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최송목 칼럼]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의 최고 리더다. 아무나 할 수 있을까? 헌법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누구에게나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만 아무나 할 수 없고 더더구나 “잘 할 수 있을까”라고 물으면 묵묵부답(...)일 것이다. 그만큼 어려운 자리라는 의미다.

세계 대통령 중에는 배우, 코미디언, 아나운서, 노조 간부, 축구선수 등 이색적인 과거 직업이 많다. 우리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이다. 과거 직업이 뭐던 간에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대통령도 그 기능이 가지는 ‘직의 속성’이 있다. 흔히들 자본주의의 꽃, 기업의 수장인 사장과 민주주의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의 리더십은 비슷하리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 근본 속성이 다르다. 지금 세상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장과 대통령이라는 두 리더의 속성을 한번 짚어 본다.

첫 번째 다른 점은 조직의 취사선택과 구성이다. 사장은 회사조직을 선택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들로만 구성하고 무능한 사람들을 배척할 수 있다. 대통령은 국민을 취사선택하거나 움직일 수 없다. 주어진 국민을 대상으로 있는 그대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치는 싫어하는 시민들, 본인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반대자들과도 소통해야 하며, 무능한 다수도 조직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은 호불호의 감정으로 국민들을 리더할 수 없다. 당선 전까지는 네 편, 내 편을 가려야겠지만 당선 후에는 과거 아군 적군 가리기의 속성을 버리고 전 국민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아야 한다. 국민을 바라보는 앵글 자체를 바꿔야 한다.

두 번째는 임기다. 오너사장은 자기 회사이므로 임기의 제한이 없다. 소신과 장기 비전을 가지고 일을 추진할 수 있지만, 대통령은 임기의 제한이 있다. 회사로 치면 전문 CEO인 셈이다. 5년 전후의 임기 내 장기 정치 비전을 실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마저도 임기 중간부터는 차기 재선을 위한 포석 활동을 해야 하므로 소신껏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은 기껏해야 3년 정도다.

초반 인기 관리에 실패할 경우 레임덕 현상도 있다. 이래저래 포퓰리즘에 영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요사안마다 언론에서 지지율 그래프를 발표한다. 소신을 밀고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임기가 정해진 자리는 사람을 성급하게 만들고 단기성과 위주의 정책으로 흐르게 한다. 의욕이 지나친 대통령은 자기 소신이 차기 대통령에게도 전달되어 지속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대못 박기’정책 같은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하지만 오너사장인 경우 이런 임기 문제의 조급함, 포퓰리즘에서 자유롭다. 인기와 상관없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세 번째 차이는 목표설정과 추진과정의 평가다. 오너 사장은 본인 뜻에 맞는 목표를 위해 거침없는 행보가 가능하다. 이때 네 편 내 편, 회사에 유익한 자, 불리한 자를 구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제외하고, 목표에 충실한 사람들로 구성하는 인위적 물갈이가 가능하다. 이런 취사선택과 추진능력이 유능한 사장의 리더십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사장은 과정보다는 실적 결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일부 문제조직을 포기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아예 소통하지 않아도 결과만 좋으면 주주들의 리더십평가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의 정치 리더십에는 늘 반대만 하는 극단의 소수 집단이 존재한다. 원하는 장.차관 등으로 스텝은 구성할 수 있지만 따라오지 않는 국민들이라고 배척하여 이민을 보낼 수는 없다. 오히려 그들을 위한 차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적어도 불편한 대화상대로 남겨 둬야 한다. 버리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 한다. 대화 상대로 내키지 않는 그들을 배려하고 설득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소통과정과 내용은 치적 못지않게 중요한 평가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네 번째는 권리 구조와 행사 방식이다. 주식회사는 1주당 1표의 권리를 준다. 보편적 권리 상식인 1인 1표 기준과는 그 기준점이 다르다. 즉, 노조가 회사에 대해 각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는(1인 1표) 민주적인 절차나 분위기와는 달리 회사 권리행사의 기준은 오직 주식 수(1주 1표)에 의해 좌우된다. 극단적 예로 1인 100% 지분의 사장이 1만 명의 노조와 1대 1만의 양자대립구조도 성립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노조와 회사는 영원히 합의하기 힘든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이런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대변하는 기관이 이사회와 주주총회다. 바로 투자자인 주주들의 직접 의견을 묻는 기관이 주주총회이고 경영권을 위임받아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기관이 이사회다. 이 이사회의 대표가 바로 대표이사 사장이다. 사람 인격체 기준으로 본다면 이사회는 비민주적이다. 각 개인으로 구성된 이사지만 각자의 업무 범위와 권한의 한계가 다르고, 대주주의 대리자인 사장이 거의 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오너 사장은 극단적인 경우 이사회를 좌지우지하거나 회사 운영의 일방적인 추진도 가능하다. 사장은 합법적으로 독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다수든 소수든 사장이 좋다고 판단되면 결정하고 밀어붙이면 된다. 규정이 없으면 규정을 만들면 되고 이 경우 다소 번거롭기는 해도 주주총회를 통과시키면 된다. 합법적인 행정 절차만 따르면 사장의 판단을 막을 방법은 달리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회사 설립이유이고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사장의 독단적인 결정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사장의 능력에 따라 회사가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장점이자 단점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다르다. 아무리 다수가 찬성하더라도 반대편 소수를 되돌아봐야 한다. 5천만이 찬성하고 단 100명이 반대해도 그들과의 대화를 중단할 수 없다.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는 사장과는 극명하게 다른 점이다.

다섯 번째는 견제기능이다. 인간은 가장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가장 남을 지배하는 자리에 서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사장은 합법적 전횡이 가능하다. 물론 감사 기능이 있지만, 의사결정의 견제라기보다는 집행의 투명성에만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합법적으로 개인의 의사를 100%까지 반영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사장이라는 자리다. 특히 권한 행사가 가장 자유로운 자리가 중소기업 사장 자리다. 그래서 다들 힘들어도 사장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은 삼권분립이라는 틀 위에서 입법부와 사법부의 견제를 받고 소속정당과 측근, 나아가 국민들의 여론까지 신경 써야 하는 복잡한 소통의 구조 속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반대자들의 목소리조차도 태생적 불편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사랑해야 하는 자리다. 지지자. 반대자. 욕하는 자. 미워하는 자, 술안주로 삼는 자 구분 없이 사랑해야 한다. 적어도 미워하지는 않아야 한다. 권한의 범위가 넓은 만큼 사랑의 크기도 넓어야 진정한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울타리의 경계선을 의식해야 한다. 주어진 직과 권한의 범위를 살피고 경계선을 넘지 않도록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세계 대통령 중에는 어떤 이는 ‘황제’의 분신으로, 어떤 이는 회사 ‘사장’으로 정치를 하는 것 같다. 사장의 마음으로 대통령을 하면 국민이 힘들어지고, 대통령의 마음으로 사장을 하면 기업이 힘들어진다. 사장은 사장이고, 대통령은 대통령이다.

<칼럼니스트=최송목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사장의 품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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