 특히 기자 여러분, 여성분들, 운전기사 분등 포함한 협회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그 어떤 구차한 변명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각계각층에 계신 많은 분들의 의견과 뜻을 구해 그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조직이 빨리 안정을 되찾아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들이 중단 없이 추진되기를 희망합니다. 다시 한번 기자 여러분, 여성분들, 협회 직원 및 업계 임직원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막말사태’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국감 현장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지난 21일 국감 현장에서 금융위원회 은성수 위원장에게 권용원 회장의 갑질 논란에 대한 대응 방향을 질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은 위원장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어디까지가 감독 권한인지 등에 대해서는 고민이 되는 부분”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권 회장의 행동은 금융협회의 수장으로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을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상으로도 적절치 못한 처사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무법인 나우 이윤형 노무사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회시키는 행위를 말한다”며 “언론을 통해 접한 금투협회장의 행위는 위 기준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사용자인 금쿠협회는 공공기관으로서 관계법령을 충실히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9에 따라 행위자인 협회장에 대한 징계를 행하여야 하고, 감독기관인 금융관계 부처는 충실한 법령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금투협회와 금융 관계부처의 책임 이행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이 노무사는 “사용자인 제76조의3제2항 내지 제5항에 따라 조사를 실시하고 징계를 행하여야 한다”며 “다만 처벌 조항이 없으므로 상위 기관인 금융 관계 부처에서 감사를 실시하게 하는 것이 법 준수의 강제성을 부여하는 실효성 있는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막말논란의 중심에 선 권 회장은 ‘엘리트 금융맨’ 출신이다. 1961년생인 그는 1980년 광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쳐 기술고시 21회에 합격 산업자원부로 공직생활을 시작, 제15대 대통력직인수위원회를 거쳤다. 그 사이 MIT 기술정책과정을 통해 기술정책,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후 △다우기술 부사장 △인큐브테크 대표이사 △다우엑실리콘대표이사 등을 역임하고 2007년 키움인베트스먼트 대표이사로 금융권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2009년 키움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까지 재직한 바 있다.

이밖에도 △한국거래소 비상임사외이사 △한국금융투자협회 증권위원회 위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원이사 △서울시 금융산업정책위원회 위원 등 금융 각 분야에서 활약해왔다.

또한, 지난 1월 25일 임시총회 당시 황성호 후보와 손복조 후보를 제치고 과반이 넘는 68.1%의 득표율로 선임되어 지난해 2월 4일자로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2021년 2월까지인 3년의 임기 중 약 절반을 넘기고 ‘불명예 퇴진 가능성’이라는 오명의 기로 앞에 서며 '엘리트 금융맨'의 자존심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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