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통신기술 탑재한 제네시스 G80 자율주행차 탑승기
주행은 ‘만족’ 돌발상황 대처는 ‘놀라움’, 앰뷸런스 오면 서행 후 양보
우회전 코너링 느리고 답답했지만, 안전 위한 ‘조심성’이라면 O,K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스스로 달리는 자동차’는 정말 운전을 잘 할까? 또 안전하게 운전자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해서 직접 자율주행차를 타봤다.

자율주행자동차를 둘러싼 소비자의 시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차가 혼자서 달린다'는 사실에 대한 궁금증과 신기함, 또 하나는 '도로 위의 여러 상황에 정말 효과적으로 대처하면서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 및, 그와 함께 따라오는 두려움이다.

이 궁금증을 풀거나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몸소 체험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경제>가 직접 자율주행차 조수석에 타봤다. LG유플러스 통신 기술을 탑재한 제네시스 G80 자율주행 시연차다. LG유플러스가 10일 오전 자사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해 시연한 차량으로, 이날 미디어행사에 참여한 기자 중 3명이 직접 차에 시승했다.

10일 오전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자율주행차를 타고 주위 도로를 달렸다. 출퇴근 시간은 아니지만 도로에는 아직 적잖은 차가 있었고 이른 점심을 먹으려고 나온 근처 직장인들이 인도에 많았으며 주위에는 구급차도 있었다.

미래의 자동차는 정말 운전자가 없어도 안전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을까? 이 기사가 그 물음에 대한 모든 답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하나의 힌트는 될 것이다.

◇ 앱 호출 버튼 누르면, 자율주행차가 ‘콜택시’처럼 온다

‘아재’세대 소비자라면 80년대 유명 미드 ‘전격 Z작전’ 드라마를 기억할 것이다. 혹시 이름이 가물가물하다면 ‘키트’라는 이름을 떠올려보자. 주인공이 이름을 부르면 스스로 달려오던 드라마 속 자동차가바로 ‘키트’다. 자율주행차도 이렇게 운전자가 부르면 바로 달려오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원격제어 앱을 켜고 <원격호출 요청> 버튼을 누르면 차가 내 위치를 파악해 그 앞으로 온다. 실제로 이날 차를 호출하고 수분쯤 지났을까. 자율주행차가 마치 ‘콜택시’처럼 기자 앞으로 왔다. (관계자가 실수로 시행용 차량의 시스템을 꺼서 재부팅하느라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고 했다)

조수석에 타보니 디스플레이 장치가 많았다. 주위의 다른 자동차나 모바일 기기, 교통 인프라 시설 등과 통신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실제로 상용화가 되면 이 많은 장치들을 운전석 근처에 어떻게 배열하고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할 것인지가 숙제처럼 보였다. 

지하주차장 앞에서 출발해 편도 2~3차선 도로 위주로 한블럭을 크게 돌았다. 운전석에는 LG유플러스 엔지니어가 앉았다. 엔지니어는 페달을 밟거나 핸들을 조작하지는 않고 기능을 설명하는 역할만 했다.

앱으로 호출버튼을 누르면 자율주행차량이 운전자 위치를 파악해 그 앞으로 찾아온다
앱으로 호출버튼을 누르면 자율주행차량이 운전자 위치를 파악해 그 앞으로 찾아온다

◇ 차선변경 부드럽고 주행 안정적, 과속방지턱 덜컹거림은 아쉬움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본적인 궁금증은 ‘운전을 잘하는가’이다. 운전을 어떻게 해야 잘 하는걸까? 국내 중견 식품기업 회장 전용기사 출신 김모씨(44세)는 “브레이크를 최대한 덜 밟으면서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군복무시절 ‘1호차 운전병’으로 지휘관 차량을 운전하는 등 기사 경력만 20년 이상인 베테랑 드라이버다.

도로상황을 감안해 ‘부드럽게’ 속도를 줄이고 다시 늘리는 것이 운전의 중요한 기술 중 하나라고 보면, 자율주행차의 승차감 역시 이 부분이 중요하다. 고급 승용차를 탔더라도 차량이 수시로 급브레이크를 밟고 속도가 오르락 내리락 한다면 차에 탄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기 힘들어서다.

조수석에 앉아 스스로 움직이는 핸들을 보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괜히 두려운 느낌도 들었다. 기술 자체에 대한 불신은 아니었고 낯선 풍경이어서 그랬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날 자율주행차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달렸다. 불편할 정도의 속도 전환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차량통행이 적은 시간(오전 11시) 이었고, 자율주행 시연을 위해 여러  장치들이 준비된 환경이었음을 감안해도 승차감이 비교적 편안했다.

