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돋보기 #⑬신동빈] 형제다툼·뇌물리스크 털어내고 다시 출발선에 놓인 뉴 롯데 경영리더십
[CEO돋보기 #⑬신동빈] 형제다툼·뇌물리스크 털어내고 다시 출발선에 놓인 뉴 롯데 경영리더십
국정농단 관련 대법판결 집행유예 4년 확정, 법정구속 피해
경영권 다툼 및 연이은 검찰 수사, 일본 및 중국 관련 이슈 시끌벅적
롯데는 유통과 화학 중심 순항중, ‘좋은 기업’ 인식 심기 숙제로 남아
  • 이한 기자
  • 승인 2019.10.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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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일본으로 출국해 10박 11일간의 출장 일정을 소화한 뒤 15일 오전 귀국했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대법원 확정판결로 법정 구속은 면했다. 신 회장과 롯데는 소비자에게 '좋은 기업' 이미지를 전달하는 숙제와 마주했다. 사진은 지난 여름 신 회장이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신동빈 회장은 검찰과 법원을 오갈때마다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는 ‘롯데가 좋은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동빈은 과연 ‘좋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과거에는 롯데라고 하면 ‘신격호’와 ‘명동’이 떠올랐다. 소공동 롯데호텔과 신격호 총괄회장이 롯데의 두뇌이자 심장이었다. 하지만 이제 롯데 키워드는 ‘잠실의 신동빈’이다. 롯데월드타워에서 신동빈 회장은 새로운 롯데를 꿈꾸고 있다.

행보가 녹록지만은 않다. 경영성과 자체는 괜찮다. 유통과 화학을 중심으로 굴지의 대기업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문제는 주변의 시선이다. 롯데와 신동빈 회장은 최근 여러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왔다.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으려면 그 인식을 깨는 게 먼저다.

◇ 대법원 집행유예 4년 확정 “신뢰로 거듭난다” 약속 지킬까?

신동빈 회장과 롯데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털고 가야 할 숙제가 있다. 신동빈 회장의 가장 최근 이슈는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이다. 그는 17일 대법원 3부에서 뇌물공여, 업무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 현안 해결을 위해 부정한 청탁을 하며 뇌물을 건넨 혐의 등에 대해서다.

신 회장은 2016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롯데그룹의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을 청탁하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에게 적용됐던 또 다른 혐의는 경영비리 관련 의혹이다. 신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 등과 공모해 롯데시네마가 직영하던 영화관 매점을 회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가족 회사에 임대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였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서미경씨와 딸 서유미씨에게 급여를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도 받았다

1심은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신 회장을 구속했다. 별도로 진행된 경영비리 의혹 재판에서도 1심은 매점 임대 관련 배임 혐의, 서씨 모녀 급여 관련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두 재판을 합쳐 진행됐다. 2심에서는 형량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2심 역시 뇌물공여 혐의와 매점 임대 관련 배임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의사결정의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 이뤄진 공여라고 봤다. 1심이 유죄로 판단한 서씨 모녀 급여 관련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과 신 회장이 각각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이 옳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정리하면 법정 구속은 면했으나 죄가 있음은 인정된 것이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많은 분들이 지적해 주신 염려와 걱정을 겸허히 새기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7년 8월 2일 오전 잠실 롯데월드타워 신사옥으로 처음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는 '명동의 신격호' 시대를 지나 '잠실의 신동빈'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과거의 이미지를 씻고 새로운 도약을 완성해야 하는 숙제가 신 회장 앞에 놓였다. 사진은 2017년 8월 2일 오전 잠실 롯데월드타워 신사옥으로 처음 출근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공감 끌어내는 기업 되어야”

신동빈 회장은 과거 검찰수사로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 사과하면서 대대적인 경영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롯데그룹 정책본부 전면 쇄신, 호텔롯데를 비롯한 우량 계열사 상장,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성장전략 전환, 투자와 고용 확대계획도 발표했다.

그렇다면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이 말하는 쇄신, 또는 기여와 신뢰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 7월 열린 하반기사장단회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 회장은 당시 회의를 마치며 “롯데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공감이 전략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협력사, 임직원은 물론이고 사회공동체로부터도 그런 공감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하며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와 공감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가 다수 대중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진 기업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경영권 분쟁과 검찰수사 등으로 논란이 있었을 뿐 아니라 ‘일본 기업’이라는 국내 소비자들의 눈총이 있어서다. 실제로 현재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받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 뿐만 아니라 중국 사드 보복 사태때는 중국발 ‘반롯데’정서와도 싸워야했다.

신동빈 회장은 기회가 날 때마다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는 일본에 뿌리를 둔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신 회장이 한국국적 보유자인데도 그의 일본 이름과 어색한 말투 등을 희화화 소재로 삼는 여론도 있다. 신 회장이 매출 등 실적이나 눈에 띄는 사업전략 대신 ‘공감’ 키워드를 강조한 것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이미지'가 (적어도 지금의 롯데에게는)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 호텔롯데 상장, 그룹 인사 등 현안 처리 속도감 높일까

대법원 판결에 따라 법정 구속을 피하면서 신 회장은 그동안 미뤄왔던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설립하고 2016년부터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 왔다.

현재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양대 축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로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편입하는 등 경영권을 강화해 왔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인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가 100% 지배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의 최대주주다.

