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조남희 칼럼] 대다수 국민들의 금융 이용 관행은 아마도 금융사의 직원을 신뢰에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일반 국민들의 은행 거래는 더욱 그렇다고 본다.

이는 저축과 생활에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전적으로 은행에 의존해 왔을 뿐만 아니라, 어느 금융사보다 높은 신뢰를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과연 이런 국민들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해 왔다고 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이번 DLS(DLF)사태는 은행들이 고객을 보는 시각을 잘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다.

은행들은 자신들의 계열사인 증권, 보험, 카드 등의 상품들을 판매해 왔고, 더 나아가 복합점포라는 명분으로 한 점포에서 여러 금융업권, 아주 상이한 성격의 상품을 무분별하게 권유, 판매해 온 것이 이번 DLS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DLS, ELS 등은 흔히 파생금융상품으로 불린다. 용어도 어려워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상품의 속성은 투기적 요소가 있는 상품으로 상호간 조건하에 돈을 거는 돈 따먹기 상품이다. 예를 들어, 한쪽은 4% 이익에 100% 손실을 걸고 다른 한쪽은 4% 손실에 100% 이익을 얻을 가능성에 서로 돈을 건 상품이다. 한쪽은 손실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4% 이익에 돈을 걸고 다른 한쪽은 4% 손실을 감수라고 100%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모험을 건 상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돈 따먹기 위험한 상품을 이번 피해자들은 얼마나 알고 가입했을까 의문이다. 은행에서 쉽게 이해하기도 어렵고 글로벌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난해한 투기성 상품을 빠른 응대를 특성으로 하는 은행 점포에서 아무런 규제 없이 무차별 판매해 온 문제가 폭발 한 것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금융상품 중에서 가장 위험한 금융공학적 상품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상품의 위험의 본질조차 이해하지 못한 은행과 직원들이 더 이해 못하는 고객에게 너무 쉽게 팔아온 현장의 한심한 실태를 이번 DLS 사태가 보여준 것으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런 실태가 문제가 되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 온 민원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기보다는 감추고 축소·왜곡시키면서 고객의 책임으로 돌려왔던 것이 은행의 행태였고 이는 금융당국의 비호로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키코사태, 펀드사태, 저축은행사태, 동양사태 등 금융사태가 얼마나 반복해 왔던가? 그 동안 반복된 금융사태는 구조적인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DLS사태는 새로운 사모펀드 방식을 악용한 사례다. 고객에게 사기·기만방식으로 의도가 있건 없던 간에 판매한 것이라는 애기다. 펀드라는 용어가 대중화되어 신선함이 사라져가니 사모펀드를 자본시장의 새로운 투자 방식처럼 현혹시키며 상품을 제조·판매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품을 선별한 자도, 판매한 자도, 구매한 소비자(투자자)도 모르는 깜깜이 판매시장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 동안 이러한 판매시장의 문제들에 대해 근본적이고 시장적인 대책보다 금융사 중심으로 모범규준 개선이나 선택항목 추가, 예외 많은 법 조항 신설 등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대책과 개선으로 일관해 온 것이 오늘의 DLS 사태로 재발하게 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책임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능력도 없는 은행, 상품 자체가 무엇인지 이해도 못하는 직원들에 의하여 관심도, 분별력도 없는 초등학교 수준의 고객들에게 대학생 수준의 상품을 오로지 관계, 신뢰를 악용하여 판매하는 직원의 말에 피해를 당한 것이 바로 DLS·DLF사태이다.

이런 상황인데 금융당국은 오늘도 무슨 대책이 있는지 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런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더 이상 무슨 이유가 있단 말인가? 머뭇거리지 말고 당장 금지 조치를 제시할 때라고 본다.

<칼럼니스트=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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