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ESS 내부 화재 자체 진화 시스템 등 안전강화 조치 발표
시스템 추가 비용 2000억 원 육박 예상, 2분기 영업이익 뛰어넘는 액수

삼성SDI가 2000억원을 들여 ESS화재 관련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선다. 허은기 삼성SDI 전무가 설명회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SDI가 2000억원을 들여 ESS화재 관련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선다. 허은기 삼성SDI 전무가 설명회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삼성SDI가 최근 자사 에너지저장시스템 내부에 불이 나도 자체 진화할 수 있는 특수 소화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는 등 안전 강화 조치를 내놨다. 삼성SDI는 이를 위해 올 2분기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

지난 2017년 이후 ESS(에너지저장시스템) 화재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화재 원인이 배터리 결함 탓이 아니라 ‘미흡한 안전기준·관리부실 등으로 인한 인재’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화재로 인한 피해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삼성SDI가 화재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ESS 안에서 발화해도 대형 화재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특수 소화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시스템을 새로 판매할 ESS 장치에 전면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 허은기 시스템개발팀장(전무)은 "삼성SDI는 배터리 공급 업체이지만 전력변환장치, 시공·설치·운영 과정 등 문제가 발생해도 배터리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종합 대책을 세웠다"며 "삼성SDI는 ESS 대책 관련 전담팀을 구성, 가용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최단기간 내 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허 팀장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특수 소화시스템은 내부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 불이 붙기 시작하면 특수 약품이 자동으로 분사돼 1차적으로 불을 끄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열 확산 차단재가 함께 구성돼 있어 특정 셀에 불이 붙어도 다른 셀로 번지는 것을 막는다”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이미 설치해서 운영 중인 국내 1000여 개의 ESS에도 새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로 인한 추가 비용은 약 1500억∼2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삼성SDI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1573억)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ESS는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모아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에너지(전력) 창고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날씨의 영향을 받는 등 변수가 존재한다.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ESS가 그동안 주목 받아왔다. 하지만 2017년 5월 이후 전국에서 20여 차례의 ESS 화재가 발생하면서 안전 문제가 중요 점검 사항으로 떠올랐다.

◇ “배터리 자체 문제 아니어도 적극 대응” 근본적 대책 마련 목소리도

화재가 꼭 배터리 문제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물론 배터리가 주요 설비지만, ESS에는 설치 및 시공업체와 운영업체 등 다양한 기업이 관여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민관합동 화재 조사위원회는 지난 연말부터 5개월여간 조사를 벌여 ‘전기 충격 영향 차단하는 시스템 미흡’ ‘먼지 결로 등 회부 환경’ ‘설치 부주의’등을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삼성SDI는 안전 강화 조치 배경에 대해 “배터리 자체가 화재의 원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고 건전한 ESS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안전 관련 이슈는 기업의 이미지와 직결되고,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SDI의 행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하나금융투자 김현수 연구원은 "설치 비용이 4분기에 반영되면서 4분기와 연간 실적은 다소 줄겠다"고 전망하면서도 "사후 처리 성격이 아니라 향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ESS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진행을 위한 선 투자 성격의 비용 반영이라는 점에서 주가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향후 삼성SDI 실적 성장의 본질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라고 언급하면서 "내년부터 전기차 신규 모델 출시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으로, 삼성SDI의 올해 하반기 전기차 배터리 부문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9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투자증권 강동진 연구원도 “국내 ESS 사업 불확실성 지속은 부담이나,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EV용 배터리 수익성 개선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가 선제적인 안전대책을 내놓은 것은 차세대 먹거리인 ESS 산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또 다른 국내 주요배터리 업체인 LG화학도 최근 입장문을 통해 “ESS 안전성 강화를 위해 여러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배터리 관련 주요 기업들이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명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ESS 화재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지난 7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이용주 의원은 "(화재) 원인을 몰라 대책도 못 세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은 "정부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흠결이 가는 것을 우려해 ESS 배터리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생한 충남 예산과 강원 평창, 경북 군위 ESS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조사단을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민관합동 원인조사위원회를 구성한지 10개월여만에 2차 조사단이 꾸려지는 것.

발화 원인을 정확하게 찾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부와 기업은 ESS 화재 관련 대응책 마련을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소비자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