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경제신문 최송목 칼럼] 약속장소에 나가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상대 얼굴과 옷 스타일이다. 말 꺼내기 전에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이미지를 내미는 것이 바로 옷차림이다. 출근 옷차림도 그렇다. “오늘 이런 기분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사장의 옷차림은 그 회사의 대표 복장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사장이 캐주얼 차림이면 주로 직원들도 캐주얼이다. 사장이 정장에 넥타이라면 직원들도 대개는 정장이다. 사장의 복장에 따라 회사의 이미지와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장의 옷차림은 중요하다.

'성공을 위한 옷차림(Dress for Success)'의 저자 몰로이(John T. Molloy)에 따르면, “자신만의 이미지에 걸맞은 스타일을 갖출 때 보다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맥아더는 획일화되기 쉬운 군복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임으로써 50여 년의 군 생활 속에서 자기만의 향취를 뿜어냈으며, 나아가 이를 스타일화 함으로써 리더십의 힘을 더욱 강화했다. 사장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의 스타일 구축으로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소통하는 것이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청바지 CEO의 대명사였다. 한때 그를 모방하여 청바지를 입는 사장들이 많이 있었다.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면 회사가 자유롭고 소통이 잘 될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청바지를 통한 소통은 자유로운 기업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프랑스의 님(Nimes)에서 청바지가 처음 미국으로 수출했을 때는 갈색 천이었다.

이것이 뱀이 많은 미국 서부 지역에서 유행하면서 뱀이 싫어하는 푸른색으로 염색하면서 청바지가 된 것이다. 이런 실용과 현장 적응이 청바지의 본질이다. 나이 든 사장이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해서 회사가 갑자기 소통이 잘되고 생각이 젊어지는 게 아니다.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옷 스타일에 관한 우리의 눈은 일종의 사회적 고정 관념이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정장을 입고 나타나면 깔끔하고 뭔가 정리되고 성의 있다는 인상을 준다. 반면 격식 없는 복장으로 나타나면 어수선하고 자유분방하고 뭔가 성의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고정 관념 때문에 사람들은 대개 불편함을 감수하고 정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만나는 상대가 상사, 상급 기관, 어르신 등 소위 ‘갑’일 경우가 그렇다. 스포츠선수들의 기자회견도 그런 케이스다. 운동선수에게는 그 종목에 맞는 복장이 가장 잘 어울린다. 그런데도 우리의 고정화된 관념이 상대의 스타일을 강요하고 혹은 강요당하고 있다.

사장의 복장에 특별히 정해진 모델은 없다. 각자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맥아더의 군복이나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처럼 스타일화 함으로써 리더십의 힘을 강화할 수도 있고, 업종이나 개인 스타일에 따라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된다. 다만 몇 가지 룰이 있다. 사장은 마음대로 자유 영혼을 누리는 예술가가 아니다.

사회적 통념 속에서 타인과 교류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비즈니스에 걸맞은 상식적인 복장이 요구된다. 두 번째는 깔끔함이다. 청바지든 운동화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세 번째는 상황에 맞는 연출이다. 사장은 하루에도 여러 가지 예기치 않은 상황에 맞닥트려지므로 가능하면 여분의 옷과 넥타이를 회사에 준비해두는 게 좋다. 결혼식, 파티, 조문, 공장방문, 갑작스러운 출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CEO 옷차림의 핵심은 정장의 긴장감과 청바지의 느슨함 사이를 잘 조절하는 것이다. 때로는 단정, 때로는 파격이다. 사장은 회사조직에서 가장 주목받는 위치에 있고 주관심대상이다. 외부의 이런 시선을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여 연출할 필요가 있고, 가끔은 느슨해진 멘탈을 추스르는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자기라는 상품의 포장상태를 스스로 살핌으로써 멘탈과의 조화, 조직의 정체성을 대비해 보는 것이다.

<칼럼니스트=최송목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사장의 품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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