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초점] 정부·방역당국, 멧돼지 감염 수개월 전 인지하고도 ‘늑장 뒷북대응’
[이슈초점] 정부·방역당국, 멧돼지 감염 수개월 전 인지하고도 ‘늑장 뒷북대응’
연천 DMZ서 아프리카열병 바이러스 걸린 멧돼지 사체 첫 발견
환경부, 접경지 서식현황 통계도 없어
농식품부는 '집돼지 대책'만 치중
통일부 "아직까지 북측의 반응이 없다"
  • 최빛나 기자
  • 승인 2019.10.05 0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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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서 아프리카열병이 검출된 야생맷돼지 폐사체가 발견되면서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경제신문 최빛나 기자] 경기도 연천군 비무장지대서 아프리카열병이 검출된 야생맷돼지 폐사체가 발견되면서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북한에서 돼지열병을 확인하고도 그에 따른 유입 가능성을 낮게 봤던 정부가 이제서야 각 부처별로 멧돼지 대응책을 내놓고 있어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이유로 멧돼지 대응책은 사실상 국내에만 해당 되는 사건이 아니라 야생환경 등을 아우르는 범정부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돈육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경제>와의 통화에서 "현 시점에서 환경부와 농식품부, 자치도 등 전국의 많은 관련 도처들이 멧돼지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그들을 떠나서 정부적으로 움직여야 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수개월 전부터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 됐고, 그를 늦게 확인했던 정부의 뒤늦은 움직임이 이 사태까지 벌어지게 한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다양한 바이러스 관련해서 정부는 예민하게 확인하고 대책을 제안해야 한다"며 "이는 국가적인 일을 떠나 국민들의 삶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고 말했다.

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일 연천군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폐사체 혈액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정밀 진단한 결과 돼지열병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 결과로 연천 DMZ의 상당 부분이 이미 오염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조금만 노출돼도 감염이 쉽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곤충 등이 멧돼지 사체나 배설물 등의 접촉에도 쉽게 바이러스가 옮을 수 있다.

결국 살아있는 멧돼지가 철장으로 막혀 있는 DMZ를 넘나들기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DMZ 내에 방치된 멧돼지 사체들 역시 확산의 '원흉'이 될 가능성이 있는 셈.

한돈양돈연구소 대표 박사는 "DMZ 가 오염돼 있다는 것은 야생동물을 통해 바이러스가 언제든 더 남하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번에 DMZ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 역시 (야생동물을 통해 감염된) 비슷한 케이스가 아닐까 추정하는 것"이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또 "가령 멧돼지 사체에 접촉한 파리 등이 제3의 돼지에 바이러스를 옮긴 경우, 실질적 원인은 멧돼지이지만 기록상으로는 '파리'로 오르게 된다"며 "이런 이유로 공식 기록은 적더라도, 멧돼지에 대한 위험성을 크게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정작 환경부는 '살아있는 멧돼지를 통한 유입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또 접경지의 멧돼지 서식현황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에 연천 DMZ에서 감염 사체가 발견됐을 때도 "우리 측 남방한계선 일대 철책에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구축돼 DMZ 내 멧돼지 등의 남측 이동이 차단돼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비해 방역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대책은 상대적으로 농가에서 사육하는 '집돼지 잡기'에만 집중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 농식품부는 전날까지도 경기도 파주·김포 내 농가의 모든 돼지를 대상으로 수매 혹은 살처분한다는 초강수 대응책을 내놨지만, 야생 멧돼지에 대해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러한 지적에 대해 "나름대로는 관계부처 간 협력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그간은 (접경지 야생멧돼지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지만 양성으로 나왔으니 그 부분 대책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추가 대책 필요성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접경지에 대한 대대적 소독 실시와 국방부와 공동으로 현재 46개인 '방역코스'를 22개 추가해 군인 및 차량 등에 대한 집중 소독도 하겠다고 밝혔다.

DMZ 내 감염 폐사체 발견을 계기로 북한과의 방역협력 필요성도 거듭 제기되고 있다. DMZ는 남북한이 아닌 유엔사 관할이어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남북 모두에게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런데다 멧돼지 사이에서 돼지열병이 만연할 경우 사실상 일일이 잡아낼 수 없어 토착화 우려도 제기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DMZ 내 남북 간 공동조사 필요성 검토 여부 등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5월 북한에서 돼지열병 발생 이후 정부가 두차례 방역협력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북측의 반응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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