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신성장 동력 확보 위해 ‘구독경제’ 산업 진입
사업가 기질 방준혁 의장 경영 스타일도 영향 미쳐
게임 사업과 실물렌털 사업 사이 구체적 접점 확보가 향후 숙제

(사진=넷마블)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방준혁 이사회 의장의 경영 전략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사진=넷마블 제공)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일각에서는 ‘게임사가 왜 정수기 사업에 진출하느냐?’고 묻는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227조원 규모의 미래 스마트홈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게임사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넷마블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약 1조8000억 원대에 인수 하겠다고 제안했다. 넷마블과 웅진코웨이는 소비자들에게 각각 ‘게임’과 ‘정수기’로 익숙한 회사다. 얼핏 보기에는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기업이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신사업 개척을 위해서는 게임업계를 넘어 이종산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의지, 그리고 그런 의지를 적극적으로 실천해 온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의 경영 스타일이다.

우선 방준혁 의장에 대해 살펴보자. 방 의장은 지난 2000년 넷마블을 설립했다. 국내 테헤란 벤처 1세대로, 김정주 NXC회장이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과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세우고 게임 업계를 이끌어왔다.

세사람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김정주와 김택진은 개발자 출신이지만 방준혁은 사업가다. 그는 영화와 위성인터넷 콘텐츠 등 다양한 사업경험을 가진 인물로 넷마블 성장세의 주요 변곡점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이 기간 동안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로 해외 모바일 게임사를 인수했고, 2015년 엔씨소프트에 경영권 분쟁 위기가 닥쳤을 때 지분 8.9% 인수하며 백기사로 나선 경험도 있다. 2016년에는 수조원 규모의 소셜카지노 게임사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쉽게 정리해서 말하면, 게임 개발 자체보다 기업 인수에 더 능한 CEO라고도 볼 수 있다.

방 의장은 창업 초기부터 게임과 무관한 업종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게임 이외 이종산업 진출에 대한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특정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다양한 분야로 응용하고 접목할 수 있는 영역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그의 지론이다. 이런 공격적인 행보가 인수전에서 ‘통큰’ 행보를 보인 배경이다.

◇ 게임 시장에서 확보한 기술, 코웨이 실물 가전 기기에 접목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 14일 웅진코웨이 우선협상에 대해 “굉장히 좋은 사업 기회가 있었고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구독경제’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 인수를 추진한 것”이라고 발표했다다. 권 대표에 따르면, 넷마블은 현재 보유 중인 현금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구독경제는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실물 결제 용어다. 소비자가 매달 일정한 금액의 돈을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업구조를 뜻한다. 넷플릭스 서비스가 그런 예다.

웅진코웨이도 구독경제 사업구조를 띈다. 정수기나 비데 등을 렌탈 형태로 빌려주고 기기를 매월 유지, 관리해주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웅진코웨이가 관리 중인 계정(구독자) 숫자는 약 700여만개로 알려져있다.

넷마블이 그리는 밑그림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확보한 기술을 코웨이가 보유한 실물 기기에 접목하는 것이다. 넷마블 서장원 투자전략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인공지능 기술로 이용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운영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 기술들을 코웨이가 보유한 모든 실물 기기에 접목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넷마블이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웨이를 통해 확보된 가정 내 기기들을 연결하면 가능하다.

스마트홈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기 때문.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은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이 2017년 220억 달러(약 26조원)에서 2023년 1920억 달러(약 22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게임산업은 e스포츠 인기와 게임한류 열풍 등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중국 시장이 위축되는 등 위기감도 여전하다. 넷마블의 이번 행보는 게임을 넘어 이종산업과의 적극적인 교배를 통해 신사업을 개척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로 방준혁 의장은 지난해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다만,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이번 인수 시도에 대해 “게임산업의 한계나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웅진코웨이에 투자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 게임과 렌탈 사이의 구체적인 접점 찾는 것이 숙제

인수 행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이투자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게임 사업은 흥행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반면, 웅진코웨이 사업은 지난 2분기 기준 글로벌 계정수 738 만을 보유한 구독형 수익모델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실적 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넷마블과 웅진코웨이간 시너지는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상생활과 게임을 접목한 서비스로 신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메리츠종금증권 김동희 연구원은 “기대했던 게임기업 M&A는 아니지만 웅진코웨이가 연간 5,700억원 수준의 영업현금흐름 창출하고 있어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현금보유보다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게임 사업과 실물 렌털 사업 사이에 구체적인 시너지가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게임은 가구가 아닌 개인 중심 사업일 뿐만 아니라 이용자 연령대도 20~40대 남성층 비중이 높다”면서 “스마트홈의 주력 타깃 층과 달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영학부 권상집 교수는 한 언론사에 기고한 컬럼을 통해 “웅진코웨이의 주요 고객이 가구에 맞춰져 있다면 넷마블의 주요 고객은 모바일에 익숙한 개인이라는 점에서 일단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해당 컬럼에서 “(넷마블이) 게임과 전혀 무관한 분야의 기업을 인수, 스스로 불확실성을 끌어 올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넷마블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내용이 알려진 날, 웅진씽크빅과 웅진 주가는 전일 대비 20%이상씩 오른 반면 넷마블 주가는 0.75%하락한 바 있다.

넷마블의 이번 투자는 웅진코웨이의 안정적 수익 플랫폼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구상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양사가 영위하는 사업 사이의 접점을 어떻게 찾을 것이냐가 숙제다. 넷마블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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