경영 행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그룹 인사도 예년보다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롯데는 통상 12~1월에 임원 인사를 진행했다. 재계에서는 법적인 문제들이 최종적으로 결론난 만큼, 내부적으로 직원들을 독려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자는 차원에서 그룹 인사가 빨라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변수는 신 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자격에 영향을 줄지 여부다. 일본에서는 통상적으로 기업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해임하는 것이 관례다. 그간 신 회장은 일본 인사들에게 한국과 일본의 사법 시스템이 다르다는 내용을 알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국내발 변수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대법 판결을 통해 ‘면세점 신규 특허를 받기 위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제공했다’는 혐의가 유죄로 확정됐는데, 관세법 178조에는 “면세점 운영자가 거짓이나 그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특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만에 하나 이 조항을 근거로 특허 취소가 이뤄지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라고 최종 판단했는데, 이 문제를 관세청이 어떻게 볼 것이냐가 변수다.

관세청은 일단 원론적인 견해만 밝혔다. 관세청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대응 방향을 정할 수 있다”며 “법률 검토를 거쳐 담당 세관장인 서울본부세관장이 결정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3일 창립 기념식에 참석한 신동빈 회장이 새로운 50년을 향한 희망의 불빛을 상징하는 '뉴롯데 램프'를 점등하고 있다.(출처=롯데그룹 제공)
신 회장은 '새로운 롯데'를 위해 변해야 할 것은 사회와 소비자가 아니라 롯데 자신이라고 강조한다. 신 회장과 롯데는 과연 그 변신을 이룰 수 있을까. (사진=롯데그룹 제공)

◇ 경영권 다툼 등으로 이미지 악영향, 아버지 거처 문제로도 충돌

신 회장의 경영권은 튼튼할까. 재벌가들의 승계를 둘러싸고 형제들 사이에 경영권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롯데가도 예외는 아니어서 신동빈 회장 역시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 2015년부터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이 다툼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승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7년 9월 보유중이던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지분 가운데 롯데쇼핑 지분 3%만 남기고 모두 매각했다.

이후 올해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동빈은 이사에 재선임된 반면 신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안건이 부결되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에서 신 회장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다만 신동빈 회장 역시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주요 의사결정 때마다 제동을 걸어왔고, 이 과정이 대중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기업 이미지도 깎였다. 대기업 둘러싼 '왕자의 난'이야 새로운 이슈가 아니지만, 형제들의 경영권 다툼을 일반 대중들이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는 드물다.

검찰의 대대적 수사를 받는 것은 물론 신격호 명예회장 및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함께 기소됐고, 이에 앞서 신 명예회장의 내연녀인 서미경씨와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각각 탈세와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롯데그룹 총수일가 5명이 모두 재판을 받으면서 따가운 눈총도 받았다.

당시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의 최측근이었던 이인원 전 부회장이 2016년 8월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준 바 있다.

두 사람은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의 거처를 놓고도 갈등을 빚었다. 신 명예회장이 머물던 소공동 롯데호텔이 개보수 공사를 실시해 명예회장이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당시 형제가 각각 자신이 유리한 거처에 신 명예회장을 지내게 하려고 대립한 것.

거처 문제는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고 법원이 신동빈의 손을 들어줘 신격호 명예회장은 2018년 1월 중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7개월 후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의 개보수 공사가 마무리되자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 명예회장이 다시 소공동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앞서 신 명예회장의 임시거주지를 결정할 때 공사가 끝나면 다시 소공동으로 이전하도록 했던 단서조항을 번복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신 명예회장은 지난 6월 다시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으로 이사했다.

◇ ‘좋은 일 한다는 공감’ 롯데와 신동빈 회장의 절실한 숙제

CEO 리스크와는 별개로, 롯데는 현재 유통과 화학을 축으로 성장 중이다. 롯데는 2023년까지 50조 원을 투자하고 7만 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부문별 투자에서도 유통(25%), 그리고 화학 및 건설(45%)의 비중이 높다.

유통 부문에서는 온라인 역량을 강화해 1위로 발돋움하고 화학부문에서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대규모 화학설비를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e커머스사업 관련 조직을 키우겠다고 공언하고 그들을 현재 기업의 핵심인 잠실 롯데타워로 불러들이는 등 상징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NH투자증권 이지영 연구원은 롯데쇼핑에 대해 “오프라인 유통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지속되는 중이지만, 롯데리츠 상장 후 약 1조원의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고, 이를 온라인 등에 투자하여 저성장성을 보완하고자 하는 만큼, 향후 사업방향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 원민석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에 대해 “미국 증설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신 회장은 최근 경영진들에게 “우리가 맞이하게 될 미래의 변화는 형태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한하다”는 화두를 던졌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방향타를 제대로 잡고 위기를 극복하며 흔들림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다.

결국 롯데 그룹과 신동빈 회장에게는 주위의 부정적인 인식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더 큰 숙제가 있다. 어쩌면 경영 성과 자체보다도 그 부분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판결을 두고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는 “롯데그룹의 경영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측면에서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있다. 참여연대는 판결에 대해 “별다른 이유 없이 경영판단의 법리를 기업집단 차원으로 확장하여 적용하는 등 정책 법원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재벌봐주기라는 사법부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런 시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변해야 한다.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신 회장의 주문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다. 잘못된 시선이라고 지적하기 보다는 스스로 쇄신하며 자신에 대한 평가를 우호적으로 바꿔야 한다. 신동빈 회장 앞에 놓인 절실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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