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4세 딸들 입지 강화 추세 속, '20대 민정씨' 행보 주목
아모레퍼시픽 장녀 및 SK 차녀, 중국 미국 오가며 학업 및 현장 경험 활발
거세지는 재계 '뉴 도터스(New Daughters)' 열풍, 재계 여풍 행보 어디까지?

아모레퍼시픽그룹 장녀 서민정씨.(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그룹 장녀 서민정씨.(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재벌가 자제들 사이에서 여성들의 입지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재계 여풍(女風)이야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중국과 미국을 오가는 20대 ‘민정씨’들이 아모레퍼시픽과 SK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 CEO들은 대부분 남자다. 포브스코리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매출 1500억원을 넘어선 기업은 모두 2360개고 이 중 여성 CEO가 있는 기업은 70개였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여성기업가나 딸들은 존재해왔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을 1세대로 보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2세대 여성 CEO로 분류할 수 있다. 그보다 한세대 후배로는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여기에 최근 네이버 등 IT업계를 중심으로 여성 CEO들이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KB증권 박정림 사장, 매일유업 김선희 대표도 재계 ‘여풍’ 선두주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경영 일선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3~4세 딸들은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그들은 중국과 미국을 오가며 공부하고 회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실무 경험을 쌓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고 교역 시장인 중국, 그리고 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행보다.

최근 중국과 미국을 오간 ‘20대 민정씨’들의 행보가 화제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장녀 서민정씨와 SK그룹 차녀 최민정씨 얘기다.

◇ 아모레퍼시픽, 91년생 맏딸에게 경영권 승계 본격화?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10일 주당 2만 8200원에 전환우선주 709만 2200주를 발행, 2000억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환우선주 발행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해석한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지난 2006년 그룹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장녀 서민정씨에게 전환우선주를 증여한 바 있다. 이번 전환우선주도 서씨에게 증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서민정씨는 서경배 회장의 장녀이자 신춘호 농심 회장의 외손녀로 재계 대표적인 ‘뉴 도터스’(New Daughters)중 하나로 꼽힌다. 1980~90년대 사이에 출생한 오너가(家) 딸들을 일컫는 말이다. 91년생인 서씨는 올해 우리 나이로 29세다.

서민정씨는 10월 1일자로 아모레퍼시픽 국내 화장품 채널 조직인 '뷰티영업Unit' 내 뷰티영업전략팀으로 출근했다. 직급은 프로페셔널2로 일반 기업 기준으로는 과장에 해당한다.

아모레퍼시픽 홍보실 관계자는 "직책은 담당으로 영업조직에서 화장품 사업의 기본을 충실히 익히고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씨는 미국 코넬대학교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2017년 1월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오산 뷰티사업장 SC제조기술팀에서 평사원으로 일했다. 해당팀은 스킨케어 제품 설비와 제조를 관할하는 곳이다.

아버지 서경배 회장 역시 1980년대에 입사해 생산공장에서 근무한 바 있다. '품질 제일주의' 가치를 잇기 위해 생산부문에서 실무를 배우기 시작한 것. 그곳에서 6개월간 근무한 후 퇴사한 다음 중국 장강상학원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밟았다.

서씨의 중국 유학은 아모레퍼시픽이 공들이는 중국시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발 K-뷰티 최대수혜주 중 하나로 꼽히는 회사다. 서씨가 다닌 장강산학원은 중국 최초 비영리 사립 MBA로, 마윈 알리바바 회장도 이곳을 거쳤다. 중국 현지에서 경험과 인맥을 쌓기에 매우 적당한 곳이다.

서씨는 아모레퍼시픽 지분 2.93%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 계열사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지분도 가지고 있다. 외가쪽 농심홀딩스에서도 2003년 1만 주를 증여 받았다. 지난 2014년에는 주식을 보유한 회사에서 81억여원의 배당금을 받았고, 2018년에는 CEO스코어데일리가 ‘4년 연속 20대 최고 주식 금수저’라는 제목으로 서씨를 소개하기도 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딸 최민정 씨 당시 해군 중위시절 모습. (사진=연합뉴스)
SK그룹 최태원 회장 딸 최민정 씨 당시 해군 중위시절 모습. (사진=연합뉴스)

◇ ‘알바’에 능한 여군장교 출신, SK차녀 이색 행보 

또 다른 ‘20대 민정씨’도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차녀 최민정씨다. 최씨는 이달부터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최씨는 중국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며 글로벌 자본시장과 인수합병, 투자분석 등을 공부했다. 서민정씨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미국에서 두루 경험을 쌓는 행보다. 중국이 국내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임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과거에서 언론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14년 대학 졸업 후 재벌가 딸로는 이례적으로 해군에 자원입대해 장교로 복무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청해부대와 서해2함대 등에서 근무했고 아덴만도 다녀왔다.

재계 자제들이 주로 해외에서 학업에 매진하거나 경영수업을 받고, 재벌가 아들들의 군면제율이 일반인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여군 장교 근무는 사뭇 신선한 행보였다. 중국에서 공부할 때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등, 여타 재벌가 자제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였다.

최씨는 2017년 전역 이후 중국 투자회사에서 근무했다. 당시 이 경력도 ‘의외의 행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전역 후 SK그룹에 바로 입사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해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입사한 홍이투자는 컴퓨터 제조사 레노버를 소유한 레전드홀딩스의 투자전문 자회사로 중국내에서 상위권 평가를 받는 업체였다.

그곳을 퇴사하고 지난 8월에야 SK하이닉스에 입사해 대외협력총괄 산하인 INTRA(국제통상과 정책대응을 하는 업무조직)에서 근무했다. 이곳 사무소가 미국 워싱턴 DC에 있었다. 최씨는 CSIS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거세지는 재계 ‘뉴 도터스’ 열풍, 3-4세 딸들 파워 행보 어디까지?

‘중국에 다녀온 20대 민정씨’가 최근 특히 이슈였지만, 재계 ‘뉴 도터스’열풍은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SK그룹에는 최민정씨 말고도 언니 최윤정씨가 있다. 최윤정씨는 지난 8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 입학 허가를 받고 출국해 9월부터 공부를 시작한다. 유학 기간은 2년 일정으로 알려졌다.

최씨도 앞선 두 사람처럼 중국과 미국을 오갔다. 베이징국제고를 졸업한 뒤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뇌과학 연구소에서 2년 동안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물리화학 연구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 등을 거쳐 2017년 SK바이오팜 전략기획실에 입사해 책임매니저로 근무했다.

이번 미국 유학도 SK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기 위해 유학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윤정 씨와 서민정 씨는 2015년 7월께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해 주니어 컨설턴트로 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이마트 CEO로 선임된 강희석 대표가 파트너로 일했던 곳이다.

이들 외에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장녀 박하민 씨도 코넬대 졸업 후 미국 컨설팅업체 등에서 근무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한 바 있다. 박하민씨도 1989년생으로 재벌가 3~4세 자제들 중에서는 젊은 세대다.

다양한 현장경험을 통해 사업적인 눈을 키우고 실무 경험을 쌓아가는 ‘뉴 도터스’들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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