실제로 주행은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일정한 속도로 달렸고 차선변경도 부드러웠다. 앞차와의 간격은 적당하게 유지됐고, 빨간불에 멈출 때도, 다시 출발할 때도 특별히 불편한 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평소보다 조금 더 덜컹거리는 기분이었다. 사거리에서 방향전환을 할 때는 초보운전자의 차를 탄 듯한 느낌도 들었다.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었고, 특별히 불편한 느낌은 없었으나 세부적으로 파고 들면 ‘아 아직은 기계라 어쩔 수 없구나’하는 부분은 있었다. 돌발 변수 없이 일상적인 상황에서의 주행시에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 의미다.

◇ “후방에서 긴급차량이 접근 중입니다. 속도를 줄여 양보해주세요” 돌발상황 대처 능력 훌륭

사거리 우회전시에는 차가 거의 멈추다시피 했다. 아마 기자가 운전했다면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진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전을 위한 ‘조심성’임을 감안하면 괜찮은 선택이었다. 사실 자율주행의 관건은 ‘앞으로 잘 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한가’다. 도로 위에서는 여러 가지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부분에서는 기대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줄 만 했다. 안정적인 주행이야 기대했던 부분이므로 놀라움이 덜했지만, 상황에 따른 빠른 대처는 운전자에 뒤지지 않았다.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은 더 훌륭해보였다.

실제로 주행 후 수백미터를 달린 지점, 도로에서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자동차가 스스로 멈췄다. 유플러스측 설명에 의하면, 자동차 앞에 나타난 물체를 인지해 정지하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고 주변 CCTV 정보를 실시간 분석해 보행자 움직임을 파악하고, 시각적으로 사각지대가 발생한 지점에서는 차가 스스로 속도를 낮춘다고 했다.

이날 유플러스는 자사 자율주행기술에 대해 “5G통신망을 활용해 자동차와 주변 사물이 실시간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 받는다”고 설명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게 아니라, 자동차가 하나의 거대한 통신기지가 되어 도로 위의 여러 기기 및 장치들과 수시로 정보를 주고 받는다는 얘기다.

인상적인 부분은 주행 중 차가 잠시 정차했을 때였다. 앞차도 멈춰 있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는데 앞차 전방에 어린이 보호차량이 서 있었다. 바로 앞 차량이 아니라 그 앞의 상황까지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자율주행의 장점으로 보였다.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시야보다 넓은 지점까지 판단할 수 있어서다.

시연 막바지에는 내비게이션 안내 멘트로 “후방에서 긴급차량이 접근 중입니다. 속도를 줄여 양보해주세요”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후 차는 속도를 줄였고 잠시 후 옆 차로에 앰뷸런스가 지나갔다. 가장 신기하고 놀라운 지점이었다.

후진과 주차도 시험해보고 싶었는데 시간 관계상 그 부분까지는 진행하지 못했다. 운전석에 동석했던 엔지니어는 “차가 혼자 주차하는 것도 기술적으로는 모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인 시승 소감을 정리하면, 주행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과속방지턱이나 우회전시에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다. 안전에 대한 대비는 비교적 잘 되는 것 같았고,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은 기대보다 훨씬 훌륭해보였다.

◇ 첨단기술의 집약체, 사람 시선보다 더 넓게 본다

기자는 이날 자율주행차 조수석에 앉아 스스로 움직이는 핸들 동영상을 찍었다. 지인들에게 보여줬더니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하나는 “우와, 대단한데요”하는 반응 그리고 또 하나는 “무섭지 않아요?”하는 반응이었다.

인류는 자율주행차를 마주하고 “사람보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노련한 운전자 만큼 효과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이 그 힌트가 될 수 있겠다.

사람은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잠이 쏟아질 수도 있지만 기계는 그런 위험이 덜하다. 물론 기계도 고장이 나거나 오류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기계의 오류는 사람의 오류보다 덜할 확률이 높다.

통신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업체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량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날 자율주행차를 시연한 LG유플러스도 지난 8월부터 세종특별자치시와 손잡고 자율주행특화도시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행 차량을 제공한 현대자동차 역시 미국 AI기업에 투자하는 등 관련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보면서 안전하게 주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유플러스는 이날 5G-V2X를 탑재한 상용차(제네시스 G80)로 일반 도로를 달렸다. 자율주행으로 통제되지 않은 일반도로를 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유플러스는 이날 5G-V2X를 탑재한 상용차(제네시스 G80)로 일반 도로를 달렸다. 자율주행으로 통제되지 않은 일반도로를 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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