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사내이사 임기 만료, 임기 연장 위한 임시주총 등 개최 움직임 없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 등 복합적 고려한 행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사내이사에서 3년만에 물러난다. 사진은 지난 4월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이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

이 부회장은 2016년 사내이사직에 올라 이달 말 임기가 완료된다. 다만 부회장으로서의 경영 활동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기 이전에 이사회 또는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임기 연장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2016년 9월12일 이사회를 거쳐 45일 후인 10월 27일 임시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상법상 이사 임기는 3년을 초과할 수 없다보니 이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26일로 만료된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사내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소집하려면 늦어도 2주 전에 주주들에게 통지해야 한다.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기 전에는 이사회도 열어야 한다.

하지만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주주총회를 열지 않는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외 이사들과 일정 조정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 등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 이 부회장은 오는 25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더라도 부회장직을 계속 수행하며 경영 활동을 지속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미래 성장동력 발굴 작업 등은 그가 꾸준히 공을 들여왔던 만큼 경영 전반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그룹 사정을 잘 아는 재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사내이사를 연임하지 않더라도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총수의 역할은 이어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물러나며 공석이 된 사내이사 자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당분간 공석으로 둘 가능성이 높다. 그의 자리가 비어 있더라도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된다.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두되, 사외이사 수가 3인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 때문에 이 부회장 자리가 공석이 되더라도 관련 요건은 충족되는 셈이다. 

일본 아베 정부의 수출 보복으로 반도체 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예전의 모습과 달리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왔던 것이 앞으로 있을 국정농단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 향배에 따라 그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을 시간도 짧거나